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고의 마법이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알버트 덤블도어의 말이다. 가장 위대한 마법사인 덤블도어가 음악이 자신들의 주술보다 더 큰 마법이라고 하니 흥미롭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슬프게 할 수도 있으니까 음악이 마술과 같은 힘을 가졌다는 말일 게다. 특히 과거의 추억을 불러오는 데는 음악만큼 강력한 마법이 없다. 7080은 그 당시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온갖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주술어다. 최근에는 <응답하라 1997>의 마술에 걸려, 30대들까지도 자신들의 10대 시절을 소환당하고 말았다. 아직도 충분히 젊은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음악의 마법은 강력했다. 그렇게 이제 그들도 복고의 대열에 들어왔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의 강력한 주술은 특히 10대에 들었던 음악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10대가 음악에 가장 몰입하고 열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조하게 10대를 보낸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1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빠져들었던 시기다. 자기가 열광했던 대상이 HOT든, 서태지든, 이선희든, 조용필이든 그들의 열혈팬들은 모두 과거의 10대들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때는 11세 무렵이며, 이때부터 음악에 대한 몰입이 지속되다가, 대략 20세가 되어야 끝이 난다. 10대에게 음악은 그들의 젊음의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돌파구이다.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10대들은 자신들이 듣는 음악과 심리적·정서적으로 매우 쉽게 결합되고 또한 단단하게 하나로 융화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바로 ‘자기’ 음악이 되는 것이고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 그것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과거의 자기 자신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자기 자신이 부르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저항할 수 없이 소환당하는 것이다.
10대들에게 음악은 갈등과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마법이기도 하다. 어떤 음악을 듣는가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이 결정되고, 그 음악을 듣는 ‘우리’와 다른 음악을 듣는 ‘저들’로 나뉘게 된다. 다른 음악을 듣는 집단에 대한 10대들의 배타적 성향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응답하라 1997>에서 여주인공의 꿈은 HOT 멤버 토니의 부인이 되는 것이고 그녀의 절친은 강타의 부인을 자처한다. HOT의 음악 속에서 두 사람은 동서지간이 된다. 그러나 그 친구가 젝스키스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배신자가 되고 둘의 관계는 끊어지고 만다. 팬클럽 사이에 벌어지는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공격, 충돌은 음악이 불러오는 어두운 마법이다.
음악을 둘러싼 갈등은 오늘날 한국의 청춘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프랑스식 서정비극을 옹호하는 국왕파와 이탈리아식 오페라 부파를 옹호하는 왕비파로 나뉘어 수년간 격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낭만주의 시대에 독일에서도 형식주의 음악과 절대주의 음악을 둘러싸고 심각한 다툼과 반목이 있었다. 기독교 교회는 오랫동안 음악을 둘러싼 갈등의 온상이었다. 그레고리오 성가만을 고집하거나, 여성이 노래하는 것을 금하거나, 악기로 연주를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정권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음악들은 무조건 부르지도 듣지도 못하도록 했으니, 음악이 항상 아름다운 마법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음악 때문에 생긴 갈등이나 미움은 잊혀지고, 그 음악에 대한 추억만이 남는다. 그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청춘에 대한 그리움만 남는 것이다. 바야흐로 낭만과 감성의 계절, 가을이다. 각자의 10대로 돌아가 그때 미치도록 좋아했던 음악을 들어보자. 우리에게는 모두, 너무 젊어서 젊음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10대가 있지 않은가? 응답하라 나의 10대여. 그 음악이 우리를 아련한 우리의 과거로 데려다줄 것이다. 그래서 음악은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