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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에선]‘도깨비’의 판타지, 드라마가 주는 ‘그것’ 김은숙은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주는 판타지가 무엇인지 잘 아는 작가다. 아무도 김은숙의 드라마에서 인간성의 탐구나 통속적 핍진함, 전복적인 예술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잘 세공된 캐릭터와 차진 대사, 적절히 선택된 배우의 감각적 구현, 인물 간의 절묘한 호흡과 리듬. 그리고 그것이 쉴 새 없이 공급하는 1시간의 판타지(“살다보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이 우리가 김은숙 드라마에 두 손 들고 기대하는 바다. 전작 , , 가 현실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이었다면, tvN 는 비로소 진짜 판타지의 세계로 넘어왔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공식은 그대로다. 다만 에서 “온갖 불행 소스를 다 때려 넣은 잡탕 같은 인생”의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에게 손 내미는 남자는 신적 존재인 도깨비(공유)다. 어디서든 촛불.. 더보기
[문화와 삶]광장의 연말 연말이 실종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그랬을 리가’라는 의심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뉴스에 의해 상상 그 이상의 현실을 보여준다. 매주 한 차례씩 세 번이나 카메라 앞에 서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은 사태를 진정하기는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프로판 가스통을 투척하는 꼴이다. 촛불은 꺼지기는커녕 주말마다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헌법을 참호와 방패 삼아 버티겠다고 선언했다. 이러다간 정말 가족, 친구들 송년모임을 광장에서 하게 생겼다. 아니, 신년모임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회사원들이 빠져나간 주말의 광화문 식당가는 보통 영업을 하지 않지만, 요즘은 토요일 저녁 한 시간씩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게 예사다. 대한민국의 중.. 더보기
[문화비평]환상 속의 아재 ‘아재’라는 단어가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돌출한 때는 지난봄이었다. 작년 12월엔 고작 112건의 기사에 등장했던 이 단어가 올해 1월에는 244건으로 늘더니 5월에는 1000건을, 7월에는 2000건을 넘었다. 4월부터 “아재 전성시대가 왔다”는 식의 기사가 등장했는데, 이들 기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준 ‘아재’의 정의는 ‘말이 통하는’ ‘친근한’ ‘귀여운’ ‘소통하는’ 중년 남성이다. 물론 ‘아저씨의 낮춤말’이라는 사전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누가 처음 이 용법을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고, 언론이 전유하여 재확산시켰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인 등이 확성기 노릇을 했고, 최근에 시작했거나 방영 예정인 등이 ‘아재 프로’로 분류된다.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2016년에 갑자기 .. 더보기
[지금 TV에선]‘역도요정 김복주’,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까 지난여름 SBS 에 출연한 역도영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만 5세 안시윤 어린이는 합기도 대결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을 가볍게 제압하고, 30㎏ 역기도 훌쩍 들어올린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맛있는 것만큼이나 역도가 좋다는 시윤양이 그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다. “왜 역도가 재밌어요?”라는 물음에 천진난만한 소녀 장사는 “무거워서”라고 답한다. 남들보다 뛰어난 최고의 능력이 아니라 그 분야 자체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몰두하는 마음을 진정한 재능이라 말하는, 그래서 종종 ‘덕후발굴단’이라 불리는 의 미덕이 잘 드러난 순간이다. MBC 청춘스포츠드라마 를 보다 보면 자주 이 화제의 장면이 겹친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너는 왜 역도를 하니. 열 살 때 아버지를 따라간 역도장에서 처음 들었던 바벨의 비.. 더보기
[문화와 삶]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금남로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문화계를 분탕질한 차은택의 범죄 행각이 드러나는 어수선한 정국에서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아문당)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아문당은 개관 전부터 예산삭감으로 직원 채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개관 직전 예술감독이 교체되는 등 파행 운영을 거듭했는데, 작금의 정국과 관련된 음모가 개입돼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다.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열린 개관 1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아문당의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했다. 그럼에도 준비 기간을 포함, 10여년 동안 총 7162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이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은 광주의 자랑거리다. 지난주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에서 광주를 찾은 어느 미디어 아티스트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는 아문당.. 더보기
[문화비평]광장의 최전선, 예술인 캠핑촌 11월4일, 박근혜 퇴진 예술인 시국선언을 준비하던 중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로부터 송경동 시인이 긴급모임을 요청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직감으로 그가 시국선언 후에 뭔가 큰일을 벌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송경동은 항상 예술행동의 현장에서 급진적인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예술인 시국선언 후 텐트를 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예술인들이 광화문 최전선에서 싸우자고 했다. 물론 그의 옆에는 재난의 현장을 함께 지키는 동지들이 있다. 신유아·노순택·정택용·이윤엽 작가가 먼저 결단을 했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의 박점규·오진호 동지와 문화연대 이원재·이두찬 활동가 및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시국선언 마지막 순서로 송경동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예술가들은 .. 더보기
[지금 TV에선]‘그알’이 메우지 못하는 구멍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지금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은 그런 처지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후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현안과 탐사 보도는 실종된 지 오래다. 최근 금기가 풀리면서 첨예한 이슈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 22일 MBC 은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편을 방송했다.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만 뜨겁던 이슈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선정적인 편집, 기존 논의의 반복, 성문제 보도에 대한 안일한 감수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16일 방송된 KBS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편은 조금 달랐다. 탄탄한 취재와 구성으로 ‘검찰을 수사의 주체에서 객체의 자리에 놓아야 한다’.. 더보기
[기고]문화예술교육에도 ‘백년지대계’를 최근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 공연 연습 현장에 프랑스 음악잡지인 ‘디아파종’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지역에서 운영되는 오케스트라를 해외에서도 다녀갈 만큼 좋은 모범사례가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컸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은 이제 해외에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모범사례를 보여줄 만큼 사회적으로 관심도 많아졌고 그 긍정적 영향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나는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 음악감독으로서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장기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중 하나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