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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아름다운 방’들이 넘치는 신세계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 30대가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서울의 대학가주변이나 특정 지하철역 주변 상권이 빠른 속도로 고급화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고기 뷔페’나 음식점 간판이 자리를 차지하던 거리에,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 간판들이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요즘 젊은 애들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오천원짜리 커피를 사 마신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또 어떤 이들은 서울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시 재활성화)이 시작됐다며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제안하기 바빴다. 오세훈 전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외치며 간판 정비 사업에 뛰어 든 것도 이 시점이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이들은 은퇴를 하거나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중산층이었다. 그들은 빵.. 더보기
[임진모칼럼]돌아온 거장들 싸이의 신곡에 대한 대대적 관심은 다시금 K팝의 글로벌 상승무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중음악은 언제나 젊음이 주인인 ‘지금’의 음악이 끌어가는 것이라면 K팝이 대중적 시선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 댄스음악이 반드시 판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다른 한편에는 정반대 성격에다 그 못지않은 파괴력을 발하는 별도의 흐름이 움트고 있다. 바로 음악계 전설들의 용트림이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시장과 인기차트에서 퇴각해 이름만으로 버티는 노장들이 근래 ‘레전드의 소환 분위기’를 타고 잇달아 전면으로 솟구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젊은 K팝이 힘차게 뻗어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또 한쪽에서 베테랑들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장면은 상쾌한 그림이다. 신구의 등권(等權) 조성 때문만.. 더보기
장우혁, 그 남자의 매뉴얼 우리 모두는 장우혁을 안다. ‘10대들의 우상’으로 누구보다 화려한 소년기를 보냈고 여전히 카리스마적 존재로 남아 있는 남자. 그에게서 과거를 소환하는 일만큼 간편한 일이 없겠지만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그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 이제 새로운 장우혁을 알아야 할 때다. 균형과 조화, 포지션을 아는 남자솔직히 말하자면 기자는 ‘H.O.T.’의 팬은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주위의 약 75%의 소녀들이 흰 비옷에 흰 풍선을 흔들며 ‘다섯 오빠’들의 이름을 외치는 동안 뱅글뱅글 돌아가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묵묵히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해두련다. 그를 인터뷰한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에서 부탁받은 사인지를 들고 인터뷰 장소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지인들의 이름과 사인지에 받고 싶은 멘트를 .. 더보기
[문화와 삶]교과서에 한자 쓰자는 사람들 우리말의 낱말 사용 비율은 토박이말이 54%, 한자어가 35%, 외래어가 2%라고 한다. 그러니 초·중등 교과서에도 한자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한자가 오랫동안 지배층의 글자였고, 근대 학문과 법률, 행정의 주요 개념이 거의 모두 일본의 번역을 거쳐 들어왔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자어를 다 토박이말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듣도 보도 못한 토박이말이 갑자기 몰려나온다면 이 또한 뜻이 닿지 않는다. 외계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말은 사회와 함께 변하며 그 어울림 속에서 새로 나고 죽는다. 그런데 한자어가 많다는 사정을 들어 초·중등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고, 얼마 전 여당의 몇몇 의원이 이런 목적으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더보기
‘내 딸 서영이’로 국민 남편으로 떠오른 배우 이상윤 연예계 대표 ‘엄친아’, 서울대 출신 배우, 데뷔 7년 차 배우 이상윤의 이름 앞에는 아직도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단막극부터 특별기획드라마, 정통 사극,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저 반듯한 외모의 ‘훈남’ 이미지로 기억한다. 배우로서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하며 노력해온 그로서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할 터.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왔다. 얼마 전 종영한 KBS-2TV ‘내 딸 서영이’는 아마도 그 과정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지 않았을까.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느낀 보람배우 이상윤(32)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 번 ‘인기 드.. 더보기
[공감]슬프고 무서운 사람들 요즘 최고의 막장드라마는 보험사기극이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만약 소재난에 시달린다면 보험사기 사례를 취재하거나 연구해봄직하다. 일명 ‘낙지살인’은 뒤집고 뒤집히는 반전이 일품이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피고는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피고는 3년 전 여자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산낙지를 구입해 인천시내 한 모텔에 투숙했다. 사망보험금 2억원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죽인 뒤 낙지가 목에 걸린 것으로 위장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고, 낙지가 여자친구 목에 걸려 손으로 빼냈지만 결국 죽었다는 게 피고의 주장이다. 지난달 발생한 ‘동백섬 추락사고’도 알고보니 보험금을 노린 치밀한 살인극이었다. 김.. 더보기
[문화와 삶]자발적 유배 김진송 | 목수·문화평론가 4월을 맞고도 아직 지난 겨울 매운 추위의 기억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남녘에는 매화와 벚꽃이 흐드러져 봄이 지척인 줄은 알겠는데 좀처럼 움츠러든 몸이 펴지질 않는다. 굳이 지난 추위가 온난화로 인해 몰아닥친 한파가 아니었대도 이미 마음의 한파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멘붕으로 이어진 겨울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다고 하던 일마저 뜻대로 되지 않아 그 어느 해보다 을씨년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강퍅해진 마음과 미처 추스르지 못해 거덜이 난 몸을 달래러 남녘에 다녀오기로 했다. 장흥과 강진을 거쳐 해남을 돌아오는 여정. 나는 이번 여행 참에 한동안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몇 달이나마 단절된 공간에서 유폐의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한 터였다. 이른바 셀프 유배. 혹한.. 더보기
노래는 시여야 합니다 이영훈 작곡가를 아실 겁니다. 명작곡가였지요.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광화문 연가’ ‘이별이야기’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붉은 노을’ 등이 바로 그가 빚었던 노래입니다. 안타깝게도 작곡가는 2008년 2월 숨을 거두고 맙니다. 병마를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이문세가 6월1일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열 수 있게 된 것도 이영훈 작곡가의 덕이 컸다 할 것입니다. 2007년 광화문 어느 카페에서 이영훈씨와 따스한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제게 불쑥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노래는 너무 쉽게 쓰여지는 것 같아….” 몰랐던 일이지만 그의 노래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합니다. 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