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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기계발 열풍과 신자유주의 최근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고 이것이 사회를 운용하는 경제제도로써 그 유통기한을 다했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이는 오랜 시간 축적돼 온 신자유주의 모순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쳐 2011년 뉴욕 월가점령 시위로, 그리스·스페인·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연쇄 시위로 확산된 데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근래 논문과 책 등 다양한 학문적 담론으로 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탓에 한국 언론담론의 자장 내에서도 이제 신자유주의가 그 소임을 다하고 머지않아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단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보는 유사 논조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성찰적으로 사유하고 새로운 대안과 조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더보기
[문화비평]창조적이라야 예술이다 또 표절이다. 이번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슈퍼스타가 무명 인디밴드의 음악을 베꼈단다. 물론 당사자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가 된 곡의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이 모두 노래는커녕 밴드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항변한다. 두 노래가 그렇게 비슷한데도 말이다.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게 어디선가 흘려들었던 선율이 작곡을 할 때 튀어나왔다면 말이다. 그도 아니면 정말 우연히 두 사람이 똑같은 영감을 받아 똑같게 곡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사실이 정말 그렇다면 언론의 뭇매를 맞은 본인은 얼마나 억울할까. 표절 시비에 휘말린 사람들은 예외없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자신이 정말 표절을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혹은 자신만 표절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일 것이다. 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표절천국 한국에서 표절.. 더보기
[문화와 삶]‘자유’가 없는 록페스티벌 여름이면 록 페스티벌을 다니는 게 계절 행사처럼 됐다. 올 여름 열리는 (무려) 다섯개의 페스티벌 중 세개가 막을 내렸고, 두 개가 남았다. 시장은 그대로인데 공급은 아메바 증식하듯 늘어나니 예년에 비해 모든 페스티벌이 한산하다(물론 보도자료에는 7만~8만명이 페스티벌을 찾았다고 나오지만 경찰의 집회 참가인원 수치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게 한국 페스티벌 관객수다). 2006년에 하나로 시작, 2009년에 두 개가 되더니, 지난해에 세개가 됐다. 거품이구나 싶었는데 일년 만에 다섯개가 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한적하고 풍광 좋은 휴양지 대신 록 페스티벌에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음악이 있고, 일탈이 있으며, 자유가 있다. 취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맞지 않는 주변 인간관계를 벗어나 같..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결혼식 없는 결혼 얼마 전 케이틀린 모란이라는 영국의 괴짜 여성 칼럼니스트가 쓴 책을 읽다가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어서 트위터에 올렸다. ‘여성 여러분, 결혼식은 우리 탓이다. 우리 때문에 곳곳에서 끔찍한 결혼식들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자기 혼자만 유명인사가 된 양 행동하는 결혼식들은 광기의 절정에 도달한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합니다.’ - 중 그랬더니 트위터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리트윗도 모자라 이런 답글이 올라온다. ‘끔찍한 결혼식. 갑자기 결혼식 없는 결혼을 이효리가 한다는 소식이 떠오르고. 사실이래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결혼 당사자와 목사님만 있으면 혼인할 수 있다는데 역시 효리양은 앞서 나가 ㅎㅎ. 수백명 모아놓고 수천만원 들여 한 결혼도 몇 달 만에 끝장나.. 더보기
[기고]‘너의 목소리가 들려’ 1년 반 만에 다시 밟은 서울 땅. 무위의 미덕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맞은 한국 땅은 의외로 잔잔했다. 검찰이 전두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후련해하지 못했고, 검찰이 부실하나마 국정원의 선거개입, 즉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세상은 예상보다 요동치지 않았다. 오자마자 찾아간 서울시청 앞. 촛불 든 사람 수는 2008년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때에 비해 사안은 더 중대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시국선언을 하러 모였던 이들의 일치된 의문도 이 점이었다. 왜 사람들은 단지 ‘국정조사’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걸까. 부정선거가 명확하다면, 바로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수순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원인이 조금씩 파악된다. 첫째는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탄식.. 더보기
앨범이 안 보인다 현존 최고의 록밴드로 꼽히는 아일랜드 출신의 유투(U2)는 누구보다 명작 앨범을 많이 내놓은 아티스트다. 히트한 곡들도 많지만 수작 앨범을 다수 발표했기 때문에 현실의 인기가수를 넘어 역사적 존재로까지 기억된다. 록 전문지 ‘롤링스톤’은 1987년 앨범 가 그들의 위상을 영웅에서 슈퍼스타로 끌어올렸다고 칭송했다. 이 음반은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음악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단일곡 즉 ‘싱글’보다는 10곡 이상을 수록한 ‘앨범’이 자신의 음악적 자아와 예술성을 표현하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체로 싱글을 제작할 때는 대중적 접근으로, 앨범은 예술적 지향으로 임했다. 지난 20세기를 대중음악의 시대로 만든 것은 분명 앨범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 하나가 1억장 이상의 판매고를 .. 더보기
[문화비평]‘황금의 제국’과 재벌 ‘스캔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두 편의 드라마는 철거현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중 한 편인 MBC 은 88올림픽 개막을 앞둔 산동네 철거촌에서, 다른 한 편인 SBS 은 1990년 정부의 5대 신도시 개발로 인한 철거현장 이야기로 그 서막을 열었다. 이 도입부에서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세입자들 위로 쏟아지는 강제철거의 폭력과 붕괴의 모티브는 앞으로 두 드라마가 전개할 몰락의 서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 작품은 국가와 재벌이 ‘손에 손 잡고’ 강행한 개발주의의 그늘을 드러내고자 한다. 재벌 중심 경제성장의 어두운 뒤안길에 대한 두 드라마의 비판의식은, 2009년 이후 나타난 새로운 경향의 재벌드라마들의 연상선상에 있다. 가령 그 전까지의 재벌드라마는 KBS 처럼 한국 경제성장 주역으로서의 영웅.. 더보기
[낮은 목소리로]불신자의 믿음 어찌 알밋알밋 처세를 했던지 겉대중하는 이들 중 기독교 신자들은 내가 기독교 신자인 줄 알고, 불교 신자들은 나를 불교 신자로 안다. 신학대학에서 강연도 하고 불교 잡지에 글도 쓰다 보니 그런가 보다. 종교는 정치만큼이나, 어쩌면 정치보다 훨씬 더 건드렸다 입천장이나 데일 뜨거운 감자이지만, 기실 내가 종교에 대해 취하는 자세는 논어의 말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왈 경귀신이원지(敬鬼神而遠之)일지니, 공경하되 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아들아이와 함께 지은 우리 집 가훈은 ‘의심하라!’이다. 진로탐색을 위한 강연을 듣고 온 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길, 자기는 아무래도 멘토나 롤모델을 만들지 못하겠단다. 바깥으로 드러난 빛나는 성취, 열거되는 업적, 대중의 찬사가 존경과 열광을 불러일으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