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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지금 TV에선]‘동네변호사 조들호’…법조계 최강 슈퍼히어로 법조인은 늘 한국드라마 속 최고 인기 직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법정드라마는 한국에서 가장 척박한 장르에 속한다. 그동안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대개 ‘법원에서 연애하는 판타지’에 가까웠던 탓이다. 전문직 드라마에 좀 더 강한 전문성을 요구하게 된 지금에도 판타지적 속성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로맨스 대신 정의 구현을 외친다는 점이다. ‘법원 연애물’은 가고 ‘법조 영웅물’의 시대가 왔다. KBS 수목드라마 는 이러한 법조 영웅물의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기소율 백프로”라는 전설적 기록의 소유자 조들호(박신양) 검사는 검찰 윗선의 “메이저 스폰서”인 재벌회장을 횡령죄로 기소했다가 오히려 뇌물수수 혐의로 전과자가 된다. 출소 뒤 방황하던 조들호가 과거 자신의 과오 때문에.. 더보기
지상파의 길, ‘마리텔’의 길 MBC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이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이다. 초창기만 해도 이 프로그램의 ‘새로움’이라면 모를까 ‘지속성’을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단지 인터넷 방송의 1인 BJ 포맷을 TV 안으로 끌어들인 신선한 사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은 뜻밖에 문화적 주도권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았다. 지상파 TV라는 한계가 역설적으로 찾아낸 ‘제3의 언어’가 그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에는 인터넷 생방송, 1인 미디어, 채팅창과의 소통, 최신 인터넷 ‘드립’과 개그 요소 등 각종 인터넷 서브컬처가 녹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취하는 태도는 지극히 지상파의 것이다. 제작진은 이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 지상파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넷 생방송도 중요하지만 본방송을 재미있게 만드.. 더보기
[지금 TV에선]‘욱씨남정기’ 욱다정이 ‘자발적 마녀’가 된 이유 갑질의 시대’에 ‘을’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JTBC 금토드라마 가 2년 전 같은 소재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tvN 드라마 과 비견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비정규직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를 중심으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 받았다면, 는 대기업의 만년하청업체 러블리 코스메틱이 ‘갑의 횡포’에 맞서고자 하는 자립기를 유쾌하게 그려내 ‘코믹판 ’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는 통쾌한 판타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능력 있고 당당한 슈퍼영웅 여성노동자라는 점에서 보다는 KBS 에 더 가까워 보인다.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고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거침없는 여자” 욱다정(이요원)의 캐릭터는 상사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을 연상시킨다. 욱다정이 분노.. 더보기
[로그인]‘태양의 후예’와 대리 애국 느닷없는 광풍이 몰아닥쳤다. 드라마 다. 진원은 특전사 중대장 유시진을 연기하는 배우 송중기. 화면 안에서 미소짓고 있는 그에게 이 땅 여인네들의 영혼이 사로잡혔다. 신학기를 맞아 서먹함과 눈치보기에 피곤하던 젊은 엄마들의 거리감은 이내 사라졌고, 찜질방 옆자리에 누운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조차 든든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송중기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인터넷에는 ‘금요병’(드라마가 수·목요일 방송된다)이 생겼다는 하소연부터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남편 뒤통수만 봐도 괜한 부아가 치민다는 고민글까지 올라온다. 허상인 드라마 캐릭터에 뭐 그리 유난을 떠냐고?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방송되는데 거긴 더한 것 같다. 송씨부인을 뜻하는 ‘송타이타이’를 자처하는 처자들이 넘쳐난단다. 오죽했으면 당국이 나서서.. 더보기
‘시그널’이 우리에게 보낸 신호 얼마 전 16부작으로 종영한 tvN 드라마 의 가장 무시무시했던 회차는 15회였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은 영원한 악의 트랩에 갇혀 허망한 달리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단지 다시 시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아올려지는 듯한, 반복되는 장면들. 과거의 이재한 형사(조진웅)와, 현재의 박해영 경위(이제훈)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며 잘못된 과거를 바꾸려하고, 드디어 상위의 악을 향해 돌진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친 듯이 달리고 부딪치고 피 흘려도 그곳에 닿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까스로 바로잡은 듯했던 과거는 다음 순간 꼬리가 잘린다. 그 모든 발버둥에도 현실은 그대로다. ‘돈 없고 빽 없어서’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 박해영의 형은 계속해서 죽는다.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던 이재한 역시 줄.. 더보기
[지금 TV에선]‘프로듀스101’과 최종병기 소녀들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쇼 의 부제는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다.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이 ‘국민 걸그룹’이란 말에는 “월드클래스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K팝 아이돌”로서 “아시아를 대표할 차세대 초대형 걸그룹”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출연자들의 당락을 투표로 결정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호칭이 부여되고, 걸그룹 명칭 응모전은 ‘대국민 공모’로 불린다. 허세처럼 보이나, 사실 이 반복되는 ‘국민’이란 단어야말로 이 쇼가 품고 있는 온갖 논란의 키워드 중 하나다. 프로그램의 소개대로 이 시대 아이돌의 위상은 ‘10대들의 우상’이 목표이던 시절의 그것과는 다르다. 내수시장의 축소와 함께 위기 타개책으로 시도한 해외 진출이 제2의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면서부터 아이돌은 어느덧 ‘국가.. 더보기
[지금 TV에선]연기라는 예술의 기초공정 ‘배우학교’ “스스로 믿어졌니?” “난 믿어지지 않았어.” tvN 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다. 나의 표현을 상대에게 믿게 한다는 것. 관중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연기의 본질은 믿음인가? 대체 어떻게 하면 믿음이란 게 생기는 거지? 종종 배우라는 직업이 기묘한 자리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보지 않고 물속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점(혹은 지도를 봐도 못 본 척해야 한다). 순수해야 한다는 것. 무기를 장착하되 그것에 익숙해지면 안된다는 것. 창작자와 실연자(實演者)의 사이 어디쯤에 있는, 교묘한 예술 영역. 배우는 다름아닌 자신의 몸을 이용해 목적지에 다다라야 하므로, 100명의 배우가 있다면 100가지 연기론이 존재할 수 있다. 연기론이 작가론이나 연출론에 비해 드문 건 그래서일 것이다. 는 배우와 연기라는 .. 더보기
[지금 TV에선]‘돌아와요 아저씨’, 왜 아저씨만 돌아오는가 SBS 수목극 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두 남자의 2개월간의 환생기를 그린다. 백화점 외벽의 세일 홍보 플래카드를 고쳐 걸다 추락사한 만년과장 김영수(김인권)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막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순간 비명횡사한 전직 조폭 한기탁(김수로)이 환생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위해 안락한 “천국행 티켓”도 보류하고 현세로의 짧고 위험한 귀환을 선택한다. 이 가운데 좀 더 무게 있게 조명되는 것은 김영수의 사연이다. 드라마는 그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피로한 것이었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직장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그를 무시하는 상사에게 치이고, 가정에서는 일밖에 모르는 그를 원망하는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김영수의 모습은 우리 시대 가장들의 측은한 초상처럼 그려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