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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용필과 싸이가 일으킨 창조적 문화 신드롬 ‘가왕’ 조용필과 ‘움직이는 수출품’ 싸이가 시대의 문화 파워로 우뚝 섰다. 국내외 음악산업의 주인공이 되면서 대한민국의 창조적인 문화현상을 선도하고 있다. 국민들은 조용필의 “바운스 바운스”를 읊조리며 마음을 다스리고, 세계인들은 싸이의 “알랑가몰라 왜 쌔끈하게 해야 하는 건지”를 따라 부르며 시건방춤을 춘다. 특정 세대나 장르를 극복한 두 가수의 성공을 통해 노래 한 곡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과 문화적 저력을 실감케 한다. 조용필은 지난 3일 신곡 ‘바운스’로 23년 만에 지상파방송 음악프로그램인 KBS 2TV 의 ‘K(케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조용필은 한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조용필의 ‘1등’은 음원·음반 차트 .. 더보기
[문화비평]“제 이름은 미스김입니다” 그녀의 호칭은 여러 가지다. 김양, 김씨, 때때로 아줌마. 하나같이 무명과 다름없는 호칭들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응답한다. “제 이름은 미스김입니다!” 일본드라마 이 한국으로 건너와 KBS 월화드라마 으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주인공 ‘만능사원 오오마에’가 그냥 ‘미스김’(김혜수)으로 바뀐 것은 두 작품의 중요한 차이점이 되었다. 한국에서 ‘미스김’은 그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산업화시대의 ‘김양’처럼 여성 노동자의 무명성을 통칭하기 때문이다. 은 이 문제적 호칭을 통해, 비정규직의 차별적 현실이라는 원작의 주제 가운데서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의 비가시성에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젠더위계가 그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위계로 연결되는 현실이다. 극중 남성들은 모두 정규직원이며,.. 더보기
브라질, 삼바 그리고 보사노바 얼마전 브라질 상파울루에 다녀왔습니다. 6일 일정이었지만 정작 브라질에서는 이틀 밤만 잤습니다. 가고, 오는데 나머지 이틀씩을 썼지요. 브라질 하면 ‘삼바’ 역시 빼놓을 순 없습니다. ‘삼바’는 음악 용어입니다. 특유의 4분의2박자 리듬을 바탕으로 한 춤, 혹은 그 음악을 지칭합니다. 굉장히 빠른 노래입니다. 온 몸을 다 흔드는 무곡이지요. 음악은 신나고 화려해도, 이면의 이야기는 민중해방, 자유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인들이 남미로 진격(자기네들은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한 뒤, 사탕수수 등 각종 농장을 만들고 여기에 쓸 흑인 노예들을 대거 끌고간 게 16세기입니다. 아프리카의 청년들은 사냥감처럼 잡혀왔습니다. 앙골라, 콩고 지역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고 합니다. 사람은 손쉽게 길들.. 더보기
자존심 지켜며 살아온 ‘남자의 품위’ 배우 김영철 영화 ‘달콤한 인생’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마음 넓은 아버지 사이에는 결코 하나의 얼굴로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드라마 ‘태조 왕건’의 광기 어린 궁예와 드라마 ‘아이리스’의 알 수 없는 인물 백산 사이에는 그 배경이 되는 시간보다 더 멀고 먼 강이 흐른다. 하지만 이 모든 인생을 타인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눈빛을 가진 배우는 있다. 그것은 아마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탄탄한 뿌리에서 비롯된 힘일 것이다. 언제나 한 사람의 인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배우 김영철은, 어떤 역할을 입어도 숨겨지지 않는 ‘멋’을 갖춘 그런 남자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희끗하게 센 머리카락과 시간의 더께가 진하게 내려앉은 얼굴,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이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 더보기
무른 듯 고집스럽게! 배우 정진영 젠틀맨이란 모름지기 나를 내세워 요란스럽지 않아야 한다. 정진영은 그런 면에서 담백하다. 자신에겐 고집스럽지만 남에게는 무른 듯 맞춰 나가기 선수다. 평소 입고 다니는 의상은 모두 아내가 사준 그대로다. 배우라면 자신의 개성을 피력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맞추는 걸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허허 웃는다. 아, 생각해보니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는 개성보다 맞춰가기를 잘해야 하는 게 옳구나. 중심을 잡을 줄 아는 배우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한 정진영(49)은 어젯밤 잠을 설쳤다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다. 누군가 타다 줄 겨를도 없이 스스로 척척 타 마시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인다. 그는 스케줄 관리자도 없고 흔한 운전 매니저 없이 혼자 다닌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은 가볍게 대중교통을 이.. 더보기
[문화와 삶]창의성 유감 전철을 타보면 앞에 앉아 있는 줄의 일곱에 다섯 명은 손에 첨단기기를 쥐고 있다. 그 창의적인 물건을 쥐고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첨단의 과학적 기술을 일상의 쓰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안된 수많은 창의적 산물을 우리는 매일 만날 수 있다. 한편 물질의 생산과 소비 능력을 높이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이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창의성이야말로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창의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생산 능력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온다. 이즈음 누구나 앞다투어 창의성과 상상력을 이야기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창의적 인간이 되기 전에 먼저 소비적 인간이 되어버린다. 낡은 이야기 하나. 남자가 성공하려면 여자들의 말을 잘 들.. 더보기
[정동에세이]봄의 투쟁 봄비가 내리고 얼마 후면 봄-소리가 들려온다. 저만치에서 트랙터가 흙을 뒤집으며 경작을 준비하는 소리다. 봄을 맞은 산의 색은 단정하다. 앉은부채의 초록과 진달래의 연분홍과 하늘의 파랑! 생강나무 군락이 있는 숲 비탈에서 노란 꽃들을 땄다. 봄 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생강나무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 위해서다. 생강나무와 생강의 관계는 국수나무와 국수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강나무에는 생강이 맺히지 않고 국수나무에선 국수가 뽑혀 나오지 않는다. 세상엔 이와 같은 관계의 말과 일이 얼마나 많은지 되새기며 꽃을 따러 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그날 저녁, 낮에 딴 생강나무 꽃을 살짝 데쳐 탁자 위에 나란히 뉘어놓고 말렸다. 밑에 깔린 하얀 종이에는 노란 물이 배어 나왔다.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날에는 물푸레.. 더보기
위기 극복 ‘나눔 문화’에서 길을 찾자 문화는 삶의 양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원형은 있는 법이다. 지금은 원형문화가 해체되고 표층문화가 주를 이루는 주객전도 양상이 이어진다. 원형문화가 중심을 잡지 못하니 사회는 가볍고 늘 위기에 직면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동하는 신자유주의 경제가 토착, 원형, 전통풍속의 문화 중심을 침탈하고 전일적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관철하려 하니 우리의 일상은 지금 억압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문화 위기를 해소할 전략은 문화·예술적 방식만이 아닌 정치·경제·사회가 함께 역동적인 선순환에 합류하는 데 답이 있다. 사랑과 나눔의 마음이 있어야 윈윈이 가능하다. 우리의 원형문화인 배려와 돌봄을 부활시켜야 한다. 우리 전통에서 다시 배울 나눔은 얼마든지 있다. 두레와 풍장, 새해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