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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유감 고속열차 KTX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에 내리면 여행 필수코스의 하나로 ‘여수 밤바다’를 내건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여수 바다 야경이 주는 낭만적인 멋은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지만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여수시 지정 공식 명소로 된 것은 분명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곡 ‘여수 밤바다’ 덕분일 것이다. 대중가요의 광대한 영향력이다. 이 그룹의 또 다른 히트작 ‘벚꽃 엔딩’으로 가면 그 파괴력은 더 커진다. 2012년에 나온 이래 해마다 벚꽃 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울려퍼지며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버스커버스커를 이끈 장범준은 이 곡으로 지금까지 46억원의 저작권료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누구 말대로 벚꽃연금이다. 이후 ‘봄 사랑 벚꽃 말고’ 등 이 곡의 자장에서 벗어나거나 넘으려는 무수한 곡들이 쏟아져 나왔.. 더보기
[지금 TV에선]‘동네변호사 조들호’…법조계 최강 슈퍼히어로 법조인은 늘 한국드라마 속 최고 인기 직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법정드라마는 한국에서 가장 척박한 장르에 속한다. 그동안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대개 ‘법원에서 연애하는 판타지’에 가까웠던 탓이다. 전문직 드라마에 좀 더 강한 전문성을 요구하게 된 지금에도 판타지적 속성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로맨스 대신 정의 구현을 외친다는 점이다. ‘법원 연애물’은 가고 ‘법조 영웅물’의 시대가 왔다. KBS 수목드라마 는 이러한 법조 영웅물의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기소율 백프로”라는 전설적 기록의 소유자 조들호(박신양) 검사는 검찰 윗선의 “메이저 스폰서”인 재벌회장을 횡령죄로 기소했다가 오히려 뇌물수수 혐의로 전과자가 된다. 출소 뒤 방황하던 조들호가 과거 자신의 과오 때문에.. 더보기
지상파의 길, ‘마리텔’의 길 MBC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이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이다. 초창기만 해도 이 프로그램의 ‘새로움’이라면 모를까 ‘지속성’을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단지 인터넷 방송의 1인 BJ 포맷을 TV 안으로 끌어들인 신선한 사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은 뜻밖에 문화적 주도권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았다. 지상파 TV라는 한계가 역설적으로 찾아낸 ‘제3의 언어’가 그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에는 인터넷 생방송, 1인 미디어, 채팅창과의 소통, 최신 인터넷 ‘드립’과 개그 요소 등 각종 인터넷 서브컬처가 녹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취하는 태도는 지극히 지상파의 것이다. 제작진은 이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 지상파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넷 생방송도 중요하지만 본방송을 재미있게 만드.. 더보기
[지금 TV에선]‘욱씨남정기’ 욱다정이 ‘자발적 마녀’가 된 이유 갑질의 시대’에 ‘을’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JTBC 금토드라마 가 2년 전 같은 소재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tvN 드라마 과 비견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비정규직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를 중심으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 받았다면, 는 대기업의 만년하청업체 러블리 코스메틱이 ‘갑의 횡포’에 맞서고자 하는 자립기를 유쾌하게 그려내 ‘코믹판 ’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는 통쾌한 판타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능력 있고 당당한 슈퍼영웅 여성노동자라는 점에서 보다는 KBS 에 더 가까워 보인다.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고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거침없는 여자” 욱다정(이요원)의 캐릭터는 상사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을 연상시킨다. 욱다정이 분노.. 더보기
[로그인]‘태양의 후예’와 대리 애국 느닷없는 광풍이 몰아닥쳤다. 드라마 다. 진원은 특전사 중대장 유시진을 연기하는 배우 송중기. 화면 안에서 미소짓고 있는 그에게 이 땅 여인네들의 영혼이 사로잡혔다. 신학기를 맞아 서먹함과 눈치보기에 피곤하던 젊은 엄마들의 거리감은 이내 사라졌고, 찜질방 옆자리에 누운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조차 든든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송중기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인터넷에는 ‘금요병’(드라마가 수·목요일 방송된다)이 생겼다는 하소연부터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남편 뒤통수만 봐도 괜한 부아가 치민다는 고민글까지 올라온다. 허상인 드라마 캐릭터에 뭐 그리 유난을 떠냐고?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방송되는데 거긴 더한 것 같다. 송씨부인을 뜻하는 ‘송타이타이’를 자처하는 처자들이 넘쳐난단다. 오죽했으면 당국이 나서서.. 더보기
[사설]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맡겨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계약 만료 직전에 위촉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하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 영화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9개 영화단체로 구성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영화제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24일에는 부산영화제 참가 감독 146명이 ‘어떤 부당한 간섭에도 영화제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의 영화제”라며 “임기만료 직전의 위원장이 무더기로 위촉한 사람들이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 시장의 발언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적절하지 않다. 유네스코는 2014년 부산을 세계 3번째의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했다.. 더보기
‘시그널’이 우리에게 보낸 신호 얼마 전 16부작으로 종영한 tvN 드라마 의 가장 무시무시했던 회차는 15회였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은 영원한 악의 트랩에 갇혀 허망한 달리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단지 다시 시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아올려지는 듯한, 반복되는 장면들. 과거의 이재한 형사(조진웅)와, 현재의 박해영 경위(이제훈)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며 잘못된 과거를 바꾸려하고, 드디어 상위의 악을 향해 돌진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친 듯이 달리고 부딪치고 피 흘려도 그곳에 닿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까스로 바로잡은 듯했던 과거는 다음 순간 꼬리가 잘린다. 그 모든 발버둥에도 현실은 그대로다. ‘돈 없고 빽 없어서’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 박해영의 형은 계속해서 죽는다.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던 이재한 역시 줄.. 더보기
소외되는 최신음악 국내에서도 비틀스의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한 30대 초반 음악팬은 스마트폰으로 비틀스 음악을 듣는 만족감을 ‘간만의 음악적 축복’으로 표현했다. 비틀스에 관한 한 우리는 물론, 외국도 얼마 전까지는 CD를 사서 들어야 했다. 20~30대 이용고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소식을 보면 그동안 비틀스를 듣기 어려웠던 ‘밀레니얼’ 세대가 전설의 비틀스와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기성세대와 친숙했던 음악가들이 세월이 흘렀어도 대물림에 성공해 뒷세대와 무난히 접합하는 것은 세대 동행과 다양성 확대의 측면에서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젊은이들도 “소비로 흐르는 요즘 음악보다는 옛날의 순수한 음악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1970~80년대, 흔히 음악의 전성기로 불리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