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나는 꼼수다’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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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보기=====/김제동의 똑똑똑

(38) ‘나는 꼼수다’ 김어준


 ㆍ“나꼼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될 것”


김어준(43). 그의 이름 석자를 인터넷 검색창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푸흣’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웬만해선 참지 못한다. ‘김어준은 대한민국 언론인이다.’ 그런 어이없는 조합이라니. 반면 웃다가 ‘똥침’처럼 날아드는 생각은 그만한 대한민국 언론인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누구처럼 장외·장내 구분하지 말고, 닥치고 물어보자. 언론의 역할이 뭐냐고. 


십수년 전 <딴지일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허위의식에 똥침을 날린 그는 지금 <나는 꼼수다>로 세상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변두리에 머무르던 기발한 풍자와 패러디가 순식간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신영복 선생의 표현인 ‘변방의 혁명성’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무엇보다 그는 웃긴다. 그리고 쉽다. 잘나고 복잡한 논리는 결코 재미와 감성을 이기지 못한다, ‘씨바’. 참고로 이 인터뷰는 그의 MBC 라디오 퇴출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14일 밤 이뤄졌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그는 전매특허인 ‘씨바’와 각종 욕설을 내뱉었지만 지면에는 옮기지 못했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김어준 “독재라는 게 물리적 폭력을 하는 게 다가 아냐.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듣지 않는 무한권력이거든. 그래서 그런 사람들 밥줄을 끊어버리는 것, 그게 독재야. 잡아 가두고 패는 대신 밥줄을 끊는 것. 현 정권의 방법이지.” 김제동 “화투의 기술과 속임수를 모른 채 치는 사람은 돈을 잃어도 자기 탓으로 생각하잖아요. 자기 생각에서 상대 타짜도 합법적이라고 보는 거지. 그렇게 화투를 치는 사람처럼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도 너무 많잖아요. 안타까워.” _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그러니까, 방송을 못해서 잘린 거 아녜요?


“왜 너의 경우를 나한테 들이대?”


-그래도 잘렸잖아. 자르면서 뭐래요?


“이유는 말 안해줬어.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담당 PD와의 첫 미팅에서 내가 했던 말이 이 방송은 6개월 내에 사라질 거라고 했어. 내가 들어간 건 김미화씨 퇴출 물타기 용도였기 때문이라고. 이제 그 역할이 끝난 거고 당연히 퇴출될 거라고 알고 있었지. 대단히 예측 가능한, 매우 투명한, MB식 방식이지. 그런데 이 인터뷰 콘셉트가 아무 말이나 막하는 거지?”


-예, 형님이 다 하세요. 


“그래? 그렇다면 난 그나마 남아 있는 김제동의 자투리방송을 끌어안고 함께 수장될게.” 


-잘려도 걱정마라, 밥은 먹여준다 뭐 이런 거예요, 지금? 나, 참. 담당 PD는 뭐래요?


“PD는 3주 전에 프로에서 잘렸어.”


-정말 예측 가능하게 자르는구나. 형한테는 아무도 뭐라고 안했어요?


“담당부장이 와서 말하려고 하는데 그 분 얼굴을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한 표정이더라고. 그래서 먼저 ‘알았다’고 했어. 그 분은 암말도 안했는데 내가 그냥 알았다고 하고 헤어졌어.” 


-불경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인데. 


“그 분의 잘못은 아니잖아. 단순한 메신저였으니까. 의사결정권자도 아니고. 그 분을 잡고 따질 일도 아니잖아.”


난 그동안 “잘린 적 없다. 내가 잘랐다”고 말해왔다. 왠지 “잘렸다”고 하면 찌질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딴지총수 김어준은 “잘렸다. 씨바”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내가 그랬잖아. 이것은 김제동이 전혀 다른 종류의 위상을 가지는 연예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제공받은, 고마운 일이라고.”


-엎드려 절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 <토크 콘서트> 기획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늘 그렇게 대답해요.


“말하자면 ‘가카’로 상징되는 하나의 세력?”


-난 동의하거나 확인해 준 적 없어요.


