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진화심리학을 둘러싼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은 사랑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무릇 신분이 높고 돈이 많은 남자는 오만하기 십상이다. 이 오만은 지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의 여성에게 편견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당연히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터 오르기보다 견원지간이 될 공산이 크다. 사랑의 방정식이 오묘한 것은, 어떤 계기로 우호적인 감정이 갈마들다보면 오만의 정도는 옅어지고 그만큼 편견도 줄어들어, 해(解)가 보인다는 점이다. 사랑은 무엇인가? 제인 오스틴은 말하고 싶었다. 오만과 편견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진화심리학을 둘러싼 소란은 결국 오만과 편견이 충돌한 결과이다. 과학의 이름으로 인간과 사회의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양 설레발쳤다. 복잡미묘한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 치고 사이비 아닌 바.. 더보기 [산책자]대필 작가와 유령 작가 글쓰기에 대한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이어져 나오고, 글쓰기 관련 강좌가 성황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언젠가 책을 낼 열망으로 글쓰기에 대해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정도면 책의 미래가 어둡고, 출판계에서 저자 찾기 어렵다는 말이 어색할 지경이다. 독자 수는 주는데 저자가 되려는 사람은 느는 것의 함수 관계를 생각하다보니 저자의 다양한 층위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출판사를 창업할 때 세운 원칙이 있다. 대필이나 유령 작가가 쓴 원고는 책으로 출간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삶의 내밀한 체험, 사유, 지식을 담아내는 문장이 저자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미 타인의 생각을 빌린 기록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던 때였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취재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써내려간 전기처럼 쓰는 사람과 쓰이는 .. 더보기 [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융합예술과 실용예술의 도전 대학에서 융합교육은 매번 새롭게 시도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콘텐츠 관련 예술교육 또한 그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지만, 새로운 융합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은 망망대해에 인공섬을 만드는 것만큼의 의지가 필요하다. 내가 근무하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도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라는 공학계열로 소속을 변경하고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화 트렌드 속에서 콘텐츠 관련 창의적 교육도 공학과 융합되어야 한다는 비전이 그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지만, 문제는 당시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반대여론이었다. 걱정은 했지만, 지나칠 정도의 우려와 함께 만화애니메이션의 순수한 예술성을 공학의 공식과 숫자로 변질시킨다는 ‘예술의 부재’가 비난하는 측.. 더보기 [산책자]출현(Arrival) D-86.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시를 원하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얼리버드 신청이 며칠 전에 마감되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일반 참여를 위한 길은 열려 있다. 깜빡, 신청을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출현’이다. 2017년에는 ‘변신’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판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짊어질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선언했다. 작년에는 실제로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들이 ‘확장’이라는 주제 아래서 어떻게 다른 영역들로 넘어가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올해는 이렇게 다시 정의한 출판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 무엇이 ‘출현’할까.. 더보기 [직설]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는 관객들을 본다 34분짜리 다큐멘터리영화를 완성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첫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 금요일, 이 영화제에 자기 영화가 상영되는 감독들의 모임이 있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소개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주최 측은 참석자에게 다른 감독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써서 제출하게 했는데, 마침 내게는 꼭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과 노력으로 온라인 플랫폼용 짧은 영상을 만든다면 수십편, 어쩌면 수백편도 가능할 것이다. 영상에 광고를 붙이고,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닿는다면 창작자는 금전적 보상을 얻는다. 반면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수익을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업 영화가 ‘개봉’이라는 형식.. 더보기 실천하는 역사학자가 남긴 유언 “민족은 상상되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 민족이라는 말에 양가감정이 들었다. 식민지 시절 제국주의에 맞선 민족은 해방의 개념이었다. 이 한마디에 한반도의 청년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투쟁의 대열에 나섰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말에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무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민족의 적을 내세우면 하나로 뭉치기에는 좋지만, 그 한 뭉치 안에 그어진 균열과 갈등은 보지 못한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한참 고민할 적에 읽은 베네딕트 앤더슨의 는 그야말로 눈을 가린 비늘을 벗겨주는 지적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책을 읽으며 혀를 내두르는 것은, 책과 신문으로 대표되는 인쇄자본주의와 민족주의 탄생의 관련성을 탐색해낸 주제의식과 더불어,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섭렵한 학문적 성실성.. 더보기 [세상읽기]BTS의 티셔츠 행동과 3·1절 100주년 3·1절 100주년을 사흘 앞두고 BTS는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등 3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수상 소감에서 “사실 이 상이 가지는 권위와 품격에 비해서 저희가 작년에 불참해 너무 죄송하고 한이 컸는데, 올해는 훌륭하신 분들을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비록 화려한 시상식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 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나이보다 훨씬 오랜 세월 동안 ‘아침이슬’을 노래한 양희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듯한 많은 시상자, 수상자들과 함께하면서 BTS는 아마도 자신들의 음악 정체성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일본 식민지 지배에 맞서 민초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3·1절 100주년.. 더보기 [아침을 열며]젊은 여성들이 넷플릭스를 보는 이유 “이젠 한계에 도달해서 엄마 역할 그만 좀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에 비해 기회가 많지 않았죠”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그래도 내 또래 여배우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올해로 연기경력 47년, 45년, 37년차에 접어든 배우 박정수, 김보연, 박준금의 고백이다. 이들의 할리우드 도전기를 담은 tvN 예능 프로그램 은 이 같은 말로 첫 방송을 시작한다. 할리우드 오디션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 대사를 외우고 셀프 테이프를 만들며 좌충우돌하는 얘기다. 24일 방송에선 LA의 대형 에이전시를 찾아가 오디션에 참여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새로운 도전에 가슴 설레어하다가도 영어 울렁증에 ‘내가 미쳤지, 왜 한다고 나서서’ 속으로 후회도 하고 서로 예민해져 갈등을 빚기도 한다..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