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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우린 계속 싸우고 있어요”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의 흥행은 더 의미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는 안윤옥의 대사였다. 하와이피스톨이 “두 사람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고 묻자, 안윤옥은 대답한다.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하지만 안윤옥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 또한 묻지 못했다. 광복 이후 우리 사회는 정의를 구현하기보다 경제성장이라는 성공과 이익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더보기
아레나와 음악 활성화 팝의 여왕’으로 통하는 마돈나는 국내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 해외 팝스타 내한공연 유치의 영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인들도 마돈나 콘서트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공연’으로 여긴다. 2010년에 한 공연업체가 마돈나와 한국 공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불발됐고 2012년에도 공연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마돈나가 한국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국에는 아레나가 없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돈나는 내년 2월 태국 임펙 아레나,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등지에서 아시아 투어를 전개하지만 거기에 한국은 빠져 있다.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레나(arena)는 근래 옥외든 실내든 주로 전문공연장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실제.. 더보기
[문화비평] ‘예술검열’에 침묵하는 국악계 주목받는 젊은 국악그룹 중 하나인 ‘앙상블 시나위’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금요공감 ‘소월산천’ 공연을 둘러싸고 검열 논란이 일어난 지 벌써 40여일이 지났다. 사건의 요지는 공연 2주 전 국립국악원 측에서 ‘앙상블 시나위’의 공연에 포함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의 협업을 배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 요청을 거절하고 공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앙상블 시나위 공연 취소로 당초 예정된 프로그램들은 모두 취소되고 금요공감은 주로 국립국악원 단원들 중심으로 대체되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프로그램은 계속되었고 국악계의 침묵과 망각의 시간은 길어갔다. ‘앙상블 시나위’ 공연 취소 사건은 자칫 국악계 내부의 행정 스캔들로 묻힐 뻔했다가 안무가 정영두의 1인.. 더보기
응답하지 않는 1988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대량문화는 시대적 트렌드보다 딱 반 발자국 빠르다. 언뜻 보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을 이끄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한구석에서 ‘덕후’들이 생산해 놓은 문화를 빌려온 경우가 많다. 반면 언뜻 보면 이미 대세가 된 취향을 뒤늦게 복제하고 반영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아직 그 ‘대세’를 접하지 못한 다중에게 퍼뜨리고 지배적 문화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대량문화(mass culture)는 대중문화(popular culture)를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둘 다이기도 하고 그 중간이기도 하다. 큰 인기를 모았던 대부분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반 발자국’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물밑에서는 분명히 거대한 크기로 존재하지만 수면.. 더보기
드라마 속 여성들 ‘역변’하는 현실 ‘역변’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모가 망가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인터넷 유행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오픈사전에서는 이 단어에 대한 정의에서 “주로 여자 연예인”에게 쓰인다고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올해 이러한 ‘역변’은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연기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서 많이 발견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얼마 전까지 배우 황정음이 맡았던 드라마 캐릭터가 ‘역변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MBC 인기 드라마 의 김혜진이라는 인물 얘기다. 혜진은 소녀 시절,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미모가 빛을 바래며 ‘역변’한 인물이었다. 가 종영된 요즘에는 KBS 월화드라마 에서 배우 신민아가 연기하는 주인공 강주은이 새로운 ‘역변의 아이콘’으로 뜨고 있다. 주은은.. 더보기
[문화비평] 우리 시대 초라한 ‘말들의 풍경’ 조금 더 심적으로 여유로웠고, 상대적으로 덜 불온했던 시절,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과정에서 고종석의 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언론의 지면을 통해 문화와 교양, 언어의 사회성, 그리고 앎과 지식영역의 매우 다양한 주제들을 기민하게 다루고, 충분히 깨닫지 못했던 논점을 깊이 있게 제시해 주던 그의 글은 내게도 적지 않은 반향과 영향을 주었다. 다채로운 주제들을 명징하고 혜안이 깃든 사유로 혹은 유려한 비평의 언어로 풀어내던 그의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가 엮어낸 책을 읽어가며, 텍스트 속의 내용들 못지않게 ‘말들의 풍경’이라는 제목과 표현이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찻집이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접하는 사적인 대화나 온라인상에 등장하는 논의들과 공방들.. 더보기
삶의 애환이 있는 음악 올해 음악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뮤지션을 꼽으라면 아마 밴드 ‘혁오’일 것이다. 지난해 데뷔했을 때는 인디음악 쪽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더니 올해에는 어른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꽤나 대중적인 이름으로 점프했다. 텔레비전, 그것도 대세 예능프로 에 출연한 덕분이다. 여전히 막강한 TV의 영향력에 힘입어 언더에서의 ‘암약’에서 벗어나 주류에 거뜬히 진입한 것이다. 무엇보다 음악의 개성이 밴드의 상승을 이끌었다. 분류와 수식이 어려울 정도로 혁오의 음악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버무려져 있다. 록이지만 펑크(Funk), 힙합, 그리고 멋진 곡 ‘후카’가 말해주듯 블루스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심지어 비틀스의 느낌도 난다. 기존의 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음색과 표현방식을 찾았으니 전가의 보도라 할 ‘가공의 미.. 더보기
[문화비평] 희망을 만드는 ‘연대’의 힘 대형마트의 여성 노동자들이 퇴근하기 전 소지품 검사를 받는다는 뉴스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고발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인다. 눈물을 흘리며 삭발 투쟁을 하고, 아무것도 없는 굴뚝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는 파업노동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왜 그 높은 곳에 올라갔는지보다 올라간 행위의 불법성과 처벌 가능성을 보도하는 데 더 집중한다. 무관심한 세상에 자신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노골적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파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기에 이른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책임지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과 순응이라는 메커니즘이 사회에 내면화되면서, 내 문제가 아닌 일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