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보기=====/김제동의 똑똑똑 썸네일형 리스트형 (42) 탈북 청년들 ㆍ“주민등록증도 나왔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투명인간 취급 받죠” 서울 남산 기슭의 여명학교 지하 2층 미술실.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여러 그림들은 이내 숨을 옥죄며 가슴을 짓눌러왔다. 감옥, 창살, 총칼 그리고 절망스럽게 묶여 있는 자신의 몸. “아이들이 이곳에 왔던 초기에 그린 그림들이에요. 시점은 각기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죠.”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의 설명은 그림에서 배어나오던 어렴풋한 공포를 현실적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탈북한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들에게 잡을 손이, 기댈 어깨가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절한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하루빨리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 때문에 학생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이현.. 더보기 (41) 배우 하정우 ㆍ“연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자 저주 같아요” ‘짐승남!’ 사람에 따라 이 단어에 어울릴 만한 이를 제각각 떠올리겠지만 나는 하정우(35)만한 다른 짐승남을 떠올리기 힘들다. 나 에서 나 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당하는 느낌을 여러 차례 받았다. 진짜 남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진짜 남자, 진짜 수컷의 냄새. 그가 그동안 영화 속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화려해 보이거나 멋져 보이는 것과 거리가 먼데도, 이 시대 가장 멋진 남자 배우로 그를 서슴없이 꼽을 수 있는 건 ‘진짜 수컷의 냄새’ 때문인 것 같다. 궁금했다. 그 안에 있는 수컷의 정체가…. - (에서) 욕도 아주 ‘찰지게’ 하시던데…. 중국집에서 소주로 입 헹구는 장면 있잖아요. 그건 진짜 .. 더보기 (26)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서해성 작가 ※ 1년 넘게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의 똑똑똑’ 코너를 진행해온 방송인 김제동씨와 한겨레의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 진행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사진 왼쪽)·서해성 작가(오른쪽)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중간다리를 놓은 건 양사의 담당기자들이었다. 말하자면 ‘말품’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품앗이’ 자리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교수 작업실에서 3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의 인터뷰는 때로는 촌철살인의 유머와 날선 비판이 어우러지며 불을 뿜었다. 한마디로 ‘유머’와 ‘직설’로 그린 우리 시대의 ‘걸개그림’이었다. 난 ‘먹물’들에게 거부감이 있다. 이 땅의 서민들보다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겪어보지 못한 삶에 알량한 이론과 얄팍한 동정심을 투영해 분석하고 판단하는 무리.. 더보기 (40) 배우 손예진 ㆍ“나이 들면서 누구나 아픔과 결핍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저 마주 앉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배우 손예진씨(29)를 내 이상형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뒤 이뤄진 첫 만남. 예전 이상형이던 배우 송윤아씨가 형수가 되고 난 뒤 ‘방황’했던 내 마음은 손예진씨를 통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걸 두고 형수는 “넌 줏대도 없냐”고 비난했고, 내 주변에선 나를 한동안 놀려댔다. 그런 비난이나 놀림이 대수인가. 사랑은, 이상형은 움직이는 거다. 그렇지만 긴장과 떨림으로 터질 듯한 내 마음을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내게 ‘선방’을 날렸다. “얼마 전에 방송 보니까 여배우를 사귀신다고….” -그게요. 제가 그렇게 폭탄발언을 하면 기자나 네티즌들이 추적을 해야 하는 거 아.. 더보기 (39) 성악가 조수미 ㆍ“미혼모·입양아… 세상의 아픔에 다가갈수록, 음악 깊어져” -누나, 오늘도 빨래하고 계셨던 건 아니죠? “요즘은 세제가 참 좋은 것 같아. 예전엔 빨래하고 로션을 발라야 했는데, 요즘은 그냥 둬도 부드럽고 좋던데요?” 시작부터 웬 빨래타령? 그것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바’ 조수미(48)를 만나서 말이다. 그 이유는 지난해 MBC 을 위해 ‘누나’를 만난 날에서 비롯됐다. 클래식 문외한인 나에게 조수미라는 이름은 구름 위의 세계나, 책에서나 만날 법한 것이었다. 그런 설렘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누나가 불의의 일격을 날렸다. “제동씨 만난다니 긴장돼서…. 긴장 풀려고 빨래하다 왔어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어요. 이렇게 한강이 보이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빨래하.. 더보기 (38) ‘나는 꼼수다’ 김어준 ㆍ“나꼼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될 것” 김어준(43). 그의 이름 석자를 인터넷 검색창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푸흣’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웬만해선 참지 못한다. ‘김어준은 대한민국 언론인이다.’ 그런 어이없는 조합이라니. 반면 웃다가 ‘똥침’처럼 날아드는 생각은 그만한 대한민국 언론인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누구처럼 장외·장내 구분하지 말고, 닥치고 물어보자. 언론의 역할이 뭐냐고. 십수년 전 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허위의식에 똥침을 날린 그는 지금 로 세상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변두리에 머무르던 기발한 풍자와 패러디가 순식간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신영복 선생의 표현인 ‘변방의 혁명성’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무엇보다 그는 웃긴다. 그리고 쉽다. 잘나고 복.. 더보기 (25)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 “좁은 독방에 해가 삐뚤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점 하나 찍어놓은 크기였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해 나중엔 신문지 크기로 커진다. 신문지크기만 한 햇빛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시간 정도다. 그러나 이 한 점의 햇살만으로도, 그 햇빛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게 손해는 아니다. 그 햇살이 없었으면 나도 숨을 끊었을지 모른다.” 수년 전 신영복 선생의 강연회에서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정수리에서 뭔가가 자르르 흘러내렸다. 당시 선생의 말씀은 나에게 당신을 살아가게 했던 ‘신문지만 한 크기의 햇살’ 이상이었다. 선생은 나에게 시대를 살아가는 힘이었고, 삶을 견뎌내는 원동력이었다. 아니 선생은 당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큰 선물이다. 공부라면 담쌓고 살던 내가 2년 .. 더보기 (36) 영화 ‘도가니’ 원작소설 쓴 공지영 ㆍ“한줌도 안되는 권력층 횡포에 분노… 나도 영화보며 울었다” 공지영(48)이란 이름은 당대의 보통명사다. 이 시대에 그의 이름 앞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될까. 그의 날카로운 펜끝에서 생산된 소설과 영화, 에세이가 독자와 관객을 울고 웃게 한다. 나에게 공지영은 예쁘고 글 잘쓰지만, 술 마시면 한 얘기를 또 하는 ‘동네누나’였다. 적어도 며칠 전 누나의 초대로 영화 의 시사회에 가서 펑펑 울기 전까지는 그랬다. 몇년 전 지방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을 다룬 공지영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 때문에 지영이 누나의 트위터는 불이 났다. 수많은 멘션이 밀려들고, 누나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된 각종 자료며 기사, 이야깃거리들을 하루종일 트윗, .. 더보기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