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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지금 TV에선]‘청춘시대’, 벽을 두드린다는 것 스무 살 은재(박혜수)는 대학 첫 학기를 맞아 지방에서 상경한다. 소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환경을 유독 두려워하는 그에게 서울의 모든 것은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난도 과제는 낯선 이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셰어하우스 생활이다. 설상가상으로 입주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불친절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은재의 룸메이트는 인사는커녕 포스트잇으로 경고나 남긴다. JTBC 금토드라마 는 다섯 여성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소통 문제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특히 이곳에 새로 입주한 은재의 시점으로 전개된 첫 회는 극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집에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다섯 여자가 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가 김애란의 .. 더보기
[지금 TV에선]‘인생게임-상속자’와 게임 바깥의 가능성 지난 17일 첫방송된 관찰 게임 버라이어티 SBS 는 ‘수저계급론’에 기반한 게임으로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9명의 일반인 참가자들이 현실 속 자신의 지위와 이름을 모두 지운 초기화 상태로, 새로운 룰이 지배하는 게임의 세계인 대저택으로 입장하며 시작된다. 룰은 간단하다. 9명의 참가자가 상속자-집사-정규직-비정규직의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고, 3박4일 동안 코인을 획득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다. 이들은 계층별로 차등화된 조건에 처해지며 마지막에 가장 많은 코인을 획득한 단 1명의 참가자만이 실제 상금 1000만원을 획득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 실험’ 형식을 통해 갑을관계, 불공정한 분배, 무너진 계층 이동의 .. 더보기
[지금 TV에선]로맨스 남주인공, 변해야 산다 “드라마가 대한민국 남자들 다 망쳐놨어. 뻑 하면 나쁜 놈, 미친놈이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에서 남주인공 박도경(에릭)을 향한 동생의 일갈이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남자들’이란 대목이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나쁜 남자 판타지’의 폐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대화는 은연중에 이 ‘폐해’를 정확히 드러낸다. “그래도 여자들은 나쁜 놈 좋아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놈이 나한테 애정을 준다? 그거 여자들 뻑 가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이 판타지를 신봉하는 이들은 다 애인이 없고, 그 이유를 자신이 나쁜 남자가 아니어서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의 사례처럼 근래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나쁜 남자 판타지의 균열이다. 그동안 로맨스의 남주인공은 ‘차도남’.. 더보기
[지금 TV에선]‘잘 먹는 소녀들’과 인권감수성의 실종 가학성과 관음증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 결정된 JTBC 을 보면,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포맷 자체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방청객은 온통 남자다. 곧 등장할 걸그룹 소녀들의 이름을 외치며 우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회자는 ‘먹방 요정들의 대결’을 예고하고, 앳된 소녀들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대기실에 앉아 있다. 이윽고 소녀들이 한 명씩 스튜디오에 등장해 자신이 속한 그룹의 곡에 맞춰 짧은 재롱을 펼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먹는다’. 빨아 먹고 뜯어 먹고 핥아 먹고 슬로모션으로 먹고 아무튼 먹는다. 사회자는 그것을 중계한다. 패널과 방청객은 침을 흘리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거나,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 하는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제작진은 왜 애당초 .. 더보기
[지금 TV에선]미디어는 여배우를 어떻게 소비하는가 정혜인(김아중)은 국내 최고의 여배우다. 10대에 데뷔한 이후 20년 동안 톱스타로 큰 인기를 누려온 그녀가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대중들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곧이어 혜인의 아들 현우(박민수)가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유괴범은 혜인에게 아들의 생환을 대가로 기괴한 조건을 내건다. 매회 범인의 미션을 수행하는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제작하라는 요구였다. 흔한 모성 스릴러처럼 시작한 SBS 수목극 는 납치범의 조건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방송은, 곧 쇼를 이용해 재정난을 타개하려는 방송국 사장, 재기를 노리는 연출자, 화제성에 숟가락을 얹어보려는 연예 매체, 자극적인 내용을 좇는 대중 등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는 노골적인 서바이벌 .. 더보기
[지금 TV에선]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본격적인 대량 소녀 성장서사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에 이어 대규모 보이그룹 데뷔 서바이벌 가 지난 18일 방송을 시작했다. 49명의 소년들은 가슴팍에 ‘소년 OOO’이라는 명찰을 붙이고 나와 자신의 불확실한 성장서사의 서문을 열었다. 그들은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의 불안한 미래와 “뭐 먹고 살 거냐”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오직 자신의 꿈을 향해 땀흘리며 달려갈 것이다. 이 시간을 거치고 나면 몇 뼘쯤 성장해 있을 것이며, 지금의 어설픈 무대는 후일 자기 역사의 자료화면으로 남을 것을 예고한다. 시즌5째 승승장구하고 있는 래퍼 서바이벌 역시 비슷한 성장서사를 안고 간다. 힙합/랩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래퍼 개개인의 고유한 성장담의 성격을 띤다. 마이크 하나로.. 더보기
‘워킹맘 육아대디’ ‘아내바보’라는 표현부터 버리자 MBC 일일연속극 는 근래 보기 드문 이상적 계몽드라마다. 계몽의 대상은 사회 전체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같이 키우려고 하지 않는 세상”을 겨냥해, 제도적 모순에서부터 일상에 뿌리 깊이 자리한 성차별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을 극화하고 있다. 워킹맘의 애환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어도, 육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이렇게까지 다층적 관점에서 그려낸 사례는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특히 여러 관점 중에서도 남성 계몽극으로 바라볼 때 가장 흥미롭다. 남주인공 김재민(박건형)은 이른바 ‘벤츠 남편’이다. 아내를 사랑하고, 직업적 성취를 존중하며,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엄마와의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고부갈등을 중재한다. 여주인공 이미소(홍은희)는 여성혐오와 권위의식으로 똘똘.. 더보기
[지금 TV에선]‘딴청’의 공동체와 여성 예능인 배우 이영진은 지난 9일 KBS 에 출연해 “왜 이렇게 멀쩡한 분들이 시집을 안 가느냐”고 묻는 박명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 안 한 사람이 안 멀쩡한 건 아니잖아요.” 그녀의 말이 한국사회의 일반 기준과 ‘좀 다른’ 말일 수는 있다. 그러나 불편할 정도로 급진적인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진행자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다.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기껏해야 “지금 주먹 쥐셨다”며 웃을 뿐이다. KBS 왜 그들은 진지하게 이 말을 받아치지 않는가. 왜 오히려 박명수의 편견을 웃음거리로 삼지 못하나. ‘노잼’일까봐? 유재석, 전현무도 똑같이 편협해서? 아니다. 한국 예능에는 그런 식의 맥락이 아예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쇼비즈니스라는 TV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어떤 맥락은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