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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문화비평]막장 드라마 결말, 시민 손으로 명색이 대중문화와 영상의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일련의 스토리텔링을 탐구하는 학자로서 탐사고발 프로그램이나 사극에 관한 분석을 주기적으로 수행한 바 있지만, 흔히 ‘막장 드라마’로 분류되는 장르에 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둔 적이 드물다. 아마도 각자도생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족제도 내부에 존재하는 숨겨진 비밀이나 이로 인한 첨예한 갈등이 서사를 이끌어가고, 파괴적인 감정의 충돌과 캐릭터들의 모진 대화들이 문양처럼 배어든 이런 유형의 텍스트를 감당할 자신감이나 선호도가 별로 크지 않았던 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두 달이 넘게 온 나라를 마구 뒤흔들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권력의 황당하고 무성찰적인 이면, 그것의 원색적이고 드라마틱한 속살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더보기
[문화와 삶]광장의 연말 연말이 실종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그랬을 리가’라는 의심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뉴스에 의해 상상 그 이상의 현실을 보여준다. 매주 한 차례씩 세 번이나 카메라 앞에 서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은 사태를 진정하기는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프로판 가스통을 투척하는 꼴이다. 촛불은 꺼지기는커녕 주말마다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헌법을 참호와 방패 삼아 버티겠다고 선언했다. 이러다간 정말 가족, 친구들 송년모임을 광장에서 하게 생겼다. 아니, 신년모임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회사원들이 빠져나간 주말의 광화문 식당가는 보통 영업을 하지 않지만, 요즘은 토요일 저녁 한 시간씩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게 예사다. 대한민국의 중.. 더보기
[문화비평]광장의 최전선, 예술인 캠핑촌 11월4일, 박근혜 퇴진 예술인 시국선언을 준비하던 중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로부터 송경동 시인이 긴급모임을 요청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직감으로 그가 시국선언 후에 뭔가 큰일을 벌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송경동은 항상 예술행동의 현장에서 급진적인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예술인 시국선언 후 텐트를 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예술인들이 광화문 최전선에서 싸우자고 했다. 물론 그의 옆에는 재난의 현장을 함께 지키는 동지들이 있다. 신유아·노순택·정택용·이윤엽 작가가 먼저 결단을 했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의 박점규·오진호 동지와 문화연대 이원재·이두찬 활동가 및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시국선언 마지막 순서로 송경동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예술가들은 .. 더보기
[지금 TV에선]‘그알’이 메우지 못하는 구멍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지금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은 그런 처지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후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현안과 탐사 보도는 실종된 지 오래다. 최근 금기가 풀리면서 첨예한 이슈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 22일 MBC 은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편을 방송했다.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만 뜨겁던 이슈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선정적인 편집, 기존 논의의 반복, 성문제 보도에 대한 안일한 감수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16일 방송된 KBS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편은 조금 달랐다. 탄탄한 취재와 구성으로 ‘검찰을 수사의 주체에서 객체의 자리에 놓아야 한다’.. 더보기
[문화비평]‘그것’을 더 알아내야 할 사유들 지난 토요일 90분 특집으로 방영된 SBS의 는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의문스러운’ 행적을 다뤘다. 그간 숱한 풍문이나 다양한 추론을 생성한 문제의 그 사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고됐을 때부터 뜨거운 대중적인 관심을 자아냈다. 실제 시청률은 인기 드라마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그리고 고군분투하면서 세월호 관련 일련의 문제점들을 탐구해왔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날 방영분은 앞서 언급한 사안의 규명과 관련된 새로운 팩트와 추론에 긴요한 연결고리를 제시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는 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획은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필수적인 합리적 의심과 추론을 위한 상당한 자.. 더보기
[문화와 삶]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지금 청와대에 계신 그분께서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날, 때맞춰 뮤지컬 영화 이 개봉되었다. 적어도 절반에 가까운(어쩌면 그 이상이었을) 한국인들에게는 참담한 선거 결과가 나왔지만, 그들의 정치 성향에 좀 더 호소할 만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편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선거 결과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혁명을 노래하는 영화를 보면서 ‘힐링 체험’을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작품 속 혁명 가요로 불리는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대선 직후부터 이어진 여러 촛불집회의 운동 가요로 들리기 시작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런 듯도 하다. 하지만 당시 이 노래 속의 ‘민중’이라는 단어는 적잖이 낯설게 들렸다. 민중은 이미 한국의 ‘.. 더보기
[문화와 삶]광장에서 듣고픈 노래 음악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낮밤을 바꿔 산다. 직장인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오전 11시가 그들에겐 새벽이다. 얼마 전 낮 12시에 결혼한 어떤 음악인은 결혼식 전날 단체 문자를 돌렸다. ‘제발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말고 하루만 일찍 일어나주세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잘 뭉치지 못한다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는 스태프 수십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단체 작업인 반면 음악은 개인 또는 소수의 작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생겨난 습성일 거다. 그렇게 개별적인, 밤의 삶을 사는 음악인들이 지난 8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 나타났다. 이 자리에 모인 음악인 50여명은 ‘음악인 시국선언’을 읽어나갔다. 선언에 동참한 이들은 약 2500여명. 현대사의 길목마다 많은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음악인’의 이름을 .. 더보기
[지금 TV에선]사극, 허수아비 왕의 시대를 말하다 사극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춘다. 같은 시대나 주제를 다루는 사극들이 특정한 시기에 쏟아져 나온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당대의 사회상황과 긴밀한 관련을 지닌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말기의 정조 사극 열풍이 그렇다. KBS , MBC , 채널CGV 같은 작품들은 모두 개혁군주 정조의 고뇌와 갈등에 노무현 정부 개혁의 좌절을 투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유행한 인조 사극들도 마찬가지다. SBS , MBC , KBS 등 10여편에 달하는 인조 연간 사극 대부분이, 왕의 실정으로 파탄 난 민초의 삶과 혁명의 서사를 그려냈다. 당시 민주노총이 발표한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 4년’ 보고서에도 드러나듯 갈수록 악화된 서민 삶의 질과 그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조선 최악의 왕 중 하나로 꼽히는 인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