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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본분 금메달’은 여성 혐오 예능의 끝판왕 연기 경력 23년차의 톱스타 최지우에게는 아직도 신인 시절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1997년 인기리에 방영되던 KBS (이하 )에서 겁에 질려 통곡하던 장면이다. 그 당시 잘나가는 진행자였던 개그맨 서세원이 여성스타들을 으슥한 곳으로 초대해 그들이 공포에 떠는 모습을 웃음 재료로 삼았던 는 여성가학예능 유행을 본격화한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년 뒤, 같은 방송사의 설 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방영된 은 이 사회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과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가짜 귀신에 경악하는 여배우의 무방비한 표정을 클로즈업하던 의 화면과 가짜 바퀴벌레에 기겁하는 여자아이돌의 소위 ‘굴욕’ 표정을 반복 재생하는 속 장면에선 시차.. 더보기
[지금 TV에선]‘성실한 염세주의자’ 이경규의 직장생활 10여년 전 잠시 한국을 떠나 살던 시절, 문득 ‘아, 이경규 보고 싶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다. 애인도 엄마도 아니고, 이경규라니. 황당하지만, 이국의 낯선 침대 위에서 잠들며 나는 정말로 그가 그리웠다. 고향의 안온한 생활. 그 생활 속에 이경규라는 인물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래 죽 TV 속에 있었다. 지난주 KBS (나돌) ‘경규, 명수 매니저 되다’ 편의 그를 보는 것은 그래서인지 머쓱한 일이었다. 그날의 그는 30여년간 보았던 어떤 이경규와도 달랐다. 그는 낡아 못 입게 된 옷을 벗고 영 어색한 새옷을 입으려 애쓰는 사람 같았다. 까마득한 후배 박명수의 시중을 드는 매니저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도저히 마.. 더보기
[지금 TV에선]‘시그널’, 공감력 상실 시대에 보내는 간절한 신호 “미제사건이 왜 엿 같은 줄 알아? 범인이 누군지, 동기가 뭔지, 모든 게 밝혀진 사건은 힘들어도 가슴에라도 묻을 수 있지만, 미제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니까 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 같지.” 장기 미제사건을 다루는 tvN 수사드라마 에서 형사 차수현(김혜수)이 들려준 첫 회의 한 대사는 이 작품의 동기를 정확히 알려준다. 어떤 사건에서 범인을 찾아 단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은 냉철한 수사드라마인 동시에 인간의 상처에 공감하는 휴먼드라마임을 선언한다. 이는 첫 사건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김윤정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15년 만.. 더보기
[지금 TV에선]시트콤을 돌려줘 이 끝났다. 일부 ‘응팔’ 팬들 사이에선 “응팔을 차라리 시트콤으로 만들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드라마라고 하기엔 회당 주제에 구성을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뒤로 갈수록 우연에 기대어 인과가 부서진 서사가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덕선의 남편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던 정환(류준열)의 막판 ‘캐릭터 붕괴’에 충격을 받은 팬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응팔’은 실제로 에피소드 중심의 20~30분짜리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법하다. 애초 예능 PD 출신이 만든 데다, 시트콤이 으레 그렇듯 캐릭터가 두드러진 드라마다. 거기다 한국 방송계에선 드물게 세 번째 시즌까지 성공시킨 브랜드가 되었으니, 형식을 바꾸어 개중 한 캐릭터 중심의 스핀오프를 제작한달지 하는 식의 변화를 꾀해도 좋을 것이다. ‘응팔’을 시트콤.. 더보기
[전중환의 진화의 창] ‘응답하라’, 왜 남편 찾기일까 정말로 누굴까? 덕선의 남편 말이다. 종영을 앞둔 tvN 드라마 의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인가를 놓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체 이게 뭐라고 남편으로 정환(류준열)을 미는 팬들과 택(박보검)을 미는 팬들 사이에 날 선 입씨름이 오간다. 덕선의 남편 찾기가 너무 주목받은 나머지, 따뜻한 가족극은 어느새 실종되고 ‘응답하라 덕선 남편’이 되어버렸다는 질책도 들린다. 왜 제작진은 에 이어 까지 남편 찾기를 놓지 못하는 걸까? 식상함을 탈피하려면, 다음 시즌에는 과감하게 남주인공의 아내 찾기를 그려야 하지 않나? 응답 시리즈의 중심축이 지난날의 아련한 첫사랑인 한, 다음 시즌에도 남편 찾기는 반복될 것이다. 진화적으로 그렇다. 남성들이 포르노를 즐기는 데 귀중한 시간과 돈을 쓰는 걸 보면 여성.. 더보기
[지금 TV에선] ‘집방’과 자급자족 예능 지난해 안방극장을 지지고 볶는 소리로 가득 채운 ‘쿡방’에 이어 올해는 집을 소재로 한 ‘집방’이 뜬다고 한다. , 등으로 ‘쿡방’ 유행을 주도했던 tvN과 JTBC가 이번에도 새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tvN은 인테리어 정보예능 , JTBC는 인테리어 배틀 예능 를 거의 동시기에 선보이며 ‘집방의 시대’를 선언했다. 그런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새로운 흐름이라기보다 이전 예능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집방’의 원조로 새삼 거론되고 있는 얘기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대중을 위한 재건판타지였다는 점에서 과 같은 공익예능의 자매품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의 ‘집방’은 재건의 희망은커녕 점점 혹독해지는 현실의 무한경쟁 시스템 아래서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더보기
[문화비평]광고 시청은 노동이다 SBS 드라마 가 화제다. 내로라하는 미남미녀 배우가 출연해서 시청률도 20%를 넘겼으니 굳이 ‘화제’라 부르는 것이 겸연쩍다. 그런데 지난주 방영된 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나 복수심, 기억상실, 오해와 해소만이 아니었다. “핸드폰 줘봐, 방 알아볼게”라는 대사와 함께 등장한 모바일 앱 ‘직방’의 뚜렷한 로고. 이어지는 앱 기능의 설명. 그리고 얼마 후 생수 ‘몽베스트’를 쥐고 있는 여주인공의 클로즈업된 손. 이어서 아이들 밥 사먹이겠다며 들어간 식당 ‘본죽’. 시청자들은 벌써 이런저런 패러디를 만들며 드라마를 비웃고 있다. 마침 시청률도 17% 선으로 떨어졌다. 극 중 재벌가 ‘사모님’을 미술관장으로 설정하려다가 PPL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포기한 사례는 고전으로 꼽힌다. 돈 많.. 더보기
[문화비평]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변신 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젊은층들이 종종 이라 줄여 부르곤 하는 이 프로그램은 7~8%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시청률만 보자면 30%를 무시로 넘곤 했던 10여년 전 와 비교하는 것이 가당치 않고, 요즘의 방송환경을 고려하더라도 을 올해 상반기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라 말하기는 좀 쑥스럽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은 지상파 방송사의 더딘 현실 인식과 위기감을 반영한다. ‘거실 텔레비전’의 시대가 저물어감을 보여준다. 더불어, 우리가 사는 이 시대 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까지도 슬쩍 보여준다. 텔레비전이 노년층의 미디어가 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를 통해 거듭 확인된다. 텔레비전이 생활에 꼭 필요한 미디어라고 답한 세대는 50대 이상에 제한됐고, 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