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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에선]‘공항 가는 길’ 진화하는 불륜의 사회학 KBS 수목드라마 이 호평받고 있다. 베테랑 승무원 최수아(김하늘)와 건축학과 시간강사 서도우(이상윤)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이른바 ‘불륜드라마’다. 수아와 도우에게는 각자의 가정이 있다.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기혼남녀의 만남임에도, 드라마는 격조 높은 연출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로 승화시킨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진화하는 불륜의 사회학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막장드라마로 인식되는 불륜드라마는 가족이데올로기, 남녀관계, 섹슈얼리티 등의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정치사회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김수현 작가는 (1978)에서 기존의 여성 수난기로서 불륜 서사를 여성 복수극으로 다시 썼고, 중산층 신화 만들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의 (1988)에서는 불륜.. 더보기
[문화와 삶]초대권과 음악 선물 지난 9월28일 발효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음악계를 비롯한 공연예술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공연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던 초대권이 많은 경우 이 법에서 금지하는 부정청탁, 나아가 뇌물로 간주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 시행에 맞추어 어느 공연 기획사가 12월로 예정된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예매 티켓 박스를 열면서 원래 30만원이었던 2층 로열석 좌석 티켓 가격을 2만5000원으로 조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통 두 장씩 제공되는 초대권이 ‘청탁금지법’의 예외조항에 속하는 ‘선물’의 한도 금액인 5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는 한국사회에서 일상화되어버린 청탁과 뇌물 문화의 척결에 있지만, 동시에 ‘선물.. 더보기
[문화비평]김영란법과 공짜티켓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9월28일부터 시행되면서 한국 사회가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평소 같으면 화환으로 꽃밭이 될 법했던 어느 현직 검사 결혼식장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화환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각종 로비와 접대로 만원을 이루었던 골프장이 평소 절반도 안되는 손님들로 한산했다. 김영란법이 야기한 사회적 파장은 문화예술계에도 적지 않다. 당장 공연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오랜 관행대로 공연을 후원한 기업과 단체, 주변의 지인들에게 제공된 초대티켓도 점차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공연 초대권도 선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영란법에 의해 5만원 이하의 공연에 대해서는 초대티켓 제공이 가능하지만, 초대권이 기본적으.. 더보기
[경향마당]스티브 유, 아직 그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 미국인 스티브 유. 그의 한국 이름은 유승준이다. 십수년 전 그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던 잘나가는 스타 가수였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 입대를 앞둔 병역 대상자였다. 그래서 그는 수차례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그가 2002년 일본 공연을 앞두고 병역 당국에 공연 후 바로 귀국하겠다고 각서까지 제출한 후, 공연이 끝나자 자신의 직업적 생명을 위한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남아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노라고 호언장담하다가 미국 국적 취득을 통한 그의 병역 기피는 당시 국민적 배신감을 초래했다. 정부도 유승준의 그러한 태도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가 우리 땅을 밟지 못하도록 입국을 금지했다. 그러자 그.. 더보기
[문화비평]대중문화와 역사재현의 명암 역사의 흐름과 주요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뇌하고 대응하는 인간 주체의 행태를 담아내는 대중적인 텍스트들의 생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영역에서도 일련의 역사적인 주제와 인물을 녹여내는 작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에만 해도 광해, 관상, 역린, 군도, 명량, 국제시장, 사도, 암살,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밀정, 그리고 고산자-대동여지도 등의 대중적인 관심을 크게 모은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문화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적인 소재들은 대중이 이미 인지하는 인물군이나 사건을 ‘탄력적’으로 재현하면서, 보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힘과 가능성을 상업적인 성공과 연계시킬 수 있는 주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집합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일제강점기를 .. 더보기
[지금 TV에선]‘혼술남녀’와 ‘미운 우리 새끼’ 사이의 ‘혼족’ 방송가에 ‘혼족’ 콘텐츠가 뜨고 있다. ‘혼족’은 홀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된 이들을 일컫는 말로, 주거개념인 1인가구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다. 이들 문화는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소수의 문화여서 크게 가시화되지 않았으나, 최근 1인 가구 증가, 바쁜 생활, 개인주의 문화 확산 등으로 보편화되면서 새삼 주목받는 트렌드가 됐다. 올해 들어 새롭게 등장한 ‘혼족’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여성 1인가구들의 공동주거생활을 그린 JTBC 드라마 ,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혼밥과 혼술이 일상인 이들을 다룬 tvN 드라마 , 혼밥을 소재로 한 올리브 채널의 두 예능 프로그램 와 ,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tvN 예능 등이 대표적이다. 눈여.. 더보기
[지금 TV에선]‘질투의 화신’, 마초적 세계의 ‘반반한’ 여자들 SBS 드라마 은 같은 작가 서숙향의 2014년작 와 궤를 같이한다. 고졸 학력에 돈도 ‘빽’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반반한’ 얼굴과 몸뿐인 여성이 마초 엘리트 남성과 나아가 ‘마초적인’ 사회를 구원하는 이야기. 의 주인공 표나리(공효진)는 외환위기로 벼랑 끝에 서 있던 1990년대를 살아낸 오지영(이연희)의 2010년대 버전처럼 보인다. 삼류대학 출신의 표나리는 이제 시대착오적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아나운서를 꿈꾼다. 표나리는 쇼호스트를 거쳐 계약직 기상캐스터로 방송국에 입성한다. 로 잘 알려진 작가 서숙향은 20대 입주 가사관리사를 그린 이후 엘리베이터걸, 미스코리아,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등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거나 사회적으로 전통적 여성상 안에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군의 여성들을 다뤄왔다. 서숙향은 .. 더보기
[지금 TV에선]‘무한상사 2016’은 왜 스릴러 였나 MBC 의 대표적인 장기 프로젝트 ‘무한상사’ 2016년판이 드디어 다 공개됐다. 김은희 작가, 장항준 감독 등 스타 제작진과 배우 김혜수, 구니무라 준, 이제훈, 가수 지드래곤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답게 안방극장 최대의 볼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무한상사 2016’은 의문의 ‘사원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김은희 작가 대표작인 tvN 을 비롯해 tvN , 영화 등이 패러디됐다. 미국 직장인 시트콤 의 소소한 패러디로 출발한 ‘무한상사’가 어느덧 한국 사회를 뒤흔든 문제작들의 흥행코드를 종횡무진하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것이다. 규모의 확장은 서사적 측면에서도 필연적이었다. 2011년 5월, 불합리한 직장문화를 풍자한 시트콤 ‘무한상사-야유회’ 편으로 시작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