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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뮤지컬 ‘위키드’가 준 놀라움 김영찬 |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는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우선 는 ‘오즈의 마녀들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우리에게 주디 갈런드 주연의 흑백영화로 잘 알려진 를 모티브로 하는 뮤지컬이다. 가 특히 놀라운 것은 소설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과 같은 예술 형식들 사이에 얼마나 다양한 관계 맺기가 가능한지, 하나의 스토리가 예술 형식들을 넘나들며 얼마나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는 영화 와 그 원작소설인 라는 두 원전에 기초해 쓴 ‘평행소설(parallel novel)’을 뮤지컬로 만든 것인데, 말하자면 대중적인 장르인 팬 픽션(fan fiction)에서 곧잘 시도되는 ‘외전(外傳)’을 뮤지컬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를 제인의 연인인.. 더보기
[문화비평]장동건 얼굴을 한 ‘꼰대 드라마’ 김선영 | 대중문화평론가 꽃미남 원빈을 아저씨라 부르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영화 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드라마가 있다. SBS 이 그것이다. 네 미남 중년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불혹의 아저씨’에게서 연상되는 기존의 이미지를 배반한 40대 남성 트렌디 드라마를 표방한다. 장동건이 연기하는 주인공 김도진이라는 이름이 원빈의 본명과 같은 것은 작가의 센스다. 남성판 로 불리는 은 이를테면 골드미스터 판타지를 보여준다. 업무의 스트레스와 가장의 무게로 복부비만에 시달리는 아저씨가 아니라 명품 보디를 근사한 수트로 감싼 꽃중년들의 세련되고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는 드라마란 얘기다. 하지만 그 4인방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대적 맥락과 동떨어진 판타지는 아니다. 도진, 태산(김수로), 윤(김민종), 정록(.. 더보기
[임진모칼럼]대학 축제와 음악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서강대 운동장 둘레의 나뭇가지에는 아마도 졸업반 학생이 쓴 듯한 ‘7년째 고교생’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나가며 쳐다보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둡다. 이 여섯자 짧은 글에 고교 3년 지옥에 이어 대학 4년마저 과제, 학점 그리고 스펙 쌓기에 매몰된 현재 대학생들의 씁쓸한 현실이 축약돼 있다. 10대에는 ‘입시’에, 20대에는 ‘입사’에 옥죄인 우리 청춘들의 우울한 초상이 눈에 밟힌다. 이 대학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초대가수 무대를 놓고 학생회와 학생들 간에 갈등을 빚었다. 이름이 생소한 인디밴드를 초청하려는 학생회와 유명 가수 초청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를 요구하는 일부 학생들 사이의 의견대립이었다. 이러한 대치상황이 근래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니다. 적어도 거대담론이.. 더보기
[문화비평]고영욱과 아이돌 판타지 김선영|대중문화평론가 개봉을 앞둔 영화 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다큐멘터리다. 소녀시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정상급 아이돌 스타들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SM 대표 스타들이 힘겨웠던 연습생 시절을 거쳐 최고의 아이돌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SM은 이 성공담의 정점에, 꿈의 무대라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월드투어 공연을 위치시켰다.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의 자본으로 제작된 이 작품이 일깨워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아이돌 성공신화가 어느덧 블록버스터급 서사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아이돌 성공신화에는 이 시대의 지배적 양식인 자기계발과 생존의 서사가 압축적인 형태로 드러나 있다. 어린 나이에 오디션.. 더보기
[공감]베트남전 작가의 끝나지 않은 슬픔 한윤정 | 문화부 차장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을 인터뷰하기 위해 하노이에 다녀왔다. 바오 닌의 장편소설 (아시아)이 국내에 출간됐기 때문이다. 처음 출판사로부터 출장 제안을 받았을 때 좀 의아했다. 이 소설은 베트남전을 그린 작품인 데다 출간 연도가 1991년이다. 1999년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가 절판됐다. 37년 전에 끝난 다른 나라의 전쟁, 21년 전에 나온 소설, 유일한 장편을 쓴 뒤 칩거하는 작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안되는’ 소재였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한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적 작가들이 집필 중인 원고를 장별로 쪼개 보내면 번역을 진행해 원전과 거의 동시에 나오는 사례가 심심치 않다. 그러나 지난 10일 바오 닌을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작품은 여..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애덤 스미스의 ‘리넨 셔츠’ 김경 | 칼럼니스트 2년 전 이맘때 얼떨결에 프라다의 뱀피 드레스를 샀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프레스 세일이라지만 평소 내 취향으로 봐서 귀신에게 홀린 짓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 뱀의 피부라니, 게다가 가슴 선이 명치까지 시원하게 파여 있어서 지나가던 개도 내 가슴 사이즈가 알량하다는 걸 다 알 판이다. “이거랑 같이 입으시면 되어요.” 홍보담당자가 건내주는 걸 살펴보니 이건 마돈나나 레이디 가가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브레지어다. 벌집 모양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검정색 특수 브라.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재미로 한 번 입어보고는 싶었다. 그런데 웬걸. 그걸 입고 나오니 함께 간 편집장의 얼굴이 단박에 환해진다. “야 사. 딱 니 꺼야. 세계적인 하이 패션지의 편집 차장이 그 정도는 입어줘야지.” 그 말에.. 더보기
[문화비평]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 김영찬 |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지난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다녀왔다. 햇수로 따져보니 어느 영화 제목처럼 꼭 ‘7년 만의 외출’이다.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빴는지 2004년 전주,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이후 국제영화제에 갈 엄두를 못 내다가, 실로 오랜만에 학생들과 들뜬 마음으로 여성영화제가 열리는 신촌으로 갔다. 비오는 일요일 저녁이었는데도! 그런데 하필 내가 점찍어 두었던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며칠 후 다시 여성영화제를 찾았다. 이번에는 절반의 성공. 이날 본 프랑스 영화 역시 수작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흠모하던 지적인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의 문화적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 더보기
[임진모 칼럼]‘복고 열풍’의 그늘 임진모 대중문화평론가 jjinmoo@hanmail.net 3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성공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영화 (감독 이용주, 주연 한가인·엄태웅)은 남성 듀엣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써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 곡은 거의 20년 전인 1994년에 나온 노래다. 언론은 이제 ‘돌아온 과거’의 시대적 중심이 ‘7080’에서 ‘8090’으로 이동했다면서 ‘복고’ 열풍의 분석에 열을 올렸다. 대중음악계에서 복고가 뚜렷하게 포착된 것은 재작년 가을부터 불어닥친 ‘세시봉 콘서트’와 이듬해 벽두를 강타한 (나가수) 같은 방송 오디션 프로가 득세하면서부터였다. 세시봉 열풍은 1970년대 초중반 유행한 포크의 재림이었고, 오디션 프로들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와 신중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