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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송 콘텐츠 ‘독점 공급’ 얼마 전 한 IPTV 방송사업자는 해외 제작사와 유명 미드(미국 드라마)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쟁사들과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이 전략을 통해 해당 사업자는 신규 가입자 확보에 성공했다고 한다. 경쟁사들도 뒤따라 해외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해외 콘텐츠 가격은 2배 가까이 껑충 뛰었고 해외 제작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일을 지켜보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씁쓸함을 곱씹어야만 했다. 이런 현실은 정부가 내세우는 ‘콘텐츠 동등 접근권’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콘텐츠 사업자는 주요 방송 프로그램을 다른 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시청자가 어떤 플랫폼에서든 .. 더보기
[문화비평] 예술가여, 검열을 두려워 말라 우리는 지금 정신의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5년간의 징역살이.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으로 오한이 나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노동자, 장애인, 학생, 교사, 농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예술가만큼 마음의 상처에 치를 떠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지금 나쁜 권력으로부터 유례없는 검열의 광풍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예술계에 자행되는 검열과 배제의 사건들은 실로 전방위적이다. 2013년 9월부터 지금까지 대략 2년 동안 문화예술계에서 벌어진 검열과 배제의 사례들만 해도 20건이 넘는다. 2년의 기간임을 감안하면 월 1회 정도 예술 검열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소위 ‘월간 검열’이란 잡지도 낼 수 있.. 더보기
[아침을 열며] 광고 아닌 척하는 광고 회사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둘러모여 커피 내기 사다리 게임을 한다. 여주인공이 특정 브랜드의 카페에 다녀온 뒤 동료들에게 한 잔씩 건네준다. 남자 주인공은 책상 모서리에 상표가 잘 보이게 놓아둔 커피를 가끔씩 천천히 들어올린다. 최근 인기있는 TV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간접광고, PPL(Product PLacement)이다. 커피뿐 아니라 이 드라마 속의 가구, 휴대전화, 구두, 반지 등도 제작지원 업체들의 제품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이 퀴즈풀이를 준비할 때는 서서 공부할 수 있는 높이조절 책상, 공부하다 음식을 시켜먹을 때는 스마트폰의 특정 배달 앱이 화면을 채운다. 그 책상은 같은 방송사의 TV 뉴스에서도 소개됐다. 이처럼 광고가 .. 더보기
[문화비평] 드라마에 ‘역사 각색’을 허용하라 2008년 SBS에서 방영한 TV 드라마 은 혜원 신윤복을 남장 여자로 설정한 팩션 사극이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결합됐다 해서 ‘팩션’ 사극으로 불린다. 이 드라마는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시청률도 높았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논쟁에 시달려야 했다. 한 노학자는 신윤복을 여자라 믿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며 “방송문화의 수준이 통탄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한 미술관에서 열린 혜원과 단원의 작품 기획전에는 10만명 이상이 모여들었는데, 이 드라마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신윤복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SBS 드라마 역시 역사와 허구가 아무런 경계 없이 섞여 있다. ‘육룡’은 조선 건국.. 더보기
‘육룡이 나르샤’와 역사의 퇴행 SBS 월화드라마 는 2011년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은 의 프리퀄이다. 가 세종의 한글 창제를 저지해 백성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려는 밀본 사대부들의 음모를 그렸다면, 는 권문세족이 백성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탄압하는 고려 말 망국 상황을 그린다. 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더욱 비참해진 백성의 삶을 비추는 이 연작 사극은 공교롭게도 점점 퇴보하는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두 작품을 각각 관통하는 문제의식에도 잘 드러난다. 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할 길이 막힌 백성들의 현실에 있었다. 세종 이도(한석규)는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를 개혁하려 하지만 그들에게는 표현의 수단이 없었고, 언로를 독점한 대신들은 왕과 백성의 소통을 막아 기득권을 고수하려 든다. 왕이 대.. 더보기
[로그인]구멍가게식 한류 콘텐츠 요즘 중국과 일본 등에서 활동하는 대중문화예술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류에 정말 찬바람이 분다”고 토로한다. 아베 정권으로 인한 한·일관계 경색으로 일본에선 반한 감정이 고조돼 있고, 중국에선 한류 콘텐츠 자체보다는 연출가와 작가 등을 중국으로 수입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한류를 시들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문화콘텐츠의 제2, 제3 활용을 두고 매끄럽지 못한, 또는 ‘구멍가게식의 관행’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로 12회째인 ‘2015 아시아 송 페스티벌(아송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아송페는 지난 11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2만5000여명의 국내외 팬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엑소를 비롯한 방탄소년단, B1A4, 갓세븐, 레드벨벳 등.. 더보기
[문화비평] 역사가 아프다 ‘역사가 아프다.’ 주지하다시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과 쟁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역사 전쟁’과 ‘역사 재현’을 둘러싼 담론들의 치열한 각축이 일련의 정치적 발화 속에서, 언론 지면에서 그리고 주요 사회세력들의 개입 속에서 강한 파열음과 경고음을 발하며 전개되고 있다. 정부와 여권은 검정교과서들이 지닌 이념적인 편향성과 오류를 바로잡고, 이른바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국정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오히려 반대여론과 저항, 연대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 지침에 의해 작성된 검정교과서를 이제 와서 흔들고 공격하는 모순이나, 국정화를 위해 궁색한 색깔론을 또다시 동원하는 강변이 지닌 비합리적이고 몰역사적인 측면도 알 만한 이들은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 과도한 우편향.. 더보기
자기 이야기를 담은 음악이 없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는 2011년 스물일곱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국 여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행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의 음악은 2000년대에 들어 막강 트렌드가 된 ‘빈티지 솔’이란 이름의 복고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8년 그래미상의 주요 4개 부문 가운데 셋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남긴 앨범 은 21세기 최고라는 높은 판매량과 평단의 찬사 등 모든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성공은 영원한 자유, 외로움 없는 사랑을 갈망한 그를 더욱 옥죄었다. 운명이나 다름없었던 남자와의 결혼이 파탄 나면서 음악팬들 상당수는 그가 머지않아 자살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화는 “만약 나의 재능을 거둬 평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