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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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만들어진 슈퍼히어로 지구인은 영웅서사의 그늘 아래 살고 있다. 영웅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존재들이 영웅의 외피를 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상징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베니토 무솔리니는 파시스트의 지지를 방패 삼아 전쟁을 일으킨다. 배트맨은 슈퍼히어로라는 영웅신화의 현대적 상징으로 극장가를 점령한다. 모두 대중의 지지하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슈퍼히어로의 등장은 세계대전 및 냉전시대와 맥을 같이한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자경단에 가까운 미국산 슈퍼히어로는 현대문화의 대체물로 소비한다. 하지만 슈퍼히어로의 초능력은 체제모순보다는 악으로 설정한 특정 세력의 대항마로서만 사용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냉전시대 이후 슈퍼히어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더보기
[산책자]100년 전 한국문학 ‘번역’하기 초등학교 시절, 동화와 만화의 세계를 지나 소설의 세계로 진입할 때, 근대 한국문학 명단편들을 접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처음 읽는 소설들이 한국 작가들이 쓴 소설이기를 원하셨다. 번역된 소설보다 한국 소설을 권하신 이유는,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아이에게 한국 작가들이 고민해서 공들여 써내려간 단어와 문장들을 만나게 하고 싶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말을 잘 익히고 나서, 번역 글을 만나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책들은 지금도 선명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다. 흰색 양장으로 싸인 바랜 속지, 그리고 활자를 찍었을 때 눌린 자국 선명한 글자들. 김동인, 이효석, 이상 등의 단편소설에서 시작된 여정은 염상섭, 황순원을 거쳐 최인훈, 이청준으로 옮겨갔고, 요즘도 그때 읽은 책들.. 더보기
윤동주를 읽는 마음 가을 들어, 남들은 일부러 짬과 돈을 내어 가고 싶어 하는 바닷가 아름다운 도시에 초대받아 몇차례 다녀왔다. 한 여고의 2학년 학생들과 인문도서를 함께 읽는 시간을 보낸 까닭이다. 강의도 하고 학생들끼리 토론도 하고 발표도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잘 읽어왔고,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입시준비로 찌들 시기이건만, 공 들여 책을 읽어오는지라 학생들을 만나면 가슴이 뿌듯했다. 누가 일러준 대로 답을 찾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토론해 합의점을 찾는 일은 책을 함께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던가. 지난주 학생들과 함께 읽은 책은 김응교 교수가 쓴 였다. 이 책을 고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지은이가 섬세한 문학적 감수성과 탄탄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윤동주 시정신을 빼어나게 분석해.. 더보기
[이문재의 시의 마음]국립대 도서관에서 1박2일 한문교육을 전공한다는 학생이 라는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밤 9시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 그때부터 전시된 유물들이 살아나 움직인다는 판타지 영화. 학생은 “우리 대학 도서관도 이렇게 살아있다”며 웃었다. 지난 수요일 밤 충남 공주시 국립공주대학교 중앙도서관 3층. 평소와 달리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1박2일 독서여행’이 밤 11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1박2일이란 말은 설렘을 부추긴다. 듣기만 해도 일상 탈출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름없는 지금 여기를 벗어나면 시간의 속도가 달라지고 낯선 환경도 어느새 발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책과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학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프로그램이라면 설렘의 크기는 사뭇 커질 수밖에 없다... 더보기
[문화로 내일 만들기]‘82년생 김지영’이 혁신의 출발점 여성들이 세상을 이끄는 주역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쟁 때문이었다. 남성 대다수가 전장에 불려나가 죽음을 맞거나 큰 부상을 입었을 때, 남겨진 여성들이 세상을 움직였다. 남성이 부재한 세상에서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각자 자신만의 역할로 삶을 이어나갔다. 전쟁은 이처럼 여성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여성 일자리와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리자 먼디의 에선 여성들의 세상 만들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서 활약한 암호 해독자 2만명 중 1만1000명이 여성이었다. 그들은 당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연필을 깎는 등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으..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인종차별·색깔논쟁 ‘핍박과 반목’의 역사 그는 의사의 도움으로 강한 자외선을 쏘이고, 색소변화를 유도하는 약을 복용한다.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자 검은 피부로 변해버린 자신을 마주한다. 그렇게 존 하워드 그리핀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다. 백인의 삶을 거부한 그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남부지역으로 약 50일간의 여행을 떠난다. 때는 1959년이었다. 흑인의 외형으로 변한 그리핀은 과거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스스로 인권운동가라 여긴 백인남성은 피부색을 바꾸고 나서 불편한 현실과 마주친다. 백인이라는 특권을 누렸던 자가 겪어야 하는 한시적인 체험이었다. 길에서 백인여성과 눈이 마주쳤다가 듣는 폭언은 예사였다. 대놓고 흑인을 멸시하는 백인의 폭력적인 태도에서 그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변장한 백인이 받아야 했던 차별과.. 더보기
어느 미국 능력자 계층의 고백 “우리의 행위가 개별적으로 떳떳하다면, 개별행위들을 합쳐놓은 결과도 사회에 유익할 거라는 믿음은 우리 능력자 계층의 착각일 뿐이다.” 매튜 스튜어트가 에서 한 이 말을 오래 곱씹었다. 이철승의 를 두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른바 86세대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항변을 듣게 된다. 불평등이 계급 문제라고 하면 주억거리지만, 세대 문제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 심리를 스튜어트는 정확히 파악했다. 이름하여 대항서사. 그 서사를 우리 식으로 풀면 이렇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오른 건 오로지 실력 덕일 뿐이다. 알다시피 나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근근이 살아갈 만큼만 벌어왔다. 어머니의 현명함과 희생이 없었다면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터다. 고액과외나 받아 보았겠는가.. 더보기
[문화로 내일 만들기]소소한 이성의 직진 개그맨 심형래씨가 1999년 영화처럼 만들어낸 영화 (Yonggary)가 국내 배급은 물론 해외에 수출되었다. 해외에서는 국가에 따라 ‘용가리’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 미리 이름특허까지 사전조율했다는 루머도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미국 현지 배우들을 제작에 참여시켰고, 당시로서는 거액의 제작비를 특수효과에 투자했던 프로젝트다. 영화 엔딩크레디트에는 감독 심형래 스스로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경험과 완성해 낸 자신의 성과를 자막으로 설명한 부분이 있었다. 정작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울컥함이 있었다. 물론 함께 영화를 본 당시 어렸던 딸은 아버지가 영화도 아닌 장면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전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 내 반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