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아트페어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다. 며칠 전 올해의 키아프 전시가 끝났다. 나는 프리뷰 때와 전시 기간 중에 한 번, 그렇게 모두 두 번을 보았다. 드넓은 전시장의 벽면에 촘촘히 걸린 그 많은 작품들을 비교적 빠르게 둘러보는 데도 대략 4시간여가 걸렸다.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그래도 한 자리에서 다양하고 수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자 최근 미술시장의 동향과 선호되는 작품 및 작품가격, 그리고 각 화랑들의 안목과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에 그런 수고로움은 필요해 보인다.키아프는 분명 볼거리를 안겨준다.
그러나 보람은 별로 없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재미없는 전시였다. 너무 평범한 작품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의 양산,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고 모방해내고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다. 물론 사이사이 좋은 작품들도 박혀있지만 그 숫자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니 어딘지 공허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2016 한국국제아트페어 주빈국인 대만 양쩡판 작가의 회화 작품 ‘수영장시리즈-리플렉션’ 2015
결론적으로 말해 좋은 작품들이 그만큼 부족했거나 볼만한 작품이 드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거의 매년 똑같은 작품들을 마주하는 데서 오는 지겨움, 그리고 결코 바뀌지 않는 안목과 취향을 접하는 데서 막막함 같은 것들이 벽처럼 서 있다는 느낌이다.
어째서 키아프는 늘 보는 작가들만을 반복해서 보여줄까? 아니 화랑들이 왜 특정 작가들만을 거의 변함없이 데리고 나올까? 그 작품이 시장에서 선호되고 잘 팔리기 때문일까? 과연 키아프에 나온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지니고 있는 걸까?
화랑협회는 이번 아트페어의 총 거래액이 약 23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80억원보다 31%가량 늘어난 금액이라고 한다. 덧붙여 화랑협회는 “관람객은 5만3000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나 실질적인 작품 구매층의 비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아트페어이기에 당연히 작품이 얼마나 팔렸느냐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지만 오로지 판매액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성공적인 아트페어가 되기 위해서는 화랑들의 안목, 작품을 선별하는 취향과 그것을 제시하는 방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아트페어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결국은 좋은 작품을 구입하겠다는 목적, 또는 매력적인 작품을 감상하겠다는 욕망이 우선될 것이다. 성공적인 아트페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결국은 그런 작품들을 선별하고 소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당연히 화랑이 해내야 하는 일이다. 화랑은 좋은 작가와 작품을 엄선하고 이를 시장에 선보이는 한편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미처 시장에 나오지 못한 좋은 작품들을 골라내는 날카로운 안목을 전시형태로 선보이는 일을 한다.
하지만 과연 키아프에 참여한 화랑들이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일까? 물론 화랑은 미술관이 아니고 작품 판매를 통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각 화랑이 내놓은 작품과 작품의 질적 수준에 참견하거나 간섭할 수는 없다. 키아프 조직위원회에서도 아마 이런 문제가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왜냐 하면 키아프가 권위 있는 아트페어로서 호평을 받고 전 세계의 여러 화랑들이 서로 참여하고 싶어 하며 거래액도 매우 높아지는 상황을 염원할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라도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어야 하며 전시디스플레이나 특별전시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세련되게 연출되면서 감각적인 차원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키아프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화랑들은 드물다. 따라서 키아프를 국제아트페어라고 부르기는 매우 민망하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아트페어에 나오는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한편 전시장의 디스플레이 수준 역시 개념 없이 그저 다닥다닥 붙여놓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다고 본다. 각 화랑들의 노력과 개선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보완하려는 시도 없이 연례행사로 키아프를 치러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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