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미생, 이상적이되 판타지가 아닌 세계 tvN 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한국기원 연구생이던 장그래(임시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후원자의 소개로 대기업에 들어가 겪는 좌충우돌 성장담을 그린다. 십대의 대부분을 바둑으로 보낸 탓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도 검정고시를 통해 취득한 소위 ‘무스펙’자가 바둑판 위보다 엄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애쓰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눈물겹게 펼쳐진다. 드라마에서는 간략하게 넘어갔으나 원작에 상세히 언급된 장그래의 과거 중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그가 기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다. 당시 부친의 회사는 부도 상태였고 그 와중에 그래에게 붙여진 바둑 ‘영재’라는 말은 가계를 되살릴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가 기원에 입성하면서 그의 부모도 동시에 이창호, 이세돌의.. 더보기 더 기억돼야 할 ‘뮤지션 신해철’ 음악 활동을 한 지 20년을 맞은 지난 2008년에 신해철을 만났을 때 요즘의 평론가들을 향해 질러달라고 했더니 그의 발언은 가히 ‘독설가’답게 거침이 없었다. “요새는 평론하는 사람들이 없잖아? 평단은 전멸했지. 이건 뭐 평론도 아니고. ‘이런 글을 뭐하러 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신경 꺼버렸어요. 어째 요즘 평론가라고 명함을 들이미는 애들이, 예전에 PC통신 시절에 거기에 글 쓰는 애들보다 못 쓰는 거야.” 듣는 입장에서는 민망했고 뼈아팠다. 그 무렵 시사프로 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그날은 국내 음악의 실태와 음악산업의 현황이 주제였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신해철은 내 자리에 오더니 대뜸 “형! 오늘 왜 이렇게 얘기를 안 하는 거야? 나만 떠들고 있잖아!”하는 것이었다. “나 오늘 얘기 많이 하.. 더보기 [문화비평]방송 폐허 속 ‘무한도전’의 무한동력 MBC 이 최근 방영 400회를 맞았다. 어느덧 햇수로는 9년째다. 한때 30%까지 치솟았던 시청률 상승의 시기는 지났지만, 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방영된 400회 특집은 그 지속적인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에피소드였다. 방송은 400회 특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통 때와 다름없이 소박하게 진행됐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을 함께하는 에피소드였다.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단둘이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색해 하던 멤버들은 곧 목적지를 정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관계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은 이 400회 에피소드에 ‘비긴 어게인’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치유와 재기의 서사를 담아낸 동명 영.. 더보기 [사설]중국 배만 불리는 한류 두고만 볼 건가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가 중국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제작사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에서 아무리 대박을 내더라도 우리 콘텐츠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그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 헐값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 의 경우 한국 제작사가 얻은 수익은 5억1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 드라마를 수입한 중국 사이트 아이치이는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드라마 도 16부작의 수출 총액이 겨우 8억5000만원이었다. 드라마 한 편 제작비용이 2억~3억원 선인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반면 드라마를 수입한 중국 업체는 광고 등으로 ..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가수’들의 파워 1990년대에 ‘전람회’라는 듀엣으로, 이후 솔로로 입지를 구축한 가수 김동률의 신보 바람이 거세다. 신곡 ‘그게 나야’는 공개된 지 10일이 지나서도 여러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호령하고 있다. 1위에 올라도 2~3일을 지키기 어려운 이 삭막한 디지털 시대에 이 정도면 대단한 분전이요, 열풍이라 할 만하다. 나이 마흔이 된 중견가수임에도 그가 지금의 ‘핫’한 가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무엇보다 그만의 둔중하고 담백한 발라드의 대중적 흡인력 때문일 것이다. 팬들은 그 음악에 ‘김동률표’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붙여 환대를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의 대중적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당대의 추세, 즉 트렌드 측면에서도 그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지금의 음악 트렌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 더보기 [문화비평]‘꽃보다’ 인생 지난해 에서부터 시작된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이었다. 앞서 내보낸 페루 편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라오스 편까지 호평과 높은 시청률을 모두 얻어내면서, 이 시리즈는 한국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공적 프로젝트로 기록될 듯하다. 심지어 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미국 리메이크도 결정됐다. 시리즈 총연출자인 나영석 PD는 리메이크 비결로 ‘버킷리스트’나 ‘노년의 우정’ 같은 보편적 요소들을 꼽기도 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각 여행기마다 그 출연자 세대의 한국적 맥락과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즉 출연자들의 나이가 각각 평균 76세(), 43세( 페루 편), 27세( 라오스 편)임을 알리고 시작한 이 시리즈에는 한국의 세대별 자화상.. 더보기 섹시 풍조, 이제는 식상하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85년 가수 김완선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머리끈을 풀고, 출렁이며 춤을 추고 종횡으로 무대를 누비는 와일드함에 ‘한국에도 이런 가수가 있었어?’ 하며 넋을 잃었다. 너무나 새로운 춤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김완선의 섹시 댄스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잖음과 엄숙을 지고로 여기던 시절에 대한 조롱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사회적 맥락의 의미가 더해졌다. 관습 흔들기, 판 뒤엎기였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김완선은 대중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김완선 이전에 ‘빙글빙글’의 나미, 더 거슬러 올라가 1969년의 김추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추자의 경우는 경제개발계획이 한창이던 시절, 가당찮게 여가수 최초로 무대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파격을 보였다. 이런 원조들.. 더보기 [문화비평]서울의 달 20년… 그리고 유나의 거리 1994년 MBC 드라마 은 서울의 한 달동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작품이 그리는 세상은 가난하지만 선하고 희망의 꿈으로 가득한 동화의 풍경이 아니라, 밑바닥을 벗어나려는 인물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생생한 통속의 세계다. 그 어둠 속에는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계속해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도시 빈민들의 절망과 애환이 서려 있었다. 특히 주인공 홍식(한석규)은 온갖 배신과 얕은 술수로 신분상승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끝내 죽어서야 달동네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 뒤, 같은 작가에 의해 마치 속편처럼 보이는 작품이 탄생했다. JTBC 50부작 드라마 다. 이 드라마는 이 걸음을 멈춘 바로 그 폐허의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인공 유나(김옥.. 더보기 이전 1 ··· 77 78 79 80 81 82 83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