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TV에선]‘미운 우리 새끼’의 이상한 모성 최근 몇 년간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송가에서 ‘세대 간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청률에 기여할 뿐더러 공익성 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자주 선택되는 소재는 단연 ‘가족’. ‘엄마의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부제를 내건 SBS 예능 프로그램 는 가족 중에서도 전천후 치트키인 ‘엄마’를 내세운다. 엄마들이 모여 앉아 ‘평균 생후 509개월’의 ‘철부지’ 독신 아들(김건모, 김제동, 허지웅, 박수홍)의 일상을 관찰하며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나눈다는 구성이다. ‘엄마’라는 공감대와 출연자들의 확실하고 빠른 캐릭터 구축 덕인지, 지난주 정규 편성 첫 회 만에 금요 예능 1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독거남의 일상 관찰에 .. 더보기 [지금 TV에선]‘굿와이프’와 ‘아내의 자격’ ‘칸의 여왕’ 전도연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국내 첫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 주목받은 tvN 가 지난 27일 최종회를 마쳤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모은 결말은 김혜경(전도연)이 이태준(유지태)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부부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독자적 길을 가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혼으로 선을 그었다면, 속은 시원해도 또 하나의 진부한 한국식 ‘줌마렐라’ 결말로 남았을 것이다. 초반 호평에 비해 갈수록 원작의 진보성에 뒤진다는 평가을 받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제3의 길’을 택한 엔딩만으로 이 리메이크에 대한 점수는 조금 후해진다. 적어도 결말만 보면, 초반 기획의도에 충실하고자 한 제작진의 고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총 156편에 달하는 원작을 16부작으로 각색하면서 국내판은 원작의 복잡한.. 더보기 [지금 TV에선]‘언프리티 랩스타’가 가는 길 지난 19일 방송된 여성 래퍼 경연 프로그램 Mnet 4회는 평균 시청률 2.1%로 전 시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남성 래퍼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린 랩 경연대회 Mnet 의 ‘부속 프로그램’으로서 그 미미했던 시작을 떠올려 보면, 꽤나 인상적인 안착이라 할 만하다. 의 시작은 시즌 2 출연자 캐스퍼의 가사처럼 “쇼미더머니 시즌 사이 공백을 겨냥한” 막간 프로그램이었다. 시리즈의 전성기를 연 (2014)가 끝난 뒤, 화제의 여성 출연자들을 ‘재활용’해 만든 스핀오프 격 프로그램이 “그것보다 돈 돼서 어느덧” 시즌 3까지 왔고, 여성 래퍼들의 대표적 경연으로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의 성취는 양적으로 보다 많은 여성 래퍼들이 대중 음악 신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 더보기 [지금 TV에선]픽션이 하는 일, ‘W-두 개의 세계’ MBC 드라마 에서 가장 강력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의 연쇄는 4화의 끝부분과 5화에 이어 등장한다. 웹툰 의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자신이 속한 세계가 조작된 허구의 세계임을 알아차리는 각성의 순간, 그를 둘러싼 세계는 돌연 멈춰버린다. 강철은 ‘모든 것을 알아버린 죄로 받은 일종의 형벌’이라며 주저앉지만 이내 눈앞에 바깥 세계로 향하는 포털이 열린다. 그는 결연히 그 문을 통과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진짜 세계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그대로 그려진 인기 만화 를 읽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창조주인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를 찾아간다. 스스로 자아를 획득해 프레임을 찢고 나온 캐릭터와 캐릭터에 잡아먹힐까 두려워하는 작가의 대결. 는 여기에 작가의 딸인 오연주(한효주)를 개입시.. 더보기 [지금 TV에선]‘청춘시대’, 벽을 두드린다는 것 스무 살 은재(박혜수)는 대학 첫 학기를 맞아 지방에서 상경한다. 소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환경을 유독 두려워하는 그에게 서울의 모든 것은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난도 과제는 낯선 이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셰어하우스 생활이다. 설상가상으로 입주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불친절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은재의 룸메이트는 인사는커녕 포스트잇으로 경고나 남긴다. JTBC 금토드라마 는 다섯 여성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소통 문제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특히 이곳에 새로 입주한 은재의 시점으로 전개된 첫 회는 극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집에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다섯 여자가 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가 김애란의 .. 더보기 [문화비평]여기가 더 무서워요 한국 좀비영화라는 타이틀을 단 영화 이 KTX급의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큰 흥행을 한 미국 좀비 드라마 의 완성도와 좀비 재현방식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상업영화 의 완성도는 어떨지, 과연 한국에서 좀비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이 영화는 현재 개봉 5일 만에 관람객 500만명을 넘어서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대중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더보기 [지금 TV에선]‘인생게임-상속자’와 게임 바깥의 가능성 지난 17일 첫방송된 관찰 게임 버라이어티 SBS 는 ‘수저계급론’에 기반한 게임으로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9명의 일반인 참가자들이 현실 속 자신의 지위와 이름을 모두 지운 초기화 상태로, 새로운 룰이 지배하는 게임의 세계인 대저택으로 입장하며 시작된다. 룰은 간단하다. 9명의 참가자가 상속자-집사-정규직-비정규직의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고, 3박4일 동안 코인을 획득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다. 이들은 계층별로 차등화된 조건에 처해지며 마지막에 가장 많은 코인을 획득한 단 1명의 참가자만이 실제 상금 1000만원을 획득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 실험’ 형식을 통해 갑을관계, 불공정한 분배, 무너진 계층 이동의 .. 더보기 [지금 TV에선]로맨스 남주인공, 변해야 산다 “드라마가 대한민국 남자들 다 망쳐놨어. 뻑 하면 나쁜 놈, 미친놈이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에서 남주인공 박도경(에릭)을 향한 동생의 일갈이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남자들’이란 대목이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나쁜 남자 판타지’의 폐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대화는 은연중에 이 ‘폐해’를 정확히 드러낸다. “그래도 여자들은 나쁜 놈 좋아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놈이 나한테 애정을 준다? 그거 여자들 뻑 가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이 판타지를 신봉하는 이들은 다 애인이 없고, 그 이유를 자신이 나쁜 남자가 아니어서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의 사례처럼 근래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나쁜 남자 판타지의 균열이다. 그동안 로맨스의 남주인공은 ‘차도남’.. 더보기 이전 1 ··· 64 65 66 67 68 69 70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