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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에선]뉴스에는 없는 여성들의 ‘필리버스터’ 이것은 한 장의 쪽지에서 시작되었다. 한 무고한 여성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비극의 현장에 누군가가 붙인 추모의 쪽지는 또 다른 이의 공감을 불러오고 그렇게 모인 작은 편지들은 곧 거대한 애도의 산을 이루었다. 글씨체는 달랐어도 적힌 내용은 유사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폭력의 상처. 그래서 하나의 목소리이자 모든 여성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충격은 여성들의 이례적인 집단적 추모 운동을 불러왔다. 이는 국내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살인사건 애도 운동인 데다 여성단체의 주도가 아닌 일반 여성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간 움직임이어서 특기할 만하다. 여성들이 거리로 나온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피의.. 더보기
‘아시아 송 페스티벌’의 꿈 유럽의 음악축제라고 할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관해 얘기하면 상당수 어른들이 ‘아직도 그걸 하나?’라는 반응을 보인다. 1970~1980년대에는 이 대회의 수상 결과가 국내 신문에 게재될 만큼 인기와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하지만 유럽의 방송연맹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여전히 유럽권에서는 ‘빅 이벤트’로 각국에 생중계된다. 1956년에 시작해 올해로 61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거행된 올해 대회에는 42개국이 참가했고, 2억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시큰둥하다가도 ‘국가 대항전’에는 뭐든 눈을 붉히는 게 인지상정이듯 출전 개별국가들의 음악적 자존심이 발동하고 그것이 각국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경쟁력을 잃.. 더보기
노희경과 김수현의 어른 “배울 게 있어야 배우지. 만나기만 하면 싸움박질. 사람만 없으면 뒷담화질. 삐지시지….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니? 노인과 어른은 분명히 달라.”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tvN (디마프)는 박완(고현정)의 입을 통해 앞으로 이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가 보여줄 어른은, 젊은 우리와 똑같은 이런 어른이다. 엄마의 이런 늙은 친구들, 호기심이 가니?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등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어른의 역할’에 관심 없다. 노인을 ‘고령화 사회’의 문제적 대상으로 한정짓거나, 이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상을 제시하기 위한 도구로 삼지도 않는다. 노인들은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시한부’”인 우리와 함께 이 세계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일 뿐이다. 그들은 일만 하는 억.. 더보기
[지금 TV에선]‘또 오해영’ 여전히 노처녀에게 무례한 세상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여자가 서른두 살이 되면 미쳐도 곱게 미쳐라!” 영화 의 미자(예지원)는 백수나 다름없는 삼십대 비혼 여성이다. 난지도를 방불케 하는 방에서 허리가 아파 깰 때까지 늘어지게 자거나 만취가 일상인 그녀를 보다 못한 할머니 영옥(김영옥)은 베개 강스파이크와 함께 저런 일갈을 날린다. 그로부터 십년 뒤, 또 한 편의 ‘올드미스 다이어리’인 tvN 드라마 에서도 서른두 살 비혼 여성 오해영(서현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툭하면 “술을 먹고 자빠”져 깁스 신세를 지고, 숙모의 주선으로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는 “내가 너를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는 말로 상대를 기함하게 만드는, 극중 표현처럼 부모조차 “감당 못할 미친년”이다. 캐릭터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우선 두 작품의 작가가 같.. 더보기
[지금 TV에선]‘음악 예능’…노스탤지어의 일상화 MBC 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2’ 편,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토토가1’로 1990년대 가요 열풍을 일으킨 것이 지난해 1월이다. 이들이 불과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다시 ‘토토가2’를 제작한 것은 문화 전반의 복고 흐름이 여전한 강세라는 확신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확신은 젝키의 ‘커플’ ‘폼생폼사’ 등의 음원 차트 진입과 대중의 열띤 호응으로 증명되고 있다. 젝키가 ‘토토가2’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것은 꽤 합리적인 수순이다. ‘7080’은 이미 유효를 다했고, 2010년대 초 시작된 1990년대 복고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토토가1’로 재미를 본 터보·조성모·쿨 등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젝키·HOT 등 아이돌 1세대들이다. 젝키가 해체한 .. 더보기
‘언니들의…’, 누가 김숙 버스의 정통성 폄하하나 연초부터 등 성상품화 논란 프로그램으로 여성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던 KBS가 오랜만에 새로운 여성예능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제목부터 야심찬 가 그 주인공이다. 출연자들의 꿈 도전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이 방송은 김숙, 라미란, 홍진경, 제시 등 이른바 ‘세고 개성적인 언니’ 캐릭터로 주목받은 이들을 총집합시킨 캐스팅과 파일럿도 거치지 않은 과감한 정규 편성으로 KBS의 남다른 지원을 보여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KBS는 여성 집단 버라이어티의 시초격인 를 시작으로 꾸준히 여성예능을 선보이며 이 분야의 계보를 만들어왔다. 가 여성 버라이어티로는 KBS 이후 지상파에서 8년 만에 신설된 정규 프로그램이라지만, 좀 더 범위를 넓히면 그 사이에 나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비록 여성을 엄마, 할머니 등의.. 더보기
[문화비평]사라지는 ‘텍스트’들의 함의 ‘텍스트’라는 단어는 대중문화나 방송영역 내 특정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의 역할을 논할 때 종종 활용된다. 주지하다시피 텍스트는 일련의 의미와 가치를 특정한 교직으로 조밀하게 엮어낸 대상을 일컫는 용어이자, 그러한 구현물이 발휘되는 사회 내 다기한 쓰임새와 의미작용의 함의를 진단할 때, 근간이 되는 단위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텍스트 비평의 갈래 속에, 언론이 제시하고 조명하는 일련의 사안을 상세하게 탐구하는 매체비평이 포함된다. 매체비평은 뉴스의 생산이나 언론이 주도하는 특정 사회정치적인 이슈의 조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수용자들에게 제공되는지의 특성과 역할의 맥락성 그리고 명과 암을 세밀하게 진단하는 특화된 작업이다. ‘비평’과 ‘검증’을 뜻하는 크리티시즘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판단을 내리고, 잘못을 가려낸.. 더보기
[지금 TV에선]힙합의 맨얼굴 ‘힙합의 민족’ 처음 (JTBC)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할머니들의 랩 배틀’이란 소재에 누군가는 흥미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지는 않았다. 실제로 출발은 장난이었다. 송광종 프로듀서는 제작발표회에서 “재미있을 것 같아 장난삼아 얘길 던졌”는데, “후배들도, 국장도 하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에,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듯한 ‘신구 세대 간 조화’라는 흐름까지 맞아떨어졌으니, 프로그램의 탄생을 위한 조건은 갖춰진 셈이었다. 마침내 뚜껑이 열린 에 노인이나 힙합 음악을 희화화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들은 진지했다. “무리수”, “힙합이 하다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는 세간의 우려를 프로그램 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