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조용필 해적판 1865년 초연된 발레 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 ‘해적(海賊)’을 바탕으로 아돌프 아당이 작곡하고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했다. 해적 콘라드가 터키 상인의 노예로 팔린 그리스 소녀 메도라를 구하는 무용담과 러브라인이 기둥 줄거리다. 오스만 할렘의 이국적인 풍경과 전투장면이 인상적인데, 난파·납치·배신·반란·구출 등 역동적인 장면이 많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작품 속 착한 ‘해적’과 달리 진짜 해적은 잔인하다. 통제불가능한 바다에서 그들은 순식간에 약탈 대상인 배에 올라타 모든 것을 앗아간다. 국내에선 반세기 전부터 해적판 음반(일면 빽판)과 해적판 원서가 통용되면서 ‘해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당시 구하기 힘든 원서나 원반은 고가에 거래돼 서민들은 싼값의 해적판을 구입하곤 했.. 더보기 [문화비평]‘나머지’를 구매하는 세상 마르크스가 쓴 에는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많다. 누군가 아이러니의 대가로서 마르크스를 발견해 그가 가진 글 솜씨에 관한 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만큼 그는 구변이 좋다. 아무튼 이란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상품은 언뜻 보면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품을 분석해보면 그것이 형이상학적인 교활함과 신학적 변덕으로 가득 찬 매우 기묘한 물건임을 알게 된다.” 언뜻 읽으면 그저 그런 말처럼 들리지만 곱씹어보면, “어쩔!”이란 속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서 마르크스는 우리의 상식과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흔한 믿음대로라면 근대 사회란 형이상학의 독단이나 비합리적인 신학의 굴레에서 벗어난 세계를 가리킨다. 어둠에서 벗어나 빛.. 더보기 [문화와 삶]조용필의 혁신 파격과 권위라는 두 마리 토끼가 마치 한 몸인 것 같았다. 지난 23일 올림픽홀에서 열린 조용필 쇼케이스를 보며 든 생각이다.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상징하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의 구성을 생애 첫 쇼케이스에 적용했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조용필은 10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이유로 떨려 했다. 후배들은 예외 없이 가왕 앞에서 노래한다는 이유로 떨려 했다. 조용필의 업적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건 형용사와 부사가 구구절절 달라붙은 명사가 아니다. 그가 불렀던 노래의 제목들을 열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조용필이 처음에 나오는 거 봤느냐?’라는 문장은 일종의 속담이 됐다. 대중음악사에서의 인기와 업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조용필 말고도 몇몇 이름들을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그런 관용.. 더보기 [여적]창밖의 여자 ‘가요의 전설’ 조용필(63)이 신곡 ‘바운스’로 데뷔 45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의 1위를 향해 질주하는 싸이의 ‘젠틀맨’을 물리치고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대한민국 가왕’다운 인기몰이다. 그런데 음원차트 1위가 ‘45년 만에 처음’이라는 대목에 의아해한 이도 있을 것이다. 1968년 데뷔 후 가요계를 휩쓸던 조용필은 음원세대가 아닌 음반세대이다. 인터넷과 MP3가 없던 당시, 음원 대신 그의 노래가 담긴 음반이 불티나게 팔렸다. 방송과 무대에서 그가 발표한 200여곡은 무조건 히트했다. 몸이 몇개여도 부족할 정도로 잘나가는 국민가수 덕에 조영필, 조연필 등 모창가수도 밤무대와 행사장을 누비느라 바빴다.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촛불’ ‘고추잠.. 더보기 소음이 된 음악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한 것이고 그 어떤 것도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층간소음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황당한 뉴스를 들을 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것이었다. 소음이 주는 고통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반복적인 소음인 경우, 들릴 때는 들려서 괴롭고 들리지 않을 때는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몰라 불안하다.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신경성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것이 때문이리라. 층간소음뿐이랴. 어디를 가도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다. 도심 한복판이 시끄러운 것은 그렇다고 해도, 머리를 식히려고 찾은 등산로에서조차 소음이 넘쳐난다. 대형 스피커가 쏟아내는 노랫소리를 듣자면 음악이 이토록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제 음악도 ..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천국에서는 모두 낮잠을 잔다 며칠 전 문자로 온 후배 B의 부음을 접하고 이 이름이 내가 아는 그 이름인가 싶어서 처음엔 의아해했고 그 다음엔 아득해했다. “아니 그 아이가 왜?” 아직 마흔도 안됐거나 이제 막 마흔이 됐을 나이다. 담배는 피우다 안 피우다 했던 것 같은데 술은 거의 안 했다. 남자들 세계에서 마흔의 과로사는 흔한 일이지만 그 아이는 여자다. 게다가 결혼도 안 한 처자의 몸. 그런데 느닷없는 뇌출혈이라니. 천국에서는 모두 낮잠을 잔다고 들었다. B도 지금쯤 낮잠을 자고 있을까? 그 애의 깡마른 몸이 생각난다. 나태함을 아예 모르거나 처음부터 아예 추방한 몸처럼 보였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서도 늘 가볍게 움직이던 몸. 그리고 거의, 언제나, 인디언 소녀처럼 야무진 그 얼굴엔 개구쟁이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떤 .. 더보기 [여적]500만원짜리 시건방춤 월드스타 싸이(36)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 80시간 만인 지난 17일 새벽 5시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넘어섰다. 유튜브 사상 15억건의 최다 조회수를 기록 중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억건 돌파에 51일 걸린데 비하면 47일을 단축했다. 아이튠즈 순위도 42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매출이익이 수백억원 이고, 싸이의 경제효과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K팝 황제 싸이의 폭풍질주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사람을 골탕먹이는 망나니 연기와 하반신을 돌리는 야한 춤 등 ‘B급 정서’를 표현하며 자신을 격조있게 포장하려는 인간의 허세를 고발한다. ‘젠틀맨’의 인기코드는 5개의 포인트 춤이다. 양다리를 벌리고 엉거주춤 구부린 채 엉덩이를 흔들어야 하는 ‘시건방춤’.. 더보기 ‘최초의 K팝’ 아십니까 몇 가지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혹시 ‘한국 사람의 목소리가 최초로 녹음된 음반’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최초의 가요곡’은 무엇일까요? 쉬울 것 같은 질문이지만, 현재로선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때때로 특강 요청을 받고 나가 한국 가요사를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곤 하지만, 최초와 관련된 이 같은 질문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 합니다. 강사치고는 참 형편없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다시 질문 하나 해봅니다. 가요나 가수에 관해 궁금한 게 있고, 또 듣고 싶은 음반이 있다고 치겠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조용필의 데뷔 앨범, 주옥 같았던 산울림, 들국화의 굵직했던 음반이 듣고 싶다면 말입니다. 너무 먼 음반이라고요? 그렇다면 아직 팬층이 두터운 서태지.. 더보기 이전 1 ··· 90 91 92 93 94 95 96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