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TV에선]‘프로듀스101’과 최종병기 소녀들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쇼 의 부제는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다.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이 ‘국민 걸그룹’이란 말에는 “월드클래스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K팝 아이돌”로서 “아시아를 대표할 차세대 초대형 걸그룹”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출연자들의 당락을 투표로 결정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호칭이 부여되고, 걸그룹 명칭 응모전은 ‘대국민 공모’로 불린다. 허세처럼 보이나, 사실 이 반복되는 ‘국민’이란 단어야말로 이 쇼가 품고 있는 온갖 논란의 키워드 중 하나다. 프로그램의 소개대로 이 시대 아이돌의 위상은 ‘10대들의 우상’이 목표이던 시절의 그것과는 다르다. 내수시장의 축소와 함께 위기 타개책으로 시도한 해외 진출이 제2의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면서부터 아이돌은 어느덧 ‘국가.. 더보기 [문화비평]‘창동 사운드’를 꿈꾸며 1960년대 초 영국 록음악, 이른바 브리티시 록의 성지가 된 곳은 다름 아닌 리버풀이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리버풀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함부르크, 상하이가 그렇듯 새로운 유행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문화 예술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 리버풀 출신 폴 매카트니,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가 1962년에 결성한 ‘비틀스’는 영국은 물론 유럽과 북미에 ‘비틀마니아’ 신드롬을 일으키며 리버풀을 일약 세계적인 대중음악도시로 만들었다. 비틀스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밴드 ‘롤링 스톤스’ ‘애니멀스’가 가세해 언제부턴가 이들의 새로운 밴드음악을 리버풀 사운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리버풀 근처의 맨체스터에는 이전의 록음악과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 더보기 [지금 TV에선]연기라는 예술의 기초공정 ‘배우학교’ “스스로 믿어졌니?” “난 믿어지지 않았어.” tvN 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다. 나의 표현을 상대에게 믿게 한다는 것. 관중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연기의 본질은 믿음인가? 대체 어떻게 하면 믿음이란 게 생기는 거지? 종종 배우라는 직업이 기묘한 자리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보지 않고 물속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점(혹은 지도를 봐도 못 본 척해야 한다). 순수해야 한다는 것. 무기를 장착하되 그것에 익숙해지면 안된다는 것. 창작자와 실연자(實演者)의 사이 어디쯤에 있는, 교묘한 예술 영역. 배우는 다름아닌 자신의 몸을 이용해 목적지에 다다라야 하므로, 100명의 배우가 있다면 100가지 연기론이 존재할 수 있다. 연기론이 작가론이나 연출론에 비해 드문 건 그래서일 것이다. 는 배우와 연기라는 .. 더보기 [청춘직설]여자는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는가 요즘 방영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을 챙겨 보고 있다. 그리고 가급적 남편과 함께 시청하려고 한다. 김숙·윤정수 커플의 ‘가모장숙 놀이’가 정말 통쾌하기 때문이다. ‘가모장숙, 퓨리오숙’이라 불리는 김숙의 말들이 어록이라 불릴 만큼 여성들에게 갈채를 받고 있는 것은 “남자 목소리가 어디 담장을 넘어” “남자가 조신하게 살림이나 해야지” “집에 남자를 잘 들여야 한다더니” “여자가 하는 일에 너무 토를 달아” 등의 일갈이 그간 축적된 여성의 불만을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박장대소에는 너무도 당연시했던 가부장적 관습에 대한 문제제기와 통렬한 전복에 대한 환호가 담겨 있다. 불편해하면서도 함께 낄낄대던 남편이 다음날 아침 슬그머니 널린 양말짝들을 빨래통에 넣는 걸 보면, 이에 대한 교육적 효과도 적.. 더보기 [문화비평]마이 국회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도 언젠가는 마지막회를 방영한다. 이 글이 실릴 때면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필리버스터 중계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니더라도, 영원히 진행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필리버스터 중계를 이나 , 심지어 에 비유했다. 인터넷 강의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비유한 반응들이 많았다는 것은 가장 정치적인 소재를 가장 (대중)문화적으로 소비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사실 지금의 정치·문화의 지형 속에서 정치의 예능화는 불가피하다. 정치를 비일상적 영역으로 밀어놓은 채 냉소와 독설의 침만 뱉는 것보다는 예능화가 훨씬 생산적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토크쇼에 나와 이름을 알리는 것은 정치인의 예능인화이다. 정치의 예능화와는 다르다. 정치적 사건과 논제에 관심을 갖고 웃기도 하고 이야기.. 더보기 [지금 TV에선]‘돌아와요 아저씨’, 왜 아저씨만 돌아오는가 SBS 수목극 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두 남자의 2개월간의 환생기를 그린다. 백화점 외벽의 세일 홍보 플래카드를 고쳐 걸다 추락사한 만년과장 김영수(김인권)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막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순간 비명횡사한 전직 조폭 한기탁(김수로)이 환생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위해 안락한 “천국행 티켓”도 보류하고 현세로의 짧고 위험한 귀환을 선택한다. 이 가운데 좀 더 무게 있게 조명되는 것은 김영수의 사연이다. 드라마는 그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피로한 것이었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직장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그를 무시하는 상사에게 치이고, 가정에서는 일밖에 모르는 그를 원망하는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김영수의 모습은 우리 시대 가장들의 측은한 초상처럼 그려진.. 더보기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그러한 현상과 흐름의 배경을 짚어낸 바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며 과도하게 노동하고 소비하는 삶 속에서, 시라는 존재는 어쩌면 이미 화석화되고 ‘잉여스러운’ 대상이 된 듯도 하다. 누군가는 일갈할지 모른다. 그깟 시 몇 구절로는 젖은 손수건도 말리지 못하며, 굳은 관성과 예단에 틈을 낼 수도 없다고. 스마트폰이 순식간에 가져다주는 정보와 쾌락의 바다에서, 소비와 스노비즘이 새로운 상식이 된 삶의 낯익은 풍경 속에서 시란 존재는 독자를 끌 수 있는 힘을 잃었고, 독자는 자신의 귓가에 와서 속삭이는 숱한 광고와 홍보, 그리고 선동과 부추김 속을 부유하기도 한다. 한 시절 번지는 어둠과 폭력 속에서 섬광과도 같은 역할을 발산하던, 불온한 현실에 침을 뱉으라.. 더보기 인종 불평등에 저항하는 대중음악 1977년 국내에서도 방영한 드라마 덕분에 국내 기성세대들에게 가장 친숙한 흑인의 이름은 ‘쿤타 킨테’일 것이다. 당시 얼굴이 조금만 까무잡잡해도 그에게는 자동으로 쿤타 킨테라는 별명이 붙곤 했다. 알렉스 헤일리의 동명 소설에서 쿤타 킨테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왔지만 노예 이름을 거부하고 백인지배 사회의 흑인에 대한 혹독한 억압과 차별을 견디면서 ‘아프로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지키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인종문제가 잠잠한 듯한 상황에서 미국의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는 지난해 ‘킹 쿤타’라는 노래로 오랜만에 쿤타 킨테를 소환해 민감한 인종 불평등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 곡이 수록된 켄드릭 라마의 앨범 는 힙합을 중심으로 펑크, 재즈 등을 화학적으로 교배해 음악 예술성의 개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 더보기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