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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문화비평]‘왔다 장보리’ ‘전설의 마녀’ 막장드라마의 진화인가 올해 방송 결산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중 하나는 MBC 다. 선한 여주인공과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또 다른 여성의 대결을 그린 이 드라마는 진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악역의 강렬함과 그에 비례하는 대중들의 징벌적 욕망을 부추겨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다. 그 뒤를 이어 현재 방영 중인 역시 더 억울한 주인공과 더 힘센 악역을 내세워 약자들의 복수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모아 제2의 신화를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것은 두 주말극의 연이은 흥행이 시사하는 의미다. MBC는 오랫동안 드라마 왕국으로 불려왔다. 그러한 MBC의 호칭이 주말드라마 왕국으로 새롭게 바뀐 현상 자체가 어느덧 나이 들고 고루해진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와 의 연속 흥행은 그 위기를 좀.. 더보기
[문화비평]미생, 이상적이되 판타지가 아닌 세계 tvN 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한국기원 연구생이던 장그래(임시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후원자의 소개로 대기업에 들어가 겪는 좌충우돌 성장담을 그린다. 십대의 대부분을 바둑으로 보낸 탓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도 검정고시를 통해 취득한 소위 ‘무스펙’자가 바둑판 위보다 엄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애쓰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눈물겹게 펼쳐진다. 드라마에서는 간략하게 넘어갔으나 원작에 상세히 언급된 장그래의 과거 중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그가 기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다. 당시 부친의 회사는 부도 상태였고 그 와중에 그래에게 붙여진 바둑 ‘영재’라는 말은 가계를 되살릴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가 기원에 입성하면서 그의 부모도 동시에 이창호, 이세돌의.. 더보기
[문화비평]방송 폐허 속 ‘무한도전’의 무한동력 MBC 이 최근 방영 400회를 맞았다. 어느덧 햇수로는 9년째다. 한때 30%까지 치솟았던 시청률 상승의 시기는 지났지만, 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방영된 400회 특집은 그 지속적인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에피소드였다. 방송은 400회 특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통 때와 다름없이 소박하게 진행됐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을 함께하는 에피소드였다.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단둘이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색해 하던 멤버들은 곧 목적지를 정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관계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은 이 400회 에피소드에 ‘비긴 어게인’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치유와 재기의 서사를 담아낸 동명 영.. 더보기
[문화비평]‘꽃보다’ 인생 지난해 에서부터 시작된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이었다. 앞서 내보낸 페루 편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라오스 편까지 호평과 높은 시청률을 모두 얻어내면서, 이 시리즈는 한국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공적 프로젝트로 기록될 듯하다. 심지어 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미국 리메이크도 결정됐다. 시리즈 총연출자인 나영석 PD는 리메이크 비결로 ‘버킷리스트’나 ‘노년의 우정’ 같은 보편적 요소들을 꼽기도 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각 여행기마다 그 출연자 세대의 한국적 맥락과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즉 출연자들의 나이가 각각 평균 76세(), 43세( 페루 편), 27세( 라오스 편)임을 알리고 시작한 이 시리즈에는 한국의 세대별 자화상.. 더보기
[문화비평]표현의 통제와 ‘재난 서사’의 유행 올해는 유독 재난 서사가 전방위적으로 유행한 해였다. 봄에는 OCN 와 JTBC 등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재난 드라마가 두 편이나 안방극장을 찾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고, 여름에는 등 재난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서점가에선 정유정 작가의 재난 소설 이 출간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다. 좀비 영화 , 우주재난영화 등 해외 작품까지 포함하면 화제작 목록은 더 늘어난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창작자들의 재난 서사 가운데 SF 재난영화 와 테러재난영화 를 제외한 네 편이 감염재난물이라는 점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쫓는 수사극(), 인간 신경계를 교란시키는 변종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룬 의학스릴러(), 사랑하는 여인의 딸을 구하려는 남자의 모험과 액션이 가미된 재난영화(), 인수공통전염병이 확산되는 과정의.. 더보기
[기자메모]‘송포유’ 과제 매달리다 상처만 남겨 SBS 가 남긴 것은 감동인가, 상처인가? 문제학생들을 변화시키겠다고 시작한 SBS 가 26일 많은 논란 끝에 종방했다. 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미화했다는 점에서 방송 첫날부터 비난이 쏟아졌고,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관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가해 학생들도 낙인 찍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연자가 다니는 성지고 역시 ‘폭력배나 다니는 학교’처럼 묘사돼 학생과 학부모, 교사, 졸업생들에게도 상처를 줬다. ‘착한 예능’이 ‘문제 예능’으로 변질된 것은 교육적인 고려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무리하게 감동만 주입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SBS의 특집 예능프로그램 는 일종의 ‘메이크오버(Makeover)쇼’이다. 메이크오버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출연자의 약점을 변화시키며 감동을 주는 형식.. 더보기
[문화비평]가족 예능의 두 얼굴 불황기 TV의 해법은 가족코드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최후의 보루로써 가족의 가치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TV 장르별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드라마분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부녀의 화해를 다룬 KBS 가족극 였고, 교양분야에서 흔치 않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은 의 가정의달 특집 다큐멘터리다. 또 광고부문에서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대상 수상작도 가족코드를 내세운 캠페인이었다. 가족코드의 강세 현상은 특히 예능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상반기 최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MBC 를 비롯해 올해만 해도 MBC , KBS 와 등 다양한 가족예능이 신설됐다.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의 가족예능 열풍.. 더보기
[기고]‘너의 목소리가 들려’ 1년 반 만에 다시 밟은 서울 땅. 무위의 미덕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맞은 한국 땅은 의외로 잔잔했다. 검찰이 전두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후련해하지 못했고, 검찰이 부실하나마 국정원의 선거개입, 즉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세상은 예상보다 요동치지 않았다. 오자마자 찾아간 서울시청 앞. 촛불 든 사람 수는 2008년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때에 비해 사안은 더 중대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시국선언을 하러 모였던 이들의 일치된 의문도 이 점이었다. 왜 사람들은 단지 ‘국정조사’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걸까. 부정선거가 명확하다면, 바로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수순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원인이 조금씩 파악된다. 첫째는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탄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