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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지금 TV에선]‘공항 가는 길’ 진화하는 불륜의 사회학 KBS 수목드라마 이 호평받고 있다. 베테랑 승무원 최수아(김하늘)와 건축학과 시간강사 서도우(이상윤)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이른바 ‘불륜드라마’다. 수아와 도우에게는 각자의 가정이 있다.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기혼남녀의 만남임에도, 드라마는 격조 높은 연출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로 승화시킨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진화하는 불륜의 사회학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막장드라마로 인식되는 불륜드라마는 가족이데올로기, 남녀관계, 섹슈얼리티 등의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정치사회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김수현 작가는 (1978)에서 기존의 여성 수난기로서 불륜 서사를 여성 복수극으로 다시 썼고, 중산층 신화 만들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의 (1988)에서는 불륜.. 더보기
[지금 TV에선]‘혼술남녀’와 ‘미운 우리 새끼’ 사이의 ‘혼족’ 방송가에 ‘혼족’ 콘텐츠가 뜨고 있다. ‘혼족’은 홀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된 이들을 일컫는 말로, 주거개념인 1인가구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다. 이들 문화는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소수의 문화여서 크게 가시화되지 않았으나, 최근 1인 가구 증가, 바쁜 생활, 개인주의 문화 확산 등으로 보편화되면서 새삼 주목받는 트렌드가 됐다. 올해 들어 새롭게 등장한 ‘혼족’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여성 1인가구들의 공동주거생활을 그린 JTBC 드라마 ,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혼밥과 혼술이 일상인 이들을 다룬 tvN 드라마 , 혼밥을 소재로 한 올리브 채널의 두 예능 프로그램 와 ,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tvN 예능 등이 대표적이다. 눈여.. 더보기
[지금 TV에선]‘질투의 화신’, 마초적 세계의 ‘반반한’ 여자들 SBS 드라마 은 같은 작가 서숙향의 2014년작 와 궤를 같이한다. 고졸 학력에 돈도 ‘빽’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반반한’ 얼굴과 몸뿐인 여성이 마초 엘리트 남성과 나아가 ‘마초적인’ 사회를 구원하는 이야기. 의 주인공 표나리(공효진)는 외환위기로 벼랑 끝에 서 있던 1990년대를 살아낸 오지영(이연희)의 2010년대 버전처럼 보인다. 삼류대학 출신의 표나리는 이제 시대착오적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아나운서를 꿈꾼다. 표나리는 쇼호스트를 거쳐 계약직 기상캐스터로 방송국에 입성한다. 로 잘 알려진 작가 서숙향은 20대 입주 가사관리사를 그린 이후 엘리베이터걸, 미스코리아,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등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거나 사회적으로 전통적 여성상 안에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군의 여성들을 다뤄왔다. 서숙향은 .. 더보기
[지금 TV에선]‘무한상사 2016’은 왜 스릴러 였나 MBC 의 대표적인 장기 프로젝트 ‘무한상사’ 2016년판이 드디어 다 공개됐다. 김은희 작가, 장항준 감독 등 스타 제작진과 배우 김혜수, 구니무라 준, 이제훈, 가수 지드래곤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답게 안방극장 최대의 볼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무한상사 2016’은 의문의 ‘사원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김은희 작가 대표작인 tvN 을 비롯해 tvN , 영화 등이 패러디됐다. 미국 직장인 시트콤 의 소소한 패러디로 출발한 ‘무한상사’가 어느덧 한국 사회를 뒤흔든 문제작들의 흥행코드를 종횡무진하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것이다. 규모의 확장은 서사적 측면에서도 필연적이었다. 2011년 5월, 불합리한 직장문화를 풍자한 시트콤 ‘무한상사-야유회’ 편으로 시작된.. 더보기
[지금 TV에선]‘미운 우리 새끼’의 이상한 모성 최근 몇 년간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송가에서 ‘세대 간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청률에 기여할 뿐더러 공익성 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자주 선택되는 소재는 단연 ‘가족’. ‘엄마의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부제를 내건 SBS 예능 프로그램 는 가족 중에서도 전천후 치트키인 ‘엄마’를 내세운다. 엄마들이 모여 앉아 ‘평균 생후 509개월’의 ‘철부지’ 독신 아들(김건모, 김제동, 허지웅, 박수홍)의 일상을 관찰하며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나눈다는 구성이다. ‘엄마’라는 공감대와 출연자들의 확실하고 빠른 캐릭터 구축 덕인지, 지난주 정규 편성 첫 회 만에 금요 예능 1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독거남의 일상 관찰에 .. 더보기
[지금 TV에선]‘굿와이프’와 ‘아내의 자격’ ‘칸의 여왕’ 전도연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국내 첫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 주목받은 tvN 가 지난 27일 최종회를 마쳤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모은 결말은 김혜경(전도연)이 이태준(유지태)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부부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독자적 길을 가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혼으로 선을 그었다면, 속은 시원해도 또 하나의 진부한 한국식 ‘줌마렐라’ 결말로 남았을 것이다. 초반 호평에 비해 갈수록 원작의 진보성에 뒤진다는 평가을 받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제3의 길’을 택한 엔딩만으로 이 리메이크에 대한 점수는 조금 후해진다. 적어도 결말만 보면, 초반 기획의도에 충실하고자 한 제작진의 고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총 156편에 달하는 원작을 16부작으로 각색하면서 국내판은 원작의 복잡한.. 더보기
[지금 TV에선]‘언프리티 랩스타’가 가는 길 지난 19일 방송된 여성 래퍼 경연 프로그램 Mnet 4회는 평균 시청률 2.1%로 전 시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남성 래퍼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린 랩 경연대회 Mnet 의 ‘부속 프로그램’으로서 그 미미했던 시작을 떠올려 보면, 꽤나 인상적인 안착이라 할 만하다. 의 시작은 시즌 2 출연자 캐스퍼의 가사처럼 “쇼미더머니 시즌 사이 공백을 겨냥한” 막간 프로그램이었다. 시리즈의 전성기를 연 (2014)가 끝난 뒤, 화제의 여성 출연자들을 ‘재활용’해 만든 스핀오프 격 프로그램이 “그것보다 돈 돼서 어느덧” 시즌 3까지 왔고, 여성 래퍼들의 대표적 경연으로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의 성취는 양적으로 보다 많은 여성 래퍼들이 대중 음악 신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 더보기
[지금 TV에선]픽션이 하는 일, ‘W-두 개의 세계’ MBC 드라마 에서 가장 강력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의 연쇄는 4화의 끝부분과 5화에 이어 등장한다. 웹툰 의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자신이 속한 세계가 조작된 허구의 세계임을 알아차리는 각성의 순간, 그를 둘러싼 세계는 돌연 멈춰버린다. 강철은 ‘모든 것을 알아버린 죄로 받은 일종의 형벌’이라며 주저앉지만 이내 눈앞에 바깥 세계로 향하는 포털이 열린다. 그는 결연히 그 문을 통과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진짜 세계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그대로 그려진 인기 만화 를 읽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창조주인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를 찾아간다. 스스로 자아를 획득해 프레임을 찢고 나온 캐릭터와 캐릭터에 잡아먹힐까 두려워하는 작가의 대결. 는 여기에 작가의 딸인 오연주(한효주)를 개입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