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TV에선]한끼줍쇼, 강호동이 이경규를 만났을 때 강호동은 2012년 복귀 후 혹독한 나날을 보내왔다. 단 1년을 쉬었을 뿐인데, 예능 생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를 밀어냈다. 그가 맡은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조기 종영했고, 그나마 자존심을 세워주던 마저 끝이 났다. 이로써 강호동의 지상파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JTBC , 올리브TV , 그리고 지난주 시작한 JTBC 가 전부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저녁 한 끼를 얻어먹는 프로그램 는 강호동이 더 이상 ‘국민 MC’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한다. 그는 ‘전 국민 MC’다. 제작진은 그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무작위로) 가정집의 벨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다 아는 사람이어야 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강호동의 쓰임새가 진행 능력, 개그 감각이.. 더보기 [문화와 삶]‘키아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아트페어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다. 며칠 전 올해의 키아프 전시가 끝났다. 나는 프리뷰 때와 전시 기간 중에 한 번, 그렇게 모두 두 번을 보았다. 드넓은 전시장의 벽면에 촘촘히 걸린 그 많은 작품들을 비교적 빠르게 둘러보는 데도 대략 4시간여가 걸렸다.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그래도 한 자리에서 다양하고 수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자 최근 미술시장의 동향과 선호되는 작품 및 작품가격, 그리고 각 화랑들의 안목과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에 그런 수고로움은 필요해 보인다.키아프는 분명 볼거리를 안겨준다. 그러나 보람은 별로 없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재미없는 전시였다. 너무 평범한 작품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의 양산,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 더보기 [문화비평]말이 말이 아닌 기이한 세상 주지하다시피 정치권을 흔드는 새로운 시험판이자 급조된 정국돌파용 ‘블랙홀’로 떠오른 개헌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비선 실세’와 두 개의 재단이 중심이 된 숱한 의혹과 논란들, 그리고 한 여대생이 받은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특혜’에 대한 관심을 결코 접을 수는 없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통칭되는 일련의 쟁점들 속에 권력남용, 국정농단, 불법과 비리의혹, 진상규명, 윗선 등과 같은 단어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보도와 공적영역을 넘어 일상의 대화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회람된다. 어떤 공적인 직책도 위상도 없는 한 여인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행사된 권력 작용의 은밀한 이면과 기이한 행태가 똬리를 틀고, 다양한 추론과 해독을 생성하고도 있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채는 ‘최강순실 넘버원’이라는 관련 기사.. 더보기 [지금 TV에선]‘소사이어티 게임’, 헬조선 최후의 생존게임 3년 전 MBC 군대 예능 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른바 ‘날것’의 재미를 위해 더욱 혹독한 조건을 찾아가는 리얼 예능의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당시 ‘한겨레21’에 실린 김완 기자의 리뷰에서는 “군대보다 더한 ‘리얼’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감옥’뿐일 텐데, 예능이 ‘감옥’을 소재로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말하며 이 쇼를 가혹한 리얼 예능의 ‘끝판왕’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리얼 예능의 흐름은 단순히 자극적 재미를 노리는 방송의 상업성 차원을 넘어선다. 이러한 예능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극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라는 목표는 현실에서 치열한 생존게임을 치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속성과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리얼 예능의 잔혹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보기 [사설]암암리에 묵인돼온 문화계 성폭력 문화 달라져야 문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씨와 시인 박진성씨 등의 실명이 SNS에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전직 출판 편집자는 박범신씨가 출판사 편집자, 여성팬, 방송 작가들과의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적 농담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박범신씨는 어떤 여성에게 “약병아리다. 먹지도 못하겠다”고 했고, 영화 의 여배우에게 ‘섹스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박진성 시인의 경우 시를 배우려는 여성들에게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 “색기가 도는 얼굴” 등의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자살하겠다”는 글을 남긴 뒤 걱정이 되어 찾아온 여성을 성폭력했다는 글까지 이어졌다. 박범신씨는 몇차례 수정·삭제를 거친 사과글을 남겼고.. 더보기 [문화비평]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너 이름이 뭐니?”라는 질문으로 잘 알려진 가수 양희은은 예능프로그램뿐만 아니라 MBC 라디오 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장수 진행자다. 배우이자 그의 동생인 양희경과 콘서트도 갖는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지만, 양희은이 수많은 금지곡을 지닌 가수라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최근 방송된 SBS 예능 에서는 수많은 도전자들이 양희은과 함께 ‘아침이슬’을 불렀다.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아침이슬’을 부르는 장면이 TV 화면에 가득 찼을 때, 감동은 배가되기도 했다. 이렇듯 ‘아침이슬’은 도전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인기가요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이 발표되었을 당시 대중들은 맘 편하게 노래를 즐길 수 없었다.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 더보기 [지금 TV에선]‘tvN10어워즈’…잘 만든 시상식이란 무엇인가 지난주 열린 tvN의 10년치 시상식 ‘tvN10어워즈’에 찬사가 쏟아졌다. “tvN답다” “할리우드 같다” “새롭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맞다. 참신하긴 했다. ‘노예상(노력하는 예능인)’ ‘로코킹&로코퀸상’ ‘메이드 인 tvN상’ 등 시상 부문은 새로웠고, 영상 디자인과 무대도 공들인 티가 났다. 코너와 형식을 다양화해 볼거리도 많았다. 그러나 ‘tvN10어워즈’가 눈에 띈 데는, 한국의 기존 시상식 문화가 워낙 척박했던 것의 영향이 가장 크다. 국내 방송사 시상식은 김빠진 지 오래다. 연예기자들 말고는 아무도 연말 시상식에 관심 없다. 귀띔받은 수상자만 참석해 기계적으로 박수치다 예정된 상을 받고 돌아간다. 옛날 같은 권위도 없다. 가족들이 모여앉아 꽃다발을 안은 채 눈물 흘리는 연기대상의 히로인.. 더보기 [문화와 삶]끝의 시작 지난 4일 홍대앞 라이브 클럽 ‘타’가 문을 닫았다. 9월 영업 종료를 발표하고 18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클럽 타는 고맙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공연을 했다. 이곳에서 종종 게릴라 공연을 했던 이승환을 비롯, 많은 밴드와 음악인들이 11년 역사의 끝을 함께했다. 4일에는 이 클럽의 운영자인 전상규와 김대우가 이끄는 와이낫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후엔 뒤풀이가 있었다. 여기서 공연을 하거나 관람했던 많은 이들이 생맥주통과 냉장고를 비웠다. 새벽이 깊어갈 무렵, 너나 할 것 없이 무대 위에 올라 술을 마셨다. 10년 동안의 암묵적 금기였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가기 직전, 킹스턴 루디스카의 최철욱이 트롬본을 꺼냈다. 그가 연주한 곡은 ‘Farewell’, 클럽 타에서 마지막 울린 곡.. 더보기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