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글 목록 (11 Page)
본문 바로가기

대중문화 생각꺼리

[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진영논리의 전환시점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데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항상 어려움으로 등장하는 것이 과정상의 진영논리이다. 모든 관점의 요구를 수용하는 소통의 과정이 전제되면 합의가 어렵거나 늦어지고, 정책의 주요 목적과 방향이 모호해지며 결국 과거의 정책과 지나간 아이디어들의 합의로 귀결되기 쉽다. 그래서 변화하는 미래지향적 전망과 아이디어의 제시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비판적 논쟁이 효율적인 전진을 늦추는 상황까지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5개년을 기준으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문화산업계의 분야별 정책 로드맵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1년 단위로 진화하고 급변하는 인력, 기술, 유통, 소비의 상황적 변수가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이제는 중장기 정책안이 수립되더라도 매년 그 계획에 대..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머레이비언의 법칙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너는 그에 대해 잘 알 거야. 그의 걸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와 성적 취향까지도 말이야.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냄새가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남자. 숀 맥과이어는 윌 헌팅과 대화를 시도한다. 윌 헌팅. 수학, 역사, 법학에 이르기까지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청년의 이름이다. 성장기의 상처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윌을 치료하려는 숀 맥과이어 교수. 그는 윌 헌팅이 가진 방대한 지식의 한계를 꼬집는다. 이탈리아 미술가를 예로 들면서 경험과 감정과 지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숀 맥과이어. 순간 방어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윌 헌.. 더보기
자식이 쓴 아버지 행장 “내가 태어날 때 서른 한 살이던 아버지는 자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늘 화가 나 있었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농사꾼답지 않게 늘 뉴스를 듣고 신문을 정독했으며 틈나는 대로 붓글씨를 썼다.” 우일문의 를 읽고 인상 깊은 대목을 다시 읽다 이 구절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나에게 아버지는 어떤 이미지였을까? 무능하건만 자존심만 센 이기적 폭군. 어쩌면 나의 일생은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 나는 아버지 삶의 패러독스를 이해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가 되돌아보았다. 담낭암 판정을 받은 그의 아버지는 예상과 달리 1년3개월을 건강하게 지냈다. 그러다 쓰러지셨다. 마약성 진통제로 견디면서 삶의 주변을 정리하셨다. 저자는 그때 문득 ‘죽음을..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광화문 메카레코드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음악이 흐르는 집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희귀 음반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한 번 들러보십시오. 코밑에 털 난 아저씨와 마음씨 좋은 젊은 오빠가 음악의 문을 활짝 열어드릴 것입니다.” 1992년 가을에 처음으로 출간한 아트록 잡지를 읽다 발견한 광고문구. 그곳은 서울 중심가에 위치했던 음악이 흐르는 집이었다. 광고면에는 당시 정동길 초입에 위치한 음반점의 소개글이 보였다. “음악에 목이 마를 땐 메카의 문을 여십시오. 메카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1969년에 발표한 밥 딜런(Bob Dylan)의 음반 사진을 우측에 배치한 광고. 레코드점 이름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였다. 주소는 서울시 중구 정동 23-10번지. 신문로에서 운영하던.. 더보기
노인을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은퇴했다. 1936년생인 그는 등에서 관객이 직접 표정을 그릴 수 있도록 투명한 얼굴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의 은퇴작은 실존인물인 은행털이범 포레스트 터커를 연기한 이다. 17번 체포되었으나 매번 탈옥했고, 한 해 60차례나 은행강도를 하며 70대까지 한 번도 총을 쏘지 않았다는 전설, 심지어 장전도 하지 않았으며, 항상 반말이 아닌 신사적인 언어로 “전 지금 은행을 털러왔어요. 제 가방에 현금을 채워주세요”라고 웃으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터커의 삶처럼, 그도 배우로서 80대까지 그렇게 연기해왔음을 굵은 주름살의 특유의 미소로 방증해 보였다. 실제 그가 1979년 에서 신혼부부로 연기했던 아내역의 제인 폰다와 다시 함께 2017년 넥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서 보여준 모.. 더보기
지식인이 서 있어야 할 자리 어느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가? 김승섭의 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자리는 한자로 위(位)라 한다. 이 한자를 파자하면 상당히 흥미롭다. 사람과 서 있다는 글자가 합해졌으니, 먼저 사람 옆에 서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겠다. 그 사람은 돈과 권력 있는 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 사람 옆에 설 때 비로소 얻는 지위가 있기 마련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에서 지식인의 한 유형으로 전문가주의를 꼽았다. “생계를 위한 어떤 일을 하는 지식인의 활동”을 뜻하는데 “후원세력들이 가진 권력과 권위를 향한, 그리고 그러한 권력이 낳는 여러 자격들과 특혜, 그런 권력에 의해 직접적으로 고용되는 것을 향한 불가피한 움직임”이라 했으니, 딱 맞춤한 사례다.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선 자리에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다. 독립적이고 독창.. 더보기
[여적]제1 독자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특별하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니고, 외부활동도 많이 하지 않는데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9월 펴낸 산문집 은 넉 달도 지나지 않아 4만여부가 팔렸다. 이전에 낸 평론집과 산문집, 영화에세이도 각각 2만부가량 나갔다. 깊이 있고 따뜻한 성찰, 단정하고 섬세한 문장은 신형철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떠받치는 요소들이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은 특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이들의 질투 대상이다. 신형철이 최근 자신만의 글쓰기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글의 장점은 써놓고 고칠 수 있다는 건데 제1 독자가 중요하다. 배우자도 문학평론을 하는데, 아내가 먼저 읽고 이해가 안되는 구절이 있다고 하면 내가 잘못 쓴 것이라 생각하고 고친다.”(중앙선데이 인터뷰)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 더보기
[기자칼럼]신춘문예 작업을 마치며 신문사 편집국 문화부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신춘문예가 ‘거의’ 끝났다. 혹시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드리면 신춘문예는 신문사가 주최하는 문학 작가 등단제도다. 경향신문은 올해 시와 단편소설, 평론 부문을 공모해 1월1일자 신문 지면에 당선자를 발표하고 1~2일 이틀에 걸쳐 당선작을 실었다. 자격증 같은 것을 발급해주지는 않아도 당선된 사람들은 관례적으로 ‘등단작가’가 된다. 아직 공식 시상식이 남아 있으나 작품 심사와 당선 통보, 당선작 게재까지의 절차를 모두 마쳤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큰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이렇게 쓰고 있자니 마치 내가 신춘문예 업무에서 큰일을 한 것 같다. 아니다. 담당기자는 따로 있다. 문학을 취재하는 동료가 이번 신춘문예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진행했다. 그렇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