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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그것’을 더 알아내야 할 사유들 지난 토요일 90분 특집으로 방영된 SBS의 는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의문스러운’ 행적을 다뤘다. 그간 숱한 풍문이나 다양한 추론을 생성한 문제의 그 사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고됐을 때부터 뜨거운 대중적인 관심을 자아냈다. 실제 시청률은 인기 드라마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그리고 고군분투하면서 세월호 관련 일련의 문제점들을 탐구해왔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날 방영분은 앞서 언급한 사안의 규명과 관련된 새로운 팩트와 추론에 긴요한 연결고리를 제시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는 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획은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필수적인 합리적 의심과 추론을 위한 상당한 자.. 더보기
[지금 TV에선]‘푸른 바다의 전설’, 천송이의 랩이 그립다 이번엔 ‘바다에서 온 그대’다. 3년 전 SBS 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박지은 작가가 그때의 주역인 배우 전지현과 함께 SBS 수목드라마 (이하 )로 돌아왔다. 가 조선왕조실록 에 기록된 미확인 비행물체 목격담을 외계인과 톱스타의 로맨스로 재탄생시켰다면, 는 조선시대 야담집 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비로운 인어와 꽃미남 사기꾼의 운명적 인연을 그려낸다. 별에서 온 외계인이 바다에서 온 인어로 대체됐을 뿐, 이계의 존재와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기본 구성은 같다. 작가의 자기복제가 아쉽다는 의견도 여기에서 나온다. 더 아쉬운 것은 여주인공 캐릭터의 퇴보다. 같은 배우가 ‘엽기 발랄’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의 천송이와 의 인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천송이는 모카라테의 ‘모카’와 문익점이 들여.. 더보기
[문화와 삶]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지금 청와대에 계신 그분께서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날, 때맞춰 뮤지컬 영화 이 개봉되었다. 적어도 절반에 가까운(어쩌면 그 이상이었을) 한국인들에게는 참담한 선거 결과가 나왔지만, 그들의 정치 성향에 좀 더 호소할 만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편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선거 결과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혁명을 노래하는 영화를 보면서 ‘힐링 체험’을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작품 속 혁명 가요로 불리는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대선 직후부터 이어진 여러 촛불집회의 운동 가요로 들리기 시작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런 듯도 하다. 하지만 당시 이 노래 속의 ‘민중’이라는 단어는 적잖이 낯설게 들렸다. 민중은 이미 한국의 ‘.. 더보기
[지금 TV에선]이것이 풍자인가? 이토록 빠른 장면 전환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헤이트 스피치 미디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개그, 예능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정의의 용사로 변신해 최순실 풍자를 봇물 터진 듯 쏟아낸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다시 열린 풍자의 전성시대’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연 지금 방송가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풍자인가? 풍자란 무엇인가. 유머를 통해 간접적으로 빈정거리는 것이다. 왜 간접적으로 빈정거리는 화법이 인류의 오랜 역사에 걸쳐 사랑을 받아왔나? 그 대상이 힘센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원본을 흉내 내고 조롱하는 것도 풍자의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고귀한 것을 비천한 것으로(혹은 그 반대) 전도시킬 때만 풍자로서 유효하다. 그동안 한국의 예능은 기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더보기
[문화와 삶]광장에서 듣고픈 노래 음악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낮밤을 바꿔 산다. 직장인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오전 11시가 그들에겐 새벽이다. 얼마 전 낮 12시에 결혼한 어떤 음악인은 결혼식 전날 단체 문자를 돌렸다. ‘제발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말고 하루만 일찍 일어나주세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잘 뭉치지 못한다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는 스태프 수십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단체 작업인 반면 음악은 개인 또는 소수의 작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생겨난 습성일 거다. 그렇게 개별적인, 밤의 삶을 사는 음악인들이 지난 8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 나타났다. 이 자리에 모인 음악인 50여명은 ‘음악인 시국선언’을 읽어나갔다. 선언에 동참한 이들은 약 2500여명. 현대사의 길목마다 많은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음악인’의 이름을 .. 더보기
[문화비평]국정 마비 공범, 공영방송들 참다못한 한 기자가 자판을 두드린다. “국장이 싫어하지 않을까, 부장에게 찍히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보도국”임을 한탄하고, “반발하는 기자들을 징계하고, 저항하는 기자들을 쫓아내고, 마음에 안 드는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이들을 비판하며, 보도국장의 퇴진을 명시적으로 주장한다. 사흘 전 MBC 보도국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라온 글이다. 또 다른 MBC 기자는 뉴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말조차 못 쓰게 했던 보도국의 분위기를 고발한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를 중지하라고 다그친다. 대통령이 KBS를 봤다며 압박을 한다. 그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 지난 6월이다. 청와대는 흔들거리고 KBS는 발칵 뒤집힐 줄.. 더보기
[지금 TV에선]사극, 허수아비 왕의 시대를 말하다 사극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춘다. 같은 시대나 주제를 다루는 사극들이 특정한 시기에 쏟아져 나온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당대의 사회상황과 긴밀한 관련을 지닌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말기의 정조 사극 열풍이 그렇다. KBS , MBC , 채널CGV 같은 작품들은 모두 개혁군주 정조의 고뇌와 갈등에 노무현 정부 개혁의 좌절을 투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유행한 인조 사극들도 마찬가지다. SBS , MBC , KBS 등 10여편에 달하는 인조 연간 사극 대부분이, 왕의 실정으로 파탄 난 민초의 삶과 혁명의 서사를 그려냈다. 당시 민주노총이 발표한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 4년’ 보고서에도 드러나듯 갈수록 악화된 서민 삶의 질과 그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조선 최악의 왕 중 하나로 꼽히는 인조 .. 더보기
[시대의 창]현대의 샤먼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 백남준은 1932년 서울 창신동에서 백낙승의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 육의전의 으뜸인 선전(비단상점)의 거상이었던 그의 할아버지 백윤수는 1916년에 대창무역주식회사를 설립해 선전의 여맥을 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기업 대다수가 단명했던 것과는 달리, 백씨 일가의 가족기업이었던 대창무역주식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1930년대 말에 사망한 큰형 백낙원의 뒤를 이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백낙승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중 일본군에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보를 통해 사업을 한층 확장했다. 해방 후에는 이승만에게 매달 50만원씩 생활비와 활동비를 대주는 것 외에 수시로 거금을 보냈다. 정부 수립 후에도 이 ‘후원금’을 끊지 않아, “달러에 벌벌 떨던 이 박사가 일본 기계를 들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