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몰래카메라, 갑질 카메라 한동안 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개인용 비디오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시청자 자신이 경험한 아찔한 상황을 직접 찍어 제작진에게 보낸 영상을 방송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진행하는 상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몰래카메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방송인지 모르고 한동안 크게 뜬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가, 제작진의 카메라를 발견하고 멋쩍게 웃어 넘기곤 했다. 타인이 당황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몰래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1990년대 제작된 적이 있다. 유명 인사들이 몰래카메라의 실험 대상이었는데, 몰래카메라를 통해 친한 친구와 함께 장난을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받기도 했고, 유명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 더보기 ‘본분 금메달’은 여성 혐오 예능의 끝판왕 연기 경력 23년차의 톱스타 최지우에게는 아직도 신인 시절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1997년 인기리에 방영되던 KBS (이하 )에서 겁에 질려 통곡하던 장면이다. 그 당시 잘나가는 진행자였던 개그맨 서세원이 여성스타들을 으슥한 곳으로 초대해 그들이 공포에 떠는 모습을 웃음 재료로 삼았던 는 여성가학예능 유행을 본격화한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년 뒤, 같은 방송사의 설 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방영된 은 이 사회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과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가짜 귀신에 경악하는 여배우의 무방비한 표정을 클로즈업하던 의 화면과 가짜 바퀴벌레에 기겁하는 여자아이돌의 소위 ‘굴욕’ 표정을 반복 재생하는 속 장면에선 시차.. 더보기 [성석제의 톺아보기]예능 전성시대에 살아가기, 살아남기 올 초 어느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들었던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말씀이 한 달이 지나도록 뇌리를 감돌고 있다. “20년 전, 나는 언젠가 음식과 요리가 예능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문학이 언젠가 예능이, 그것도 대단히 고급스럽고 존중받는 예능이 될 것이라고 말해둔다. 왜 그렇게 될 것인지는 묻지 말라.” 문학의 좁은 길을 평생토록 순례자처럼 걸어가야 하는 후학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었으리라. 평소에 남다른 혜안을 가졌다고 느껴온 분이라 선생의 예언이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때는 이야기도 시도 예능이었다. 춤, 판소리, 살판, 활쏘기, 심지어 검투사끼리 치고받고 찔러 죽이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조차 예능이었다. 중국 주나라 때의 육예(六藝 :.. 더보기 [문화비평]‘사형 임박’ 테이크아웃드로잉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지금 강제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집행관이 들이닥쳐 작품과 집기를 들어내고 공간의 흔적을 지워버릴지 모른다. 강제집행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이란 ‘삶-예술’의 공간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형집행이다. 강제집행은 그곳에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있었다는 흔적을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분노와 냉소의 싸움 끝에 강제집행이란 절차가 완료되면, 작품들이 사라지고,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대자본의 상업공간과 스치듯 지나가는 소비대중들로 대체될 것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에 대한 사형집행은 공간도 죽이고, 사람도 죽이고, 예술도 죽인다.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1년 가까이 원치 않은 농성을 하는 최소연 대표와 예술가들은 마치 사형수의 심정으로 언제 .. 더보기 [지금 TV에선]‘성실한 염세주의자’ 이경규의 직장생활 10여년 전 잠시 한국을 떠나 살던 시절, 문득 ‘아, 이경규 보고 싶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다. 애인도 엄마도 아니고, 이경규라니. 황당하지만, 이국의 낯선 침대 위에서 잠들며 나는 정말로 그가 그리웠다. 고향의 안온한 생활. 그 생활 속에 이경규라는 인물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래 죽 TV 속에 있었다. 지난주 KBS (나돌) ‘경규, 명수 매니저 되다’ 편의 그를 보는 것은 그래서인지 머쓱한 일이었다. 그날의 그는 30여년간 보았던 어떤 이경규와도 달랐다. 그는 낡아 못 입게 된 옷을 벗고 영 어색한 새옷을 입으려 애쓰는 사람 같았다. 까마득한 후배 박명수의 시중을 드는 매니저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도저히 마.. 더보기 [문화비평]쯔위 사건의 그림자들 석 달 전, 걸그룹 트와이스와 소속사 JYP 대표인 가수 박진영은 한 교복 광고에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여중·고생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했다는 비난과 함께, 이 광고는 며칠 만에 사라졌다. 선생님 역할이라던 박진영은 선글라스 아래 눈을 숨기고 교복 입은 트와이스 멤버들의 몸매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처럼 묘사되었다. 실제로 트와이스의 9명 멤버 대부분은 20살이 채 안된 청소년들이다. 그중에서도 대만 출신의 쯔위는 가장 어린 16살이다. 쯔위가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흔든 영상 하나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를 목격하면서 이 교복 광고가 생각난 이유는, 좁게는 박진영과 JYP가, 넓게는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이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명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걸그룹이건 아이돌 스타건,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자사가 만.. 더보기 [지금 TV에선]‘시그널’, 공감력 상실 시대에 보내는 간절한 신호 “미제사건이 왜 엿 같은 줄 알아? 범인이 누군지, 동기가 뭔지, 모든 게 밝혀진 사건은 힘들어도 가슴에라도 묻을 수 있지만, 미제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니까 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 같지.” 장기 미제사건을 다루는 tvN 수사드라마 에서 형사 차수현(김혜수)이 들려준 첫 회의 한 대사는 이 작품의 동기를 정확히 알려준다. 어떤 사건에서 범인을 찾아 단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은 냉철한 수사드라마인 동시에 인간의 상처에 공감하는 휴먼드라마임을 선언한다. 이는 첫 사건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김윤정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15년 만.. 더보기 [문화비평]‘응팔’ 현상의 함의와 곱씹을 것들 (이하 응팔)이 숱한 화제를 낳고 방영을 마쳤다. 쌍문동 골목에서 오손도손 서로에게 의지하며 꿈을 키워가던 5인방의 다채로운 사연과 성장담, 지금은 찾기 어려운 동네사람들이 나누던 온기와 훈훈한 유대감은 많은 이야깃거리와 애잔한 추억의 소환을 매개하기도 했다. 은 전작들이 성취한 성공적인 공식을 활용하면서, 재현의 축을 가족과 공동체로 풀어낸 수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먹거리를 수시로 나누고, 서로의 처소를 자기 집 드나들 듯 누비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얼굴 맞대고 풀어가는 이 봉황당 골목 사람들이 엮어내는 풍경은 향수 어린 밥상공동체와 우애의 장소성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의 따뜻한 정경을 보며 성인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기억 일부를 되새김질할 수 있었고, 청년층은 시간의 힘이 몰라보게.. 더보기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