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아픈 왕자, 피곤한 신데렐라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은 신데렐라 로맨스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신데렐라 드라마가 여주인공을 빈곤으로부터 구원하는 재벌 남주인공의 순정을 강조했다면, 은 사랑으로도 넘을 수 없는 둘 사이의 계급 장벽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가난한 여주인공에게 결혼은 못하니 “세컨드”라도 되어달라는 재벌 캐릭터는 너무 속물적이어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는 결국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판타지 기법을 동원하고 나서야 신데렐라 로맨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신데렐라 드라마에서조차 더욱 강력한 판타지 형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계급 역전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신데렐라 로맨스는 이러한 현실의 증후를 공유한다. 달리 말하면 계급양극화 시대의 현실과 신데렐라 판타지의 .. 더보기 축제가 되지 못하는 음악시상식 미국 팝 음악계에서 근래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여가수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케이티 페리다. 한 앨범에서 무려 다섯 곡의 차트 넘버원 송을 기록한 초대형 대박에다 2008년 이후 해마다 ‘파이어워크’, ‘다크호스’ 등 굵직한 히트곡을 내놓을 만큼 인기 행진은 가공할 기세를 자랑한다. 모든 것을 얻었지만 영예의 그래미상과 관련해서 그의 신세는 초라하다. 수년 전부터 후보에 올랐지만 모조리 수상에 실패했다. 음악전문가들은 케이티 페리가 슈퍼스타이긴 해도 가창력을 비롯한 음악적 역량이 아직 그래미 포상 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상식 자리에 몇 년째 어김없이 등장해 즐겁고 영광스러운 공연을 펼친다. 역시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올해에도 ‘가정폭력 반대’라는 시상식의 메시지에 맞춘 새.. 더보기 [문화비평]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화했을까 SBS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의 새해 첫회 제목은 ‘백화점 모녀와 땅콩 회항’이었다. 얼마 전 백화점 VIP 고객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 주차요원들을 30분 넘게 무릎 꿇린 사건과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의 비행기 회항 명령 사건이 주 소재다. 일명 ‘갑의 횡포’로 세간을 들끓게 한 두 사건을 단순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20년간의 재벌범죄백서와 연결해 구조적 부조리의 문제로 확장한 이날 방송에는 프로그램 특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잘 살아 있다. 방송이 나간 뒤 관련 내용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를 장악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등 반향도 적지 않았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는 어느덧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공분’의 대변자로 자리 잡았다... 더보기 [문화비평]우리 사회의 복원지점은 어디인가 SBS 월화드라마 는 3년 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박경수 작가의 최신작이다. 는 2012년 대선 정국에 등장해 부패한 대선 후보와 맞서는 소시민의 이야기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 다음 해에 발표한 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경제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탐욕에 눈먼 자들이 재벌기업의 총수 자리를 차지하려 이전투구를 벌이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검찰 세계를 정조준 한 에 이르러 박경수 작가는 정치, 자본, 법이라는 한국 사회 주요 지배 권력의 속성을 해부하는 이른바 ‘권력 삼부작’을 완성하고 있다. 세 작품이 일종의 연작 성격을 띤다는 것은 주인공 박정환(김래원)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주인공 장태주(고수)의 결말에서부터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에서 장태주는 정환과 같은 .. 더보기 [여적]‘토토가’와 추억여행 S.E.S의 ‘막내 요정’ 슈(본명 유수영)가 공연을 마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 아이를 키우느라 감춰두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한 그의 소감은 소박했다. “엄마인 저에게도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슈뿐이 아니었다. MBC 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 참여한 1990년대 가수들은 모처럼의 추억여행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시청률도 예능프로그램에서 마의 시청률이라는 20%를 훌쩍 넘겼다(22.2%)고 한다. 실제 ‘토토가’의 주시청층인 30~40대 가운데는 가수들의 공연에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을 흘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아마도 가수의 ‘리즈’ 시절, 즉 황금기의 음악을 통해 그들 자신의 ‘젊은날의 초상’을 추억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는 대중.. 더보기 [사설]‘난타’ 한국 공연 최초 1천만 관객 돌파의 의미 가 한국 공연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31일을 기준으로 국내외 누적 관객 1008만5010명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이래 17년 만에 세운 금자탑이다. 척박한 국내 공연문화 현실에서 1000만 관객 공연 탄생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크나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대기록이 시사하는 의미 또한 각별하다. 우선 이런 장기공연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성과 ‘재미’를 갖췄다. 관객들은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벌이는 유쾌한 해프닝과 칼·도마·냄비 등을 두드리는 타악기 공연의 신명 나는 리듬에 취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한국 전통의 사물놀이 리듬과 마당놀이 형식을 세계 공통의 문화인 요리에 결합시킨 점도 돋보.. 더보기 가요계 ‘다양성’만이 희망이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후반부터인가, 단 한해도 음악계가 좋았다는 말이 돌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음반 중심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시장의 축이 이동하는 격변 속에서 음악관계자들은 “음악계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오고 있다.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굴지의 기획사들조차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고 엄살을 피운다. 딱 9년 전인 2006년 신년을 맞아 한 일간지에 ‘가요계 희망을 노래하자’라는 글을 쓴 바 있다. 2005년의 극심한 불황에 허우적거리지 말고 일어나자는 사기진작이 요지였다. 그때 가요계 상황을 이렇게 기술했다. “노래 불러야 할 가수들이 잇달아 드라마에서 연기한 것이나, 수위를 잃은 채 리메이크 앨범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이나 모두 음악계의 불황과 관련을 맺는다. 지.. 더보기 [문화비평]‘왔다 장보리’ ‘전설의 마녀’ 막장드라마의 진화인가 올해 방송 결산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중 하나는 MBC 다. 선한 여주인공과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또 다른 여성의 대결을 그린 이 드라마는 진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악역의 강렬함과 그에 비례하는 대중들의 징벌적 욕망을 부추겨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다. 그 뒤를 이어 현재 방영 중인 역시 더 억울한 주인공과 더 힘센 악역을 내세워 약자들의 복수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모아 제2의 신화를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것은 두 주말극의 연이은 흥행이 시사하는 의미다. MBC는 오랫동안 드라마 왕국으로 불려왔다. 그러한 MBC의 호칭이 주말드라마 왕국으로 새롭게 바뀐 현상 자체가 어느덧 나이 들고 고루해진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와 의 연속 흥행은 그 위기를 좀.. 더보기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