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배만 불리는 한류 두고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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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국 배만 불리는 한류 두고만 볼 건가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가 중국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제작사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에서 아무리 대박을 내더라도 우리 콘텐츠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그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 헐값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한국 제작사가 얻은 수익은 5억1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 드라마를 수입한 중국 사이트 아이치이는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드라마 <쓰리데이즈>도 16부작의 수출 총액이 겨우 8억5000만원이었다. 드라마 한 편 제작비용이 2억~3억원 선인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반면 드라마를 수입한 중국 업체는 광고 등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부가 수입을 올렸다. 말 그대로 재주는 곰(한국)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버는 상황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8일자 1면에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다룬 기사를 실었다. (출처 : 경향DB)


한류 콘텐츠의 문제는 헐값 판매만이 아니다. 우 의원은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아빠! 어디가?> 등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도 문제 삼았다. 낮은 판매 금액에 비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선진국 수준인 우리의 방송 제작 노하우를 따라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에는 자국 방송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콘텐츠에 극심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스타 PD·영화감독·작가 등 국내 우수 제작인력의 중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방송 콘텐츠에 대한 차이나머니(China money)의 직접 투자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화·방송 프로그램의 기획·제작·배우 섭외 등에서도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한류 콘텐츠의 핵심 제작 역량이 점점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이 중국의 문화산업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은 정부와 콘텐츠 전문가,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류 콘텐츠가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쥔 상태에서 중국과의 상생모델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우 의원이 제시한 대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유통 플랫폼인 ‘한국형 유튜브’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준 높은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만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