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문화 대통령’이 되려면 김영찬 |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문재인, 안철수 두 대선 후보의 단일화 룰 협상을 위한 첫 모임이 지난 13일 서울 통의동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살벌한 정치 협상이 한옥 갤러리라는 문화적 공간에서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정치문화의 작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신선했다.그런데 과연 이들이 보여주는 최소한의 정치적 제스처만큼이라도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은 진화할 수 있을까.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이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은 과연 문화에 대해 어떤 담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출처; 경향DB)영화광으로 알려진 안철수 후보는 영화인들과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모임을 가졌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해 스태프들을 격려했는가 하면, 를 관람하고 나서.. 더보기 [임진모칼럼]대중가요 연성화를 경계한다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얼마 전 만난 한 록 밴드의 멤버는 “이번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음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얘기하는 달달한 음악이란 선율과 사운드가 편안하게 귀에 감기는 음악을 가리킨다. 록 밴드 본연의 강력하고 우렁찬 음악보다는 무난하게 잘 들리는 음악이 어쩔 수 없는 이 시대의 추세라는 설명도 곁들였다.확실히 근래 대중음악은 상당부분 연성화, 경량화의 경향을 띠고 있다. 음악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다. 부드러운 힘 혹은 서정성이란 수식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조금은 야들야들하고 심지어 나약하게 들리는 음악들이 많다.근래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다시피 한 재미에의 민감성도 이러한 대중음악의 경량화에 한몫한다. 여기에는 대중의 호응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이 크게 작용한다. 예술분야 쪽 .. 더보기 [문화비평]라잇 나우 민은기 | 서울대 교수·음악학얼마 전에는 싸이의 ‘라잇 나우(Right Now)’ 19금 판정과 해제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이제는 아이돌 스타들의 선정성에 대한 검열 논란이 뜨겁다. 외모로만 보자면 자기가 자유분방하게 생겼기 때문에 뜰 수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싸이와 서구 미녀들에 대한 우리의 오랜 콤플렉스를 단번에 날려버린 아이돌 스타들 간에는 분명 ‘간극’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둘이 대중음악에 대한 통제와 금지라는 똑같은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사실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 문화계는 외부 검열과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때로 그것은 자기 검열과 통제라는 병리적 현상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문화를 검열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뿌리 깊은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 이미 .. 더보기 [문화비평]1990년대 ‘감성 복고’ 김영찬 |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판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지형을 지배하는 주요 코드로는 복고( ), 동성애( ), 타임 슬립(time slip, )을 들 수 있다. 장르라는 측면에서 보면 팩션(faction)을 기초로 하거나 타임 슬립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서사구조를 지닌 로맨틱 판타지 형식의 퓨전 사극( )이 넘쳐나는가 하면, 메디컬 드라마( )가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위 ‘감성 복고’ 드라마의 등장이 단연 눈에 띄는데, 바로 지난 9월 종영한 tvN의 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의 문화적 기억과 경험을 소환하는 이 드라마는, 1990년대 후반에 부산에 살던 한 여고생과 친구들의 성장사이.. 더보기 [문화비평]음악의 마법 민은기 | 서울대교수·음악학 “음악은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고의 마법이다.” 에 나오는 알버트 덤블도어의 말이다. 가장 위대한 마법사인 덤블도어가 음악이 자신들의 주술보다 더 큰 마법이라고 하니 흥미롭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슬프게 할 수도 있으니까 음악이 마술과 같은 힘을 가졌다는 말일 게다. 특히 과거의 추억을 불러오는 데는 음악만큼 강력한 마법이 없다. 7080은 그 당시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온갖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주술어다. 최근에는 의 마술에 걸려, 30대들까지도 자신들의 10대 시절을 소환당하고 말았다. 아직도 충분히 젊은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음악의 마법은 강력했다. 그렇게 이제 그들도 복고의 대열에 들어왔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의 강력한.. 더보기 [임진모 칼럼]싸이, 보아·원더걸스도 못했던 빌보드 석권 가능할까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jjinmoo@hanmail.net1990년대 후반까지 길거리에서 버젓이 음악테이프를 팔았던 리어카상의 매출은 전체 대중음악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지분이 컸다. 정품 아닌 불법 음반을 파는 리어카상을 가리켜 사람들은 ‘길보드’라고 했다. 비록 불법이기는 하나 미국의 빌보드 차트처럼 음악의 인기흐름을 공정히 포착해 테이프를 제작한다고 해서 ‘길가의 빌보드’로 일컬은 것이다. 빌보드는 어떤 곡과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횟수를 정확하게 집계해서 순위를 매기는 잡지로 당대 음악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절대적 바로미터였다. 가요보다는 팝을 열심히 들었던 시절인 1970~80년대에 우리 음악인구는 빌보드를 마치 신주단지처럼 섬겼다. 음악을 꽤 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빌보드 차트.. 더보기 [문화비평]열려 있는 텍스트, 피에타 김영찬 | 한국외국어대 교수·문화연구 나는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거의 스무 편에 달하는 그의 영화들도 좋아하지 않기에 그의 작품세계는 영화 팬인 나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2000)과 (2001) 이후 10년 넘게 그의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대다수의 관객들이 느끼는 아득함과 왠지 모를 그 기분 나쁨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에서처럼 그의 영화가 드러내는 반여성적인 태도와 폭력적인 세계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거슬려서’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2010)가 1999년 한국영화의 중흥기가 시작된 이후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이창동이야말로 현재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더보기 [문화비평]‘짝퉁 라보엠’ 민은기 | 서울대 교수·음악학야외 오페라 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우려했던 것보다 더 참담했다. 이 정도면 굴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여름 밤, 정명훈과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펼치는 별들의 잔치’라는 화려한 선전문구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공연 시작 전부터 티켓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전체 7000여석 가운데 420석이 57만원짜리, 3000개가 넘는 좌석이 45만원짜리다. 입장권이 팔리지 않아 4회 공연을 2회로 줄였고, 그나마도 70% 이상 할인해서 팔았다. 이 정도면 할인이 아니라 거의 땡처리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티켓의 가격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니 가격이 비싼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게다가 보러 갈 것도 아니면서 굳.. 더보기 이전 1 ··· 97 98 99 100 101 102 103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