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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재벌과 막장 드라마 한국 TV 드라마에 비치는 재벌의 모습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1987년 최고 화제작 에서 주인공 태준(고 남성훈)은 대기업에 들어가 승승장구한다. 동생 태수(이덕화)는 건설 붐을 타고 건설회사를 일으킨다. “잘살아보세”가 국가적 구호였고, 그 선두에 선 재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열심히 일하면 태준과 태수처럼 호텔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를 먹을 수 있다는 ‘희망’ 혹은 ‘욕망’을 대중에게 던져줬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러 재벌은 판타지 대상이 된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만큼 현실에서 계급적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축에는 재벌 상속남녀가 있다. 그 상대방은 착하고 능력 있지만 아직은 별 볼일 없는 ‘개구리 왕자’ ‘온달’ 같은 남성이거나, .. 더보기
[문화와 삶]획일화된 창의력 어느 날, 눈을 뜨자 생각들이 머릿속을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마치 수많은 벌레처럼 스멀스멀 머릿속을 헤집고 꿈틀거리며 제멋대로 기어 다니며 탈피와 우화를 거쳐 급기야는 날벌레가 되어 삽시간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생각벌레 한 마리를 잡아 찬찬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길러내면 때로 아름답고 멋진 벌레를 눈앞에 만날 수 있다. 빈약하고 때론 끔찍한 애벌레가 몇 번의 변신을 거치며 낯설지만 그럴듯한 모습을 갖춘 벌레가 되는 과정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상상력은 그렇게 생각의 한 귀퉁이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벌레들을 제대로 길러내는 능력이다.” 머릿속에 벌레 한 마리를 떠올리며 이야기의 초안을 잡는다. 꿈틀거리는 벌레는 언제나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이다. 그러니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도 벌레로부터 시작하면 좋으리라..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현대적인 폐광 사용법 강원도에 살면서 강원도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졌다. 1년에 4번 발행되는 ‘보보담’이라는 사보 팀의 요청으로 정선과 영월에 사는 토박이 6인의 인터뷰를 위해 1박2일로 이웃 동네를 여행하게 된 것. 다행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매우 시시한 여행이 될 수도, 반대로 강원도에서 살면서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서른 초반에 여행과 휴식에 대한 결핍감을 채우고자, 무작정 휴직계를 내고 1년 동안 유럽의 온갖 나라를 정처 없이 싸돌아다니고 난 후, 서울에 있는 내 집에 도착했을 때 알았다. 내가 사는 망원동이라는 전혀 신비감 없는 동네를 마치 그곳을 여행하기 위해 멀리 돌아온 여행자처럼 둘러보면, 익숙하고 비루하다 여긴 것들이 얼마나 새롭고 .. 더보기
모방 가수라 무시 말아요 세칭 ‘이미테이션 가수’들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모방 가수’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임이자(이미자), 주연미(주현미), 임운세(이문세), 패튀김(패티김), 현찰(현철), 송대광(송대관), 현숙이(현숙), 방쉬리(방실이), 하리슈(하리수)…. 이름이 기발합니다. 나훈아를 모방하는 너훈아와 나운하, 조용필을 모방하는 조영필과 주용필 등이 활동을 해왔습니다. 개그맨 이수근을 똑같이 흉내낸 이수건이 있더군요. 김수로를 모방한 사람은 스스로를 김슈로라고 부릅니다. 모방 가수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한국이미테이션연합회도 있습니다. 종종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일본으로 함께 나가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바쁘고 몸값 비싼 진짜 스타들이 가지 않는 작은 시골 어귀에서는 이들 역시 스타입니다. 나운하의 경우엔.. 더보기
[문화와 삶]레코드 페어를 앞두고 LP는 흔히 낭만의 아이템으로 통한다.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나오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들으며 좋았던 한때를 떠올리는 추억의 소환도구라고 한다. 그런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오는 25일 강남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리는 레코드 페어다. 개인 및 업체들이 내놓은 중고 LP부터 희귀한 수입 LP까지, 여전히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애호가들의 지갑을 순식간에 비우는 음반들이 한곳에 모인다. 작년 가을 두 번째 행사에서는 조동익의 등을 LP로 한정 제작했고 이번에는 이상은의 , 미선이의 등 90년대부터 최근의 명반들이 LP로 제작, 한정 판매된다. 희귀 음반을 구하려는 컬렉터들이 아침부터 레코드 페어를 찾는다. 추억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LP는 과거의 매체가 .. 더보기
[미스터K의 음악편지]스타일리스트의 세계 가수와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매니저’입니다. 안무팀, 스타일리스트 등도 곁을 지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댄서들이나, 스타일리스트들은 대개 어립니다. 20대 초반이 대부분이고, 많아야 20대 중반입니다. 따지고보니 스타일리스트들은 생각보다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매니저’나 ‘안무가’들은 왕왕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부상한 이후 ‘안무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적이 있지요. ‘스타일리스트’는 가요계에서, 특히 여성 스태프들이 많이 종사합니다. 요즘에는 ‘스타일리스트’가 많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코디’가 현장을 채웠습니다. ‘코디’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의 준말입니다. 의상, 화장, 액세서리, 구두 등 전체적으로 조.. 더보기
[별별시선]나는 아빠다 5월은 평범한 가장에게는 참 힘겨운 달이다. 5월5일 어린이날에서 시작된 고난의 행군은 8일 어버이날을 찍고, 부처님오신날로 이어지는 연휴로 마무리됐다. 총 2주일에 걸친 고난의 행군을 무사히 마친 이 땅의 모든 아빠들에게 ‘진짜사나이’적 연대를 보낸다. 우리는 해냈다. 길고 긴 고난의 행군을 마친 지난 19일 일요일, TV를 켜고 프로야구 중계를 틀었다. 거실의 기다란 안락의자에 누워 일요일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순간. 아이들과 아내가 “아빠, 아빠! 어디가? 봐야 되는데!”라며 다가왔다. 난 속으로 (어디를 가기는) “프로야구 볼 거야!”라고 했지만, 직감적으로 TV 리모컨을 넘겨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걸 깨닫고, 일어나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키며 재빨리 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았다. 그리고 좀 심통 맞.. 더보기
[문화비평]아이들이 잃어버린 노래 행복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좋아보여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불행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가 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꼴찌라고 한다. 옛날같이 헐벗거나 굶주리지도 않으니 과거보다 분명히 더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 아이들은 바쁘다. 예전에는 아이가 피곤하다고 말하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피곤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아이들은 동심을 노래하지 않고 어른들의 마음인 가요를 노래한다. 이것조차 선행학습인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