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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블라블라

[지금 TV에선]‘그알’이 메우지 못하는 구멍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지금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은 그런 처지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후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현안과 탐사 보도는 실종된 지 오래다. 최근 금기가 풀리면서 첨예한 이슈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 22일 MBC 은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편을 방송했다.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만 뜨겁던 이슈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선정적인 편집, 기존 논의의 반복, 성문제 보도에 대한 안일한 감수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16일 방송된 KBS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편은 조금 달랐다. 탄탄한 취재와 구성으로 ‘검찰을 수사의 주체에서 객체의 자리에 놓아야 한다’.. 더보기
[문화비평]‘그것’을 더 알아내야 할 사유들 지난 토요일 90분 특집으로 방영된 SBS의 는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의문스러운’ 행적을 다뤘다. 그간 숱한 풍문이나 다양한 추론을 생성한 문제의 그 사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고됐을 때부터 뜨거운 대중적인 관심을 자아냈다. 실제 시청률은 인기 드라마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그리고 고군분투하면서 세월호 관련 일련의 문제점들을 탐구해왔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날 방영분은 앞서 언급한 사안의 규명과 관련된 새로운 팩트와 추론에 긴요한 연결고리를 제시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는 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획은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필수적인 합리적 의심과 추론을 위한 상당한 자.. 더보기
[지금 TV에선]‘푸른 바다의 전설’, 천송이의 랩이 그립다 이번엔 ‘바다에서 온 그대’다. 3년 전 SBS 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박지은 작가가 그때의 주역인 배우 전지현과 함께 SBS 수목드라마 (이하 )로 돌아왔다. 가 조선왕조실록 에 기록된 미확인 비행물체 목격담을 외계인과 톱스타의 로맨스로 재탄생시켰다면, 는 조선시대 야담집 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비로운 인어와 꽃미남 사기꾼의 운명적 인연을 그려낸다. 별에서 온 외계인이 바다에서 온 인어로 대체됐을 뿐, 이계의 존재와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기본 구성은 같다. 작가의 자기복제가 아쉽다는 의견도 여기에서 나온다. 더 아쉬운 것은 여주인공 캐릭터의 퇴보다. 같은 배우가 ‘엽기 발랄’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의 천송이와 의 인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천송이는 모카라테의 ‘모카’와 문익점이 들여.. 더보기
[지금 TV에선]이것이 풍자인가? 이토록 빠른 장면 전환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헤이트 스피치 미디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개그, 예능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정의의 용사로 변신해 최순실 풍자를 봇물 터진 듯 쏟아낸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다시 열린 풍자의 전성시대’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연 지금 방송가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풍자인가? 풍자란 무엇인가. 유머를 통해 간접적으로 빈정거리는 것이다. 왜 간접적으로 빈정거리는 화법이 인류의 오랜 역사에 걸쳐 사랑을 받아왔나? 그 대상이 힘센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원본을 흉내 내고 조롱하는 것도 풍자의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고귀한 것을 비천한 것으로(혹은 그 반대) 전도시킬 때만 풍자로서 유효하다. 그동안 한국의 예능은 기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더보기
[지금 TV에선]사극, 허수아비 왕의 시대를 말하다 사극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춘다. 같은 시대나 주제를 다루는 사극들이 특정한 시기에 쏟아져 나온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당대의 사회상황과 긴밀한 관련을 지닌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말기의 정조 사극 열풍이 그렇다. KBS , MBC , 채널CGV 같은 작품들은 모두 개혁군주 정조의 고뇌와 갈등에 노무현 정부 개혁의 좌절을 투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유행한 인조 사극들도 마찬가지다. SBS , MBC , KBS 등 10여편에 달하는 인조 연간 사극 대부분이, 왕의 실정으로 파탄 난 민초의 삶과 혁명의 서사를 그려냈다. 당시 민주노총이 발표한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 4년’ 보고서에도 드러나듯 갈수록 악화된 서민 삶의 질과 그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조선 최악의 왕 중 하나로 꼽히는 인조 .. 더보기
[지금 TV에선]한끼줍쇼, 강호동이 이경규를 만났을 때 강호동은 2012년 복귀 후 혹독한 나날을 보내왔다. 단 1년을 쉬었을 뿐인데, 예능 생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를 밀어냈다. 그가 맡은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조기 종영했고, 그나마 자존심을 세워주던 마저 끝이 났다. 이로써 강호동의 지상파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JTBC , 올리브TV , 그리고 지난주 시작한 JTBC 가 전부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저녁 한 끼를 얻어먹는 프로그램 는 강호동이 더 이상 ‘국민 MC’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한다. 그는 ‘전 국민 MC’다. 제작진은 그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무작위로) 가정집의 벨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다 아는 사람이어야 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강호동의 쓰임새가 진행 능력, 개그 감각이.. 더보기
[지금 TV에선]‘소사이어티 게임’, 헬조선 최후의 생존게임 3년 전 MBC 군대 예능 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른바 ‘날것’의 재미를 위해 더욱 혹독한 조건을 찾아가는 리얼 예능의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당시 ‘한겨레21’에 실린 김완 기자의 리뷰에서는 “군대보다 더한 ‘리얼’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감옥’뿐일 텐데, 예능이 ‘감옥’을 소재로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말하며 이 쇼를 가혹한 리얼 예능의 ‘끝판왕’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리얼 예능의 흐름은 단순히 자극적 재미를 노리는 방송의 상업성 차원을 넘어선다. 이러한 예능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극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라는 목표는 현실에서 치열한 생존게임을 치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속성과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리얼 예능의 잔혹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보기
[지금 TV에선]‘tvN10어워즈’…잘 만든 시상식이란 무엇인가 지난주 열린 tvN의 10년치 시상식 ‘tvN10어워즈’에 찬사가 쏟아졌다. “tvN답다” “할리우드 같다” “새롭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맞다. 참신하긴 했다. ‘노예상(노력하는 예능인)’ ‘로코킹&로코퀸상’ ‘메이드 인 tvN상’ 등 시상 부문은 새로웠고, 영상 디자인과 무대도 공들인 티가 났다. 코너와 형식을 다양화해 볼거리도 많았다. 그러나 ‘tvN10어워즈’가 눈에 띈 데는, 한국의 기존 시상식 문화가 워낙 척박했던 것의 영향이 가장 크다. 국내 방송사 시상식은 김빠진 지 오래다. 연예기자들 말고는 아무도 연말 시상식에 관심 없다. 귀띔받은 수상자만 참석해 기계적으로 박수치다 예정된 상을 받고 돌아간다. 옛날 같은 권위도 없다. 가족들이 모여앉아 꽃다발을 안은 채 눈물 흘리는 연기대상의 히로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