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칼럼]돈에 종속된 음악 현재 빌보드 차트 정상 문턱에 다다른 곡 ‘스테이 위드 미’로 급부상한 영국의 신인 가수 샘 스미스는 이 노래를 수록한 데뷔 앨범의 머리곡으로 ‘머니 온 마이 마인드’를 배치했다. ‘내 머릿속에 돈’이란 제목을 내걸었는데 그가 외치는 바는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돈이 아니고 난 엄연히 사랑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 난 압박을 느꼈어/ 난 숫자를 보고 싶지 않고 천국을 보고 싶어/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곡을 써줄 수 있느냐고 묻지만/ 죄송하게도 행복하게 곡을 그렇게 만들 처지는 아니야….’ 사람을 위해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을 위해 혹은 업계를 위해 곡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애처로운 호소로 들린다. 물론 그의 선택은 사랑이란 이름의 예술이다.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런 .. 더보기 [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음악이란 그런 게 아니다 며칠 전 밤이다. 자기 전에 음악 듣는 취미가 있는 남편이 오랜만에 가요를 틀었다. “흠, 오랜만에 들으니 좋네.” 침대에 누워 들국화를 듣고, 김현식을 들었다. 그러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 전화벨 소리를 듣고 마치 지키지 못한 약속이 문득 생각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저편에서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부탁해 부탁해….” 한때 굉장히 좋아했던, 그러나 어느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시인과 촌장’의 노래였다. 전화벨 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따라 불렀다. 침대 위에 앉아 양반다리를 한 채 처음부터 끝까.. 더보기 [문화비평]‘개그콘서트’ 새 코너에 대한 단상 한동안 침체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가 대폭적인 코너 물갈이를 통해 활기를 되찾고자 노력 중이다. 지난 두 달간 새로 시작한 코너만 해도 열 개가 넘고 그사이에 등장했다가 빠르게 폐지된 코너도 벌써 여러 개다. 몇 주 전부터는 신규 코너들이 연속으로 프로그램 내 코너 시청률 상위권을 독식하며 전체적인 흥행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화제의 새 코너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결과가 왜 나왔는지 짐작이 간다. 직장인의 애환을 노래하는 ‘렛잇비’, 파산 가족의 위기를 그리는 ‘참 좋은 시절’, 세계 최고 부호 만수르를 패러디한 ‘억수르’, 멘털 강화를 위한 안내서 ‘멘탈갑’, 닭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정치에 대한 촌철살인적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닭치고’ 등이 상승세의 주역들이다. 이들은 .. 더보기 [임진모칼럼]판을 바꿀 한 곡이 없네 며칠 전 몇 명의 음악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한 사람이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대중가요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곡은 뭔가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조용필의 ‘바운스’, 아이유의 ‘좋은 날’, 엑소의 ‘으르렁’, 이승철의 ‘마이 러브’, 소유와 정기고의 ‘썸’ 등 제법 많은 곡들이 거론됐다. 누군가가 “그럼 그중 다시 듣고 싶은 노래는?”하고 묻자 곡 숫자는 확 줄었고 다시 그가 “후대에 남을 곡은 뭐죠?”라고 했을 때는 모두들 ‘글쎄’하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곡이 없네!”하고 혀를 찼다. 사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어떤 곡이 후대에 기억될지, 역사에 남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나의 노래가 전설의 위상에 오르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대중들의 인지도가 있.. 더보기 [임진모칼럼]위로를 주지 못하는 K팝 산울림의 김창완은 “대중음악의 기능은 위안에 있다”고 말한다. 전달하는 내용이 흥이든 우울함이든 대중가요의 모든 것은 결국 듣는 대중들에게 위안, 위로 혹은 근래 급부상한 언어로 말하자면 힐링을 주는 데에 맞춰져 있다. 사람들만 위로를 얻는 게 아니라 음악가들도 음악을 만들면서, 그 음악으로 대중의 박수를 받으면서 위로를 경험한다. 자기 위로다. 그래서 뮤지션들에게 자신의 음악이 팬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위로라는 답을 내놓는다. 대중음악이 위로 그 자체라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대중 전파매체는 국민적 상처를 위무하는 대중가요를 더욱 전면에 배치하는 게 이치상 맞다. 실의, 좌절, 분노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데 음악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세월호.. 더보기 [정동칼럼]K팝과 기획사… 사람이 먼저인 사회 K팝이라는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소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빅3가 이끄는 우리의 팝스타들이 아시아에서 구름 같은 팬을 몰고 다니고 있고 서서히 유럽과 미주에도 이름을 내밀고 있다. 물론 한류는 대중음악만이 이끄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과 TV 드라마 등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묘한 경쟁력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우선 한국 내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한국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만 하더라도 외국의 ‘팝송’이 라디오를 점령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약 95%를 한국음악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경우에는 엄청나게 선전하고 .. 더보기 [임진모칼럼]결국은 젊은 세대와 소통이다 누가 뭐래도 지난 한 세기 그리고 지금도 세계 대중문화를 쥐고 흔든 최강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대중흡인력이 높은 음악콘텐츠와 유통 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미국음악 판으로 만들어놓았다. 유럽 남미 아시아는 물론이고 우리의 아이돌 그룹의 음악도 한국 전통음악이 아닌 미국적인 음악이다. 여기서 미국은 승리한 셈이다. 거의 모든 나라의 대중음악이 미국의 것이거나 미국화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위용을 떨치고 있는 로큰롤이란 음악이다. 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꽃핀 로큰롤을 보는 애초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몸을 마구 흔들면서 소음을 뿌려대는 못된 애들의 음악이라는 게 기성사회의 인식이었다. ‘10대 비행의 원흉’, ‘백치의 깡패음악’이라는 거.. 더보기 [아침을 열며]노인을 위한 방송은 없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골마을에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이 점점 가까워지자 아버지는 급히 호롱불을 끄고 아이들 머리 위에 두꺼운 이불을 덮어 씌웠다. 마당을 가로지르던 발자국은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이들은 숨을 멈췄고, 아버지는 “누구요”라고 물었다. 순간 플래시 불빛이 아버지 얼굴을 정면으로 쏘아붙였다. 플래시 불빛으로 아버지는 빛 뒤편 발자국의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그때 발자국이 물었다. “국방군 편이네, 빨치산 편이네?” 한국전쟁 막바지. 북으로 가지 못한 북한군들은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국군은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산간마을을 뒤졌다. 낮에는 국군의 땅이었지만 밤에는 산사람들 차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던 그때 부역자를 가려내려는 국군과 산사람들의 속임수도 점점 교묘해져 갔.. 더보기 이전 1 ··· 78 79 80 81 82 83 84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