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송포유>가 남긴 것은 감동인가, 상처인가?
문제학생들을 변화시키겠다고 시작한 SBS <송포유>가 26일 많은 논란 끝에 종방했다. <송포유>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미화했다는 점에서 방송 첫날부터 비난이 쏟아졌고,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관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가해 학생들도 낙인 찍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연자가 다니는 성지고 역시 ‘폭력배나 다니는 학교’처럼 묘사돼 학생과 학부모, 교사, 졸업생들에게도 상처를 줬다. ‘착한 예능’이 ‘문제 예능’으로 변질된 것은 교육적인 고려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무리하게 감동만 주입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SBS 3부작 특별기획 <송포유> (경향DB)
SBS의 특집 예능프로그램 <송포유>는 일종의 ‘메이크오버(Makeover)쇼’이다. 메이크오버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출연자의 약점을 변화시키며 감동을 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변신 전과 후의 차이가 커야 감동도 크다. 제작진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출연한 학생들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심지어 ‘땅에 묻어버렸다’거나, ‘쳤더니 8주가 나왔다’는 청소년 출연자의 대사나 성지고를 ‘강서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한 자막까지 내보냈다. 학생들의 문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학교 폭력피해는 성폭행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을 본 가해자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과 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 피해학생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에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가해자였던 출연학생들도 방송 이후 누리꾼과 주변의 반응 때문에 재차 상처를 받고 있다. 이중 삼중의 피해가 생겼다.
(경향DB)
메이크오버쇼는 학생과 학교, 학부모가 쇼의 내용과 진행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편집을 보다 못한 성지고의 한 교사가 ‘방송을 믿지 말라’는 글까지 올린 것으로 보면 학교 관계자도 방송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정서변화보다는 합창제 과제에만 매달리게 했다. 결국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였고, 달라진 것은 아이들의 노래실력뿐이었다.
<송포유>는 애초부터 예능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다. 교육전문가, 심리학자, 의사 등 전문가도 없이 ‘감동’만 주입하려다 오히려 학교폭력 피해자, 출연자와 학교에까지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하경헌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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