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글 목록 (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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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기자칼럼]성평등과 인간성 한국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스웨덴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스웨덴 예테보리도서전에서는 그랬다. 지난달 26일 예테보리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한국 측 연사는 모두 남성이었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현기영 소설가 등이 무대에 올랐다. 스웨덴은? 아만드 린드 문화부 장관, 프리다 에드만 도서전 디렉터, 아넬리 레딘 예테보리 시장 등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39세 여성인 아만다 린드 장관은 인상적이다 못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출산한 지 6주밖에 되지 않은 린드 장관이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에게 수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개막식날 저녁에 열린 리셉션에선 아넬리 레딘 시장이 축사를 했다. 축사 후 한국 작가와 기.. 더보기
[문화로 내일 만들기]정책과 대책 월드컵과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방송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중계방송을 편성한다.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중계하며 광고 경쟁을 벌이는데, 시청자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며 신뢰하는 채널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자주 찾았던 채널을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의 시청 경험과 반복적인 선택의 결과가 선호 채널로 잠재된다. 이러한 선택행동 때문에 방송 플랫폼은 어린이 채널에 투자한다. 어린이 채널의 반복적인 시청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채널 선택의 우선적 변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BS가 첫 전파를 내보낼 때에도 ‘빛돌이’라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어린이 콘텐츠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고, KBS와 M.. 더보기
논쟁으로 보는 맹자 철학의 고갱이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오직 인의일 따름인데 하필이면 이익을 말하느냐는 맹자의 결기가 말이다. 젊은 날 를 읽었을 때는 당당함이 돋보였다. 권력자 앞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양보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 용기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모든 것의 가치가 오로지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맹자는 돈에 미친 시대를 건너게 해주는 지혜의 등대라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 배병삼의 을 읽으면서 맹자 철학의 두터운 지층 가운데 한 켜가 철학 논쟁의 결과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맹자는 공자의 직계 제자가 아니다. 그는 제후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널려 있건만 들판에는 주려 죽은 백성의 시신이 널브러진 전란의 시대를 끝장내려면 어떤 철학이 필요한지 고심했다. 당대를 지배한 철학.. 더보기
[산책자]퍼블리셔스 서클 대한출판문화협회(KPA)는 국제출판협회(IPA), 국제지적재산권기구(WIPO)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출판인들을 지원하는 퍼블리셔스 서클(Publishers Circle)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돈을 모아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출판인들을 초청하고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출판 시스템과 운영방식, 저작권의 구매와 거래 방법 등을 교육한다. 퍼블리셔스 서클은 전 세계적으로 운영된다. 유럽의 출판사들은 아프리카의 출판사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비상교육이 첫 번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다른 출판사들이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해방과 함께 설립되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암사, 을유문화사 등이 내년이면 75주년을 맞이하고 한글세대가 주축이 되어 설립해 우리나라 출판을.. 더보기
[기자칼럼]‘더블린 사람들’의 문학 더블린에선 눈을 크게 뜨고 걷는 게 좋다. 빨강·파랑·노랑으로 칠해진 고전적 디자인의 문들에 정신이 팔려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오스카 와일드의 생가나 제임스 조이스 센터를 지나쳐 있을지도 모르니까. 노스 그레이트 조지 스트리트를 뱅뱅 돈 게 몇 번인지 모른다. 유심칩이 고장나 전화기가 먹통이 된 탓에 종이 지도가 유일한 의지처였다. 친절한 ‘더블린 사람들’에게 지도를 들이밀며 ‘제임스 조이스 센터’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매번 다른 답을 듣고 헤매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제임스 조이스 센터의 위치를 확인한 결과, 바로 코앞에서 헤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고, 대문짝만 한 간판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도 끝에 제임스 조이스 센터를 찾았다. ‘유네스코 지정 문학.. 더보기
희생할 것인가, 추방당할 것인가 논문 발표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철승의 를 읽으며 마음이 착잡했다.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끈 ‘386세대’가 이제 강고한 기득권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는 분석에 대체로 동의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지은이가 던진 질문은 등골이 서늘한 긴장을 느끼며 곱씹어 보았다. 지은이는 물었다. 386세대가 노동시장에서 고통받는 청년세대와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맞서 싸웠던 산업화 세대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민주주의가 터 잡았는데 왜 우리 사회는 더 잔인한 계층화와 착취의 기제를 발달시켰는가, 라고. 386세대는 반체제 지식인과 민중세력의 결집으로 권위적인 정치권력을 무너뜨렸다. 민주화 이후 386세대는 대거 직업정치인이나 전문관료로 변신했다. 지은이는 이를.. 더보기
[기자칼럼]미술 작품의 가격 미술담당을 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취재현장에서 질문을 하기가 어렵다. 어설픈 질문으로 나의 얕은 식견이 탄로날까 두려운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내 얕은 질문으로 작가나 큐레이터가 행여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두번째다. 그래도 기사를 써야 하니, 또 취재를 하다보면 나도 궁금한 것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질문을 하기는 한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좋은 취재원들을 만나서 무식한 질문이라고 타박을 받은 적은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작품의 가격을 대놓고 묻거나 따지는 것이다. 경매 낙찰가가 화제가 됐던 제프 쿤스나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이 작품은 얼마나 하나요?” “왜 이렇게 비싼가요?” “이렇게 비싸도 사람들이 사나요?” 하고 질문하..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류샤오보가 원했던 중국 1989년 6월4일 새벽. 톈안먼광장에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시위가 한창이었다. 군부는 총기와 전차를 앞세우고 시위군중에 접근한다. 고르바초프의 방문 시기에 유혈참극이 중국 한복판에서 벌어진다. 이어 중국 정권의 만행을 고발하는 세계 언론의 포화가 쏟아진다. 당시 동유럽발 개혁·개방정책에 영향을 받은 중국은 정치·경제의 내홍을 겪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옥도가 펼쳐지는 고국으로 복귀하는 인물이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중국문화 강연을 하던 류샤오보였다. 1955년생인 그는 노르웨이, 하와이, 뉴욕 등에 이르는 순방길에 있었다. 처음으로 접한 국외 문명의 파고에서 류샤오보는 전통적인 중국의 비판이론이 진부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지식체계가 보잘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