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칼럼]아픔 속에 피는 희망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대중가요는 흔히 사랑과 이별 타령이라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사랑의 환희보다는 헤어짐의 아픔을 다룬 노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잘돼서 희희낙락하는 사랑보다는 역시 연정의 대상에게 퇴짜를 맞거나 이별을 당해 보답 받지 못한 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대중가요는 이러한 관계의 ‘비참 정서’를 반영함으로써 위로의 기능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이별의 쓰라림을 담은 노래에 특히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한 여성들의 공감지수가 높다. 요정으로 통하는 박정현의 노래 ‘미장원에서’는 이별을 맞은 여자의 기분을 너무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게 두 가지 삶이 있죠/ 그대 함께했던 인생과 나 홀로 살아갈 인생/ 나 이제 머리를 자르며 그 두 번째를 준비하지만….” 이 분야의 여왕이라고 .. 더보기 [문화비평]딴따라에게 날개를 민은기 | 서울대 교수·음악학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음대 학생식당을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이 ‘딴따라’ 식당이라고 불렀다. 음대생들을 얕보고 한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우리들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도 섞여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리라.그때 음대를 같이 다녔던 학생들은 졸업하고 무엇이 되었을까? 그 중에 조수미와 진은숙같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된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기성세대 음악가가 되었고, 또 적지 않은 경우 음악가의 꿈을 접었다. 어쨌든 소위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취직을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나 회한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취직을 하려고 음악을 전공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 더보기 [문화비평]기업광고의 ‘불편한 진실’ 박민영 | 문화평론가 요즘에는 특정 상품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홍보하는 이미지 광고가 많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착한 일은 기업이 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이를 테면 삼성은 섬마을에 보건진료소를 세워 주민을 돌보고, 가난한 대학생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준다. 포스코는 의료구호단체 의사들이 아프리카 오지까지 기차를 타고 들어가 봉사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채용에 앞장선다. ‘시니어가 자원’이기 때문이다.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한 광고들이다. 이러한 광고 효과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2008년 참여연대가 주최한 ‘CSR 노동지표 개발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운택 교수가 발표한 ‘CSR에 대한 노동자 의식.. 더보기 [문화와 세상]코미디 소재의 마르지 않는 샘물, 군대 이영미 | 대중문화평론가 오랜만에 ‘빵 터졌다’.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원 없이 웃었다. 공군 사병들이, 넓디넓은 활주로에서 눈을 치우며 “제설 제설 눈이 내려서/ 제설 제설 넉가래로 밀어”라는 가사로, 뮤지컬 영화 의 노예노동의 노래를 부르는 첫 장면부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제목도 멋지게 이다. 장발장의 애인 코제트는 폭설 때문에 어렵사리 면회를 왔는데, 제설 작업장에서 삽질해야 하는 장발장 때문에 안타까운 사랑 노래를 부른다. 와, 눈물 난다! 제설 작업을 감독하는 악독한 자베르는, 장발장에게 면회를 허락하지만 한 시간 안에 돌아올 것을 명하고, ‘허벌나게’ 뛰어가서 코제트 얼굴을 딱 10분 보고 돌아서려는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저 눈이 나보다 더 중요하니?”라며 슬픈 이별 노래를 부르고, .. 더보기 애니 영화, 국적도 알록달록해졌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ㆍ미·일 탈피, 제3국 작품 선봬… 감수성 풍부, 아이들에 인기ㆍ주5일 수업으로 시장도 확대… 방학 아니어도 흥행성적 좋아 애니메이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디즈니·드림웍스·픽사로 대표되는 미국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지브리 스튜디오로 상징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탈피해서 요즘엔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시아 작품 등 여러 국적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개봉작만 살펴봐도 국적의 다양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7일 개봉된 은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러시아 애니메이션이다. 14일부터 상영 중인 는 덴마크, 는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21일 개봉되는 는 태국의 프라파스 콜사라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2~3년 전부터 시작된.. 더보기 [임진모칼럼]대중과 멀어진 대중음악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록밴드의 역경을 그린 영화 는 10년이 훨씬 지난 작품이지만 모든 음악가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명대사를 남겼다. 음악에 삶 전체를 건 극중 인물 성우에게 친구가 던지는 말이다. “너, 행복하니? 그렇게 하고 싶은 음악하면서 살아서 행복하냐고. 우리 중에 지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행복하냐고?”비단 음악하는 사람들뿐이랴.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누구한테 불쑥 삶이 행복하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의 임순례 감독은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큰 질문’이라고 했다. 지금의 모든 가수, 연주자, 작곡가를 비롯한 음악관계자들 대다수가 이 물음에 영화 장면에서 성우가 그랬듯 분명한 응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더보기 [문화비평]골목의 음악 민은기 | 서울대 교수·음악학 새해 들어 노래 값이 많이 올랐다. 이제 노래는 음반이나 CD가 아니라 음원 상태로 거래되는 것이 대세인데, 그 음원 값이 40% 이상 인상된 것이다. 모든 물가가 올랐으니 이것도 오르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음악 애호가들의 불만이 크다. 가격을 올린 이유가 음악을 만든 사람들한테 수익을 더 많이 배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소비자가 더 지불하게 된 가격에 비해 창작자의 몫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원래 음악을 사고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이나 문학 같은 작품은 어쨌든 물건으로 남으니 돈을 주고 물건을 받으면 거래가 이루어진다. 상품이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빼면 다른 거래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음악은 한 번 울리고 나면.. 더보기 [문화비평]가요가 사랑타령뿐인 이유 박민영 | 문화평론가 노래가 전할 수 있는 사상과 감정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사랑 타령이다. 왜 그럴까? 가장 진부한 대답은 ‘사랑이 인간의 기본 정서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맞다. 사랑의 감정은 인간의 기본 정서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많은 정서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남녀 간의 사랑’이 대중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오늘날 대중가요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노래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송사와 인터넷 포털 같은 미디어 기업들은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 무엇을 유통시킬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런.. 더보기 이전 1 ··· 95 96 97 98 99 100 101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