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민 | 문화관광연구원 국제협력전문원
얼마 전 K팝에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깔려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해외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중문화 관련 영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한국의 예능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류 스타들이 흑인을 희화하거나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개인 블로그나 뮤직비디오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면서 캡처 사진과 동영상을 제시하면서 비난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을 올리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호응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라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전 지구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좁게는 콘텐츠 제작자부터 넓게는 모든 한국민에 이르기까지 인종적 배려에 대한 더욱 성숙한 의식을 갖춰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비단 인종에 대한 배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 문화에 대한 배려도 포괄한다. 다시 말해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일방적으로 문화를 전파하려는 자문화중심주의적 접근이 외부의 거부감이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K팝 열풍을 계기로 한류의 확대를 모색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상호주의적 문화교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인 도쿄 스페셜 에디션’ 공연에서 그룹 소녀시대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I 출처:경향DB
이러한 맥락에서 2005년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문화동반자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당시 한류 확산으로 야기될 우려가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편향된 의식 혹은 거부감에 대한 처방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그동안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지 못했던 아시아 국가들과 유대를 돈독히 하고 문화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는 서구중심적 사고에 입각해 있던 과거의 문화교류에서 벗어나 풍부한 문화적 자원과 잠재력을 지닌 국가들과 상호주의적인 관점에서의 교류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문화예술, 체육, 관광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6개월간 체류하며 한국 문화를 배우는 한편 한국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한 쌍방향 문화교류를 꾀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온 초청자들은 우리 국민에게 자국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국의 문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의 문화 포용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 이후 초청 대륙이 아시아뿐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지로 확대되면서 명칭도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에서 문화동반자사업으로 변경됐다. 작년까지 전 세계 71개국에서 638명의 문화예술 전문가가 다녀갔다.
21세기 세계는 문화로 호흡하는 시대이다. 각각의 문화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공통의 가치를 탐색하고 이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정과 관용정신을 배양하고자하는 문화동반자사업처럼 우리 사회도 다양한 문화를 내재화하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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