“<나는 꼼수다>를 누가 만들었느냐고 물어보면 ‘가카’지. 우리의 기획실장이자 작가이자 상상력, 창의력 등 모든 것을 제공하는 분, 우린 M실장이라고 불러. 그래서 매주 그 분에게 헌정하는 헌정방송인 거야. 사실 가카가 취임하자마자 내가 잘렸거든. SBS 라디오에서 3년간 진행하던 시사프로였는데 그땐 아무도 기억하거나 인지하지 못했지. 김제동이 잘린 건 대중적 인지도로 봤을 때 첫번째 사례이자, 그만큼 파급력을 가진 상징성 있는 사건이었어. 본의아니게 선지자가 된 거지.”


-선지자는 좀 과한 것 같고, 저를 엄청나게 광고해줬어요. 주요 일간지, 시사 주간지, 지상파 방송 3사 뉴스에 다 나왔거든요. 


“과거 어떤 연예인도 누려보지 못한 시사주간지 표지모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거잖아. 보통 그런 경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방송복귀가 불가능해 영구퇴출될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을 때만 나오거든. 결국 김제동의 포지셔닝을 가카께서 해주신 거지.”


-저를 가만히 놔뒀다면 방송에서 사라질 추세였어요. 이미 그전부터 프로그램도 줄어들고 인기도 뚜렷하게 하향세를 긋고 있었거든요.


“방송은 김제동을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해줬지만, 그를 진정 상징성 있는 연예인으로 끌어올린 것은 ‘퇴출’이었다. 그런 결론이네. 지금 시차를 두고 퇴출된 선후배가 만나서 어떤 사회적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가카에 대해 성토하자고 모인 건 결코 아닌 거지. 우린 그 분께 감사하는 거야.”


-오랜만에 형 만났는데 기분이 그렇네. 정말 ‘X 됐다’. 


“맞아. 이건 ‘X 됐다’ 이상으로 표현할 단어가 없어.”


-콘서트도 한다면서? 그런 <토크 콘서트>는 제가 처음 도입한 거라는 거 알죠? 게다가 <닥치고 정치>라는 책도 냈던데…. 교보갔더니 내 책 바로 위에 있더라고. 그래서 위치를 바꿔놨죠.


“빨리 사!”


-흥,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난 그 책 옆에 있는 책만 사왔어요.


“내 책이 얼마나 훌륭한 대중 정치서적인 줄 알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치가 왜 필요한지 해설하고 현상을 분석했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예언서이기도 하고. 이 한 권만 읽으면 중등과정을 완료한 모든 국민이 정치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가질 수 있어.”


-<나는 꼼수다>를 놔두는데 언론 자유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아량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투력으로 버텨내고 있는 거야. <나는 꼼수다>에서 다루는 이슈들은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충분히 거론하고 검증했어야 할 사안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놔둘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됐다기보다는 실정법상 적용할 법이 없는 거지.” 


-이걸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잖아. 


“그런 걸로 알고 있어. 합법적인 공권력으로 우리 방송을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 상황이 닥쳐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하고. 이것을 새 형태의 미디어로 인정하게 만들도록 해야지. 마치 최초 인터넷 신문이 등장했을 때 이것을 신문으로 인정할까 말까 하는 논의가 꽤 있었던 것처럼. 그런데 결국 됐잖아.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소위 팟캐스트 다운로드 방식의 미디어도 하나의 미디어로 인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시간까지 충분히 합의와 논의가 이뤄지도록 우리를 놔두길 바라는데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제재할 욕구도 충만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연구 중이야.” 


-청취자라고 표현해야 하나? 자발적으로 듣는 사람이 많잖아요. 결국 지켜주는 원동력은 자발적인 청취자들 아닐까?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이것이 미디어로 발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지. 동조하든 그렇지 않든 많이 듣고 있다는 자체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 제재를 하려 할 때 부담으로 작용하겠지. 그런데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안돼. 새 미디어가 수행하는 역할이 기존에 존재해왔던 미디어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해. 그래서 공당의 후보 토론회도 하고 그러는 거지.”


