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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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기자칼럼]접촉은 이어져야 한다 얼마 전 아주 생소한 경험을 했다. 최근 공개된 영화의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다른 언론사 기자 5명과 함께하는 ‘라운드 인터뷰’ 자리였다. 인터뷰 시작 15분 전에 홍보담당자가 고지한 인터넷 링크를 통해 접속했다. 이미 다른 언론사의 기자 한 명이 ‘화상 인터뷰 방’에 들어와 있었다. 얼굴과 이름을 보니 10여년 전 다른 출입처에서 만났던 기자였다. 반가운 악수와 웃음 대신 건조한 채팅으로 해후했다. 인터뷰에 응할 감독이 화상대화방에 들어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 중 일부는 마이크를 통해 육성으로 질문을 했고, 나를 비롯한 몇몇은 채팅창을 통해 진행자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질문의 진의는 감독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있었다면, 질문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 더보기
[여적]코로나가 소환한 ‘페스트’ 알제리의 조용한 해안도시 오랑에 죽어가는 쥐 떼들이 발견된다. 재난의 서곡이었다. 몇 달 뒤 도시 전체가 페스트에 뒤덮였다.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방역에 나서지만 도시는 대혼란에 빠져든다. 코로나19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를 소환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인들은 를 손에 잡기 시작했다. 2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유럽의 언론은 가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2월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소설 의 판매량은 2만6500부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배나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는 각 전자도서관의 대출 건수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국립극단은 2년 전 무대에 올렸던.. 더보기
[직설]새로운 매체와 가해자의 서사 “고작 이렇게 내 손에 쥐어질 거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지. 여기 그녀의 얼굴을 첨부한다. K-Bot.jpg” 박민정의 소설 (‘문학과사회’ 2017년 여름호)의 주인공 유미에게는 다섯 살 위의 사촌 오빠가 있다. 그의 방은 로봇 프라모델, 만화 시리즈, 컴퓨터 외장하드에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보물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유미가 커가면서 알게 되는 사실은 그의 컴퓨터에 좋아하는 여자를 카메라 줌을 당겨 몰래 찍은 수십장의 근접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었다는 것. 그 여자에게 거절당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에게 ‘바비’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그녀의 얼굴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 K-Bot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삼 년 전에 발표된 이 소설.. 더보기
[몸으로 말하기]다시 만나는 무용과 음악 아이가 태어날 때 몸을 먼저 움직이는가, 아니면 소리를 먼저 내는가. 이 바보스러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는 움직이면서 소리내고 소리내면서 움직인다!’ 이 둘이 한 몸이라고 간주한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홉 뮤즈 중 하나인 테르프시코레가 음악과 춤을 함께 주관했다. 원시의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민속무용에선 무용수가 노래하고 소리꾼이 춤추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 춤추는 것은 연주하는 것이고 연주하는 것은 춤추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페인 민속춤인 플라멩코 무용수는 캐스터네츠와 손뼉, 발구르기로 박자를 만들며 춤을 추는데 그 자체가 음악적 행위다. 사실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장고춤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잘 추는 장고춤꾼은 엄밀히 말하면 춤꾼이면서 연주자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근대에.. 더보기
슬프고 외로운 우리 시대의 예수 본디 난분분하는지라 평정이 깨지고 심신이 산란해야 할 계절 아닌가. 햇볕은 졸음을 몰고 오고 바람은 얼굴에 난 솜털을 간질이며 꽃은 터져 나왔는데, 모두가 코로나19 탓에 심란하기만 하다. 거리 두기로 우울하기까지 하건만, 잇따라 요란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신천지라는 교파 탓이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이 교파를 이단이라 부르는 일부 기성 교단에서 일이 터졌다. 당황스러웠다. 어렵고 힘든 시절에 모범을 보이고 위로가 되어야 하거늘,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다니. 착잡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다 손에 쥔 책이 김용옥의 와 김근수의 였다. 전자는 마가복음을 기초로 예수의 삶을 재구성했고, 후자는 마가복음을 신학적으로 해설했다. 신약성경 편제를 보면 마태복음이 맨 앞에 나와 있지만, 성서학자들은 복음서 중 .. 더보기
[문화와 삶]전염병의 특효약 이 시대에 책은 천덕꾸러기가 되었나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서는 화장지, 식료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국내에서도 택배 폭주로 기사가 과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서점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먹잇감 찾는 바이러스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바이러스조차 없다고 하니 사람들은 흥미가 떨어져서 더 기피하나보다. 출판 종사자로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출판사 사무실도 바이러스에 관한 한 청정지대여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원고 들여다보느라 하루 종일 옆자리 동료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편집자들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서점 상담도 일시 중단되어 영업자들은 만날 사람이 없다. 신학기 반짝 수요도 없어서 책 들고날 일이 줄었으니 출판은 강제격리, 자가격리의 충실한 이행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은 모른.. 더보기
[직설]문학과 메일링 서비스, 형태보다는 알맹이 메일함으로 음성 녹음파일 몇 개가 도착했다. 파일을 재생시키고 눈을 감았다. 시를 낭독하는 음성이 들렸다. 시라는 길을 나아가는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워 마치 산책하는 듯한 목소리다. 다섯 편의 시를 다 듣고 함께 동봉된 PDF파일을 통해 시를 다시 읽었다. 그냥 시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이 느껴졌다. 이것은 차도하 시인이 제공하는 자작시 낭독 메일링 서비스 ‘목소리’이다. 성다영 시인은 2019년 등단한 직후에 성폭력 가해자가 이사였던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을 싣지 않겠다면서 문학세계사가 주관한 신춘문예 당선시집에 작품을 게재하는 것을 거부했다. 올해 한국일보에서 등단을 한 차도하 시인과 서울신문에서 등단한 이원석 시인이 그 뒤를 이었다. 차도하 시인이 구독형 메일링 서비스 ‘목소리’를 기획한.. 더보기
[몸으로 말하기]백발의 무용가 ‘숙녀에게 나이와 몸무게를 묻지 말라’는 말은 최근에 와서 양성 불평등의 관점을 가지고 있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무대 위의 숙녀인 발레리나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어 왔다. 발레 명작 중에 의 주인공 오로라 공주의 나이는 16세. 발레리나들은 나이가 들어도 이 역을 춤추기 위하여 연령과 몸무게를 초월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해왔지만 20~30대의 전성기를 거쳐 40대에 접어들면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대에서 사라지고 만다. 100세시대를 이야기하는 현대에 와서 인류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무용가의 무대 위 수명도 길어졌다. 대다수의 현대무용가들은 연령과 몸무게가 제각각인 무용수들의 개별적 특성을 존중한다. 예전에 비하여 과학적으로 신체훈련을 익힌 덕분에 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