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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60년대식, 90년대식 한윤정 문화부 차장 yjhan@kyunghyang.com 세대론은 항상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전후세대니, 4·19세대니, 7080이니, 486이니(이들은 386에서 486으로, 유일하게 진화하는 세대다), X세대니, Y세대니, 88만원세대니 하는 구분들이 계속 이어져 왔다. 자연 세대는 30년이지만 압축 성장과 빠른 변화를 겪어온 우리 사회에서 문화적 세대 단위는 보통 10년이다. 지난해 ‘세시봉’ 바람이 불면서 7080 통기타 세대가 화려하게 부상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은 4·19세대와 X세대의 문화가 관심권에 진입했다. 전자는 1960년대, 후자는 199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세대여서 그들의 문화적 감각을 60년대식이라거나 90년대식이라고 해도 좋겠다. 60년대식의 대표 주자는 여전히 ..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욕망은 나이가 없다 김경 | 칼럼니스트 영화 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가는 길이다. 자동차로 무려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매우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게 얼마만인가 싶다. 극장에 가는 설렘이라니. 그도 그럴 것이 는 정지우 감독의 새 영화다. 내가 아는 한 그는 퇴폐와 도발을 예술적이면서도 매우 의미심장한 오락 영화로 섬세하게 조율할 줄 아는 감독이다. 특히 성인들을 위한 에로티시즘과 윤리의 문제를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러니까 당대의 규범이라든가 관행을 과감하면서도 매우 산뜻하게 위반하는 영화로 소신껏 만들기 때문에 나는 그의 영화만큼은 늘 극장에서 보곤 했다. 하다못해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는 등급 딱지를 보면서 성인으로서 내가 느끼는 일종의 자랑스러움과 흡족함을 경험하기 위해서도 나는 기꺼이 극장에 간.. 더보기
[문화비평]청춘의 우울과 청춘드라마 김선영 | 대중문화평론가 herland@naver.com 청춘드라마 전성시대가 있었다. ‘X(엑스)세대’라는 신인류가 등장한 1990년대 얘기다. 그 시대의 아이콘 ‘트렌디 드라마’는 그 자체로 청춘의 장르였고, 캠퍼스드라마와 청춘시트콤도 큰 인기를 누렸다. 최루가스 대신 세련된 패션과 자유로운 연애가 자리한 낭만 캠퍼스의 풍경에 청춘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면서도 때론 공감하고 때론 설레곤 했다. 전성기가 마감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마지막 청춘시트콤 시리즈의 한 대사는 그 원인을 짐작하게 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때….” 시트콤에서조차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외환위기 이후 그늘진 청년의 현실이 청춘드라마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청춘.. 더보기
[기고]한류, 상호주의적 교류가 필요하다 유정민 | 문화관광연구원 국제협력전문원 얼마 전 K팝에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깔려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해외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중문화 관련 영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한국의 예능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류 스타들이 흑인을 희화하거나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개인 블로그나 뮤직비디오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면서 캡처 사진과 동영상을 제시하면서 비난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을 올리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호응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라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전 지구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좁게는 콘.. 더보기
[문화비평]오바마의 스피치 김영찬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을 방문해 특별강연을 했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학을 방문한 것인데, 현 정부 들어 지난 몇 년간 사회적 소통 불능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을 대하는 미국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능력은 과연 어떨지 커뮤니케이션과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못 궁금했다. 이날 그가 다룬 주제는 예상과 달리 매우 무거웠다.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한국 교육의 우수성이나 세계무대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역할 등에 대해 연설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일관‘핵 없는 세상’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쏟아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그가 북한.. 더보기
[문화비평]오바마의 스피치 김영찬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을 방문해 특별강연을 했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학을 방문한 것인데, 현 정부 들어 지난 몇 년간 사회적 소통 불능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을 대하는 미국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능력은 과연 어떨지 커뮤니케이션과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못 궁금했다. 이날 그가 다룬 주제는 예상과 달리 매우 무거웠다.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한국 교육의 우수성이나 세계무대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역할 등에 대해 연설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일관‘핵 없는 세상’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쏟아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그가 북한.. 더보기
(42) 탈북 청년들 ㆍ“주민등록증도 나왔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투명인간 취급 받죠” 서울 남산 기슭의 여명학교 지하 2층 미술실.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여러 그림들은 이내 숨을 옥죄며 가슴을 짓눌러왔다. 감옥, 창살, 총칼 그리고 절망스럽게 묶여 있는 자신의 몸. “아이들이 이곳에 왔던 초기에 그린 그림들이에요. 시점은 각기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죠.”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의 설명은 그림에서 배어나오던 어렴풋한 공포를 현실적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탈북한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들에게 잡을 손이, 기댈 어깨가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절한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하루빨리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 때문에 학생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이현.. 더보기
[문화비평]상업방송의 비정함 김영찬 |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최근 공영방송과 민영방송(혹은 상업방송)의 차이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저널리즘의 영역이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관련된 경우였는데, 바로 2주 전 방영된 tvN의 와 SBS의 얘기다. 우선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에 출연한 김예림양의 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난해 Mnet의 최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이하 슈스케3)에서 상위권에 입상해 일약 유명해진 ‘투개월’의 김예림양이 나온다.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에서 매력적인 음색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스무 살의 이 가수 지망생이, 한창 전문가의 지도하에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엉뚱하게도 드라마에 출연해, 되지도 않는 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