-한 보수 언론에서 나처럼 팔로어가 많은 사람을 ‘장외언론’이라면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X까는 소리지. 장외언론이 안지는 책임이 뭐가 있지? 그렇다고 그들은 김제동이 지지 않는 책임을 뭘 지고 있나? 없다고 본다. 져야 할 책임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위협하니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팔로어들이 불쌍하다는 표현을 썼겠죠.


“그들이 불쌍하지. 그들이 쥐고 있는 한 줌도 안되는 권력…. X도 아닌데. 난 그들이 가련하다고 생각해. 졸렬하고 쪼잔하지. 음, 또 뭘 씹을까. 다시는 공중파에 복귀하지 못하게 해줄게.”


-잘 모르시나 본데 전 요즘 그 정도 각오는 해요. 내 강점은 아무래도 장외에 있는 것 같다는…. 흐흐흐. 


이건 진심이다. 내가 공중파에서 예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들 시청률이 급등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시청률이 안나오면 자연스레 퇴출될 것이다. 그러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시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이었다. 방송 퇴출 이후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그런 점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장외에서 마이크를 들고 부당함을 알리러 다니게 됐다. 


“그걸 염치라고 해. 넌 염치가 있는 거지. 그게 네가 팬들에게 되갚을 길이지. 상징성 얻은 것을 이용해 발언할 필요가 있어.”


-혹, 겁은 안나세요? 


“청와대건 국정원이건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 알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아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내가 뭔가를 하면서 그로 인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 일을 못하는 거야. 뭘 하는데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그것을 감수하는 거야.”


-형이 두고 있는 우선순위는 뭐예요?


“쫄지말라고 하고 싶고, 그 말이 위로가 되는 시대야. 그리고 <나꼼수> 메시지의 가장 큰 덩어리는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야.” 


-그래도 별일없이 산다?


“그러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하면 기꺼이 당하겠다, 감수하겠다. 그러니 당신들도 쫄지 마라. 우리는 쫄지 않아도 된다, 이거지. 다 ‘가카’ 덕분이야. 어떤 이들은 선동이라고 하는데 맞아. 선동이야. 그런데 그 선동은 <나꼼수>가 이야기하는 특정주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해도 된다는 태도를 선동하는 거야. 이 주장에는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안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가 다 이렇게 떠들어도 된다는 태도를 유포시키고 싶은 거야. 이게 가장 큰 메시지야. 에이 씨바. 말해놓고 보니 훌륭한데.”


-더 할 이야긴 없어요?


“음…. 나꼼수에 섭외하고 싶은 인물이 있어. 그 섭외 대상을 <나꼼수>로 끌어들이는데 회유, 유도, 조정, 기만, 유인, 협박하는데 김제동이 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두려움은 있다. 흐흐.


“이렇게 다같이 X 되는 거지. 이것을 물귀신 작전이라고 해.”


-아마 형의 기대에 응할 것 같아. 희한하게 자꾸 몇몇 (섭외대상) 인물이 떠오르네. 아 X 됐다.


“결정적으로 김제동은 안된다. 대중들은 그의 정치색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거든.”


-왜 나는 안되는 거야? 나, <나꼼수>에서도 잘린 거야? 내가 요즘 불교에 심취해 있긴 한데 형 이야기를 듣다보면 성불한 사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있어.


“그건 내가 덕볼 생각이 없기 때문이야.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야. 그래서 내맘대로 할 수 있어.”


-당당, 교만은 한끗 차이야. 겸손과 비굴도 한끗 차이지. 당당과 겸손, 교만과 비굴은 각각 세트잖아. 그런데 형은 당당한데 겸손하진 않아.


“나에게 청소부나 대통령이나 똑같아. 그가 가진 권력으로 덕볼 생각 없어. 내가 누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면 언제나 남사스러워. 그 정도 균형감각이나 염치는 있어. 난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그게 세상의 균형을 만드는 거거든.”


-힘있는 자가 염치를 안다는 것, 중요한 능력이지.


“굉장히. 우리 가카께는 전무한 능력이지.”


-나는 그 말에 합의하지 않았어. 그렇게 들었을 뿐이야.


“결국 오늘 키워드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지.”


-나는 총론에는 합의했으나 민감한 몇몇 각론에는…, 에이 씨바. 그래 합의했다.


“이렇게 김제동은 X 됐다. 우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