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중문화블로그TV POP!
본문 바로가기

[임진모칼럼]다시 유행가로 돌아간 대중가요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200년 전의 사람들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을 들었듯이 200년 후의 사람들은 비틀스 음악을 들을 것이다!” 비틀스의 명곡들이 세기의 신화를 넘어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까지 숭앙을 받고 있는 것을 전제하면, 그 시기는 200년이 아니라 50년 후로 앞당겨도 과언이라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온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렛 잇 비’ ‘오블라디 오블라다’ ‘헤이 주드’와 같은 곡들은 지금도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가요도 전설의 반열에 올라있는 곡들이 상당수 있다. 한국의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의 ‘미인’이 발표된 지 올해로 정확히 40년이다. 조용필의 서사적인.. 더보기
[임진모칼럼]가수의 예능 출연, 독이 되는 까닭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게 본업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노래만 해서 되는 현실은 아닌 게 분명하다. 과거에 가수는 텔레비전에 출연해도 대부분 노래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가수는 이런저런 활동을 보여주느라 참으로 분주하다. 아이돌 스타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본연의 일 외에 방송의 예능프로그램 패널로 나와 신상을 털고 재치 있거나 매력적인 언변을 구사해야 하고 더러 연기나 개그도 해야 한다. 음악보다도 예능적 재능을 발휘하는 게 인기 획득에 더 효과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과외 활동이 본업을 넘어서는 이러한 역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별로 없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 우물 파기의 신조를 폐기하고 멀티 플레이어와 다각화 풍조를 선호하고 있다. 그런 변화와 맞물려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 더보기
[기자메모]‘송포유’ 과제 매달리다 상처만 남겨 SBS 가 남긴 것은 감동인가, 상처인가? 문제학생들을 변화시키겠다고 시작한 SBS 가 26일 많은 논란 끝에 종방했다. 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미화했다는 점에서 방송 첫날부터 비난이 쏟아졌고,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관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가해 학생들도 낙인 찍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연자가 다니는 성지고 역시 ‘폭력배나 다니는 학교’처럼 묘사돼 학생과 학부모, 교사, 졸업생들에게도 상처를 줬다. ‘착한 예능’이 ‘문제 예능’으로 변질된 것은 교육적인 고려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무리하게 감동만 주입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SBS의 특집 예능프로그램 는 일종의 ‘메이크오버(Makeover)쇼’이다. 메이크오버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출연자의 약점을 변화시키며 감동을 주는 형식.. 더보기
[문화비평]멘붕 시대와 생고생 예능 올해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을 결산할 때 빠지지 않았던 키워드 중 하나가 ‘고생’이다. MBC 의 서툰 육아일기에서부터 SBS 의 오지체험까지, 고생의 범위도 드넓다. 최근에는 여기에 ‘생’이라는 접두사가 덧붙여졌다. 그야말로 ‘생고생’ 예능의 범람이다. 이때 ‘생고생’은 ‘공연한 고생’이라는 본래 의미보다 ‘혹독한 고생’의 뜻에 더 가깝다. ‘생지옥’의 사례처럼 고생의 강도가 더해진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능의 고생담은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생고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던 SBS 이나 ‘고생의 끝판왕’을 자처했던 MBC 처럼 기획의도에서부터 대놓고 혹독한 고생담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다. 가 군인들과 똑같은 군사훈련을 받는 연예인 이야기를 내놓자, SBS 에서는 위험천만한 화재진.. 더보기
[녹색세상]불량식품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데 채소와 곡식은 왜 먹는가?” 여러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 육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할 때 가끔 듣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감각과 감정이 있다는 연구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스라엘의 어떤 생물학자는 식물이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기억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식물의 고통까지 생각하면서 먹을 걸 골라야 한다면 선택할 만한 게 별로 없다. 채소는 물론이고 씨앗이 담긴 곡식도 피해야 한다. 씨앗 속에는 배아가 들어 있고, 배아에는 수분과 광선에 반응하는 싹틔우기 감각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두 골라내면 남는 것은 씨를 빼고 먹는 과일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식물의 고통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사람에게 .. 더보기
[문화와 삶]술값 내는 사람과 세금 내는 사람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7년 전쯤에 난 몹시 어려웠다. 경영하던 회사가 나의 무모한 사업 확장 때문에 4년 동안 휘청거리다 결국 문을 닫고 쫄딱 망한 뒤였다. 창피하다고 일부러 숨어 지내지는 않았다. 사업에 망했다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지 않을 버릇하면 그 세계에서 매장당하니 일부러라도 나갔지만, 그보다는 친구가 필요해서 그랬다. 힘들거나 즐거웠던 기억을 함께 끄집어내어 나누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일만큼이나 삶의 활력소 노릇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친구가 필요하다. 자잘한 정보가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위안을 받을 때도 있으며, 내가 여전히 그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제야 말하지만, 당시 어느 모임이건 갈 때마다 나는 술값을 걱정해야 했다. 모이는 사람이 ..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작은 혁명 ‘와, 이 사람들에게 비하면 우리는 새 발의 피다.’ 작년 이맘때 19평 규모의 작은 시골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삿짐을 줄인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런데 이 사람들은 5년에 걸쳐 계속 물건을 줄이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은 바퀴 달린 3.6평 넓이의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내 준 따끈따끈한 신간 이라는 책의 저자 태미 부부 이야기다. “13.6평이 아니고?” 남편이 놀라서 물었다. “응. 그냥 에누리 없는 3.6평이라니까. 심지어 이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보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게 됐다는 남자의 작은 집은 불과 2.3평이야. 이 사진 봐. 귀엽지? 천장을 높게 해서 이렇게 로프트 침실을 만들면 되는구나. 어때? 살 만할 것 같지 않아?” 책을 보며 혼자 감탄하다 그 작은 집의 .. 더보기
[별별시선]‘설국열차’의 상징과 비유들 가 개봉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관객 수는 800만이 넘었지만, 흥행이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영화가 난해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반응이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만큼 상징과 비유가 풍부한 영화도 흔치 않다. 아마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풍부한 듯하다. 영화 속 기차는 ‘자본주의 체제’를 상징한다. 봉준호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차는 옛날로 치자면 증기기관이다. 증기기관은 영국 산업혁명의 대명사 격으로 자본주의를 있게 한 핵심 요소다.”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자본이라는 엔진은 자기 내부의 모순으로 스스로 폭발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기차는 전 세계를 국경 없이 질주하며 부의 무한증식을 꾀하는 초국적 자본을 닮아있기도 하다. 기차는 폐쇄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