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와 음악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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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보기=====/임진모 칼럼

아레나와 음악 활성화

팝의 여왕’으로 통하는 마돈나는 국내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 해외 팝스타 내한공연 유치의 영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인들도 마돈나 콘서트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공연’으로 여긴다. 2010년에 한 공연업체가 마돈나와 한국 공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불발됐고 2012년에도 공연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마돈나가 한국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국에는 아레나가 없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돈나는 내년 2월 태국 임펙 아레나,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등지에서 아시아 투어를 전개하지만 거기에 한국은 빠져 있다.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레나(arena)는 근래 옥외든 실내든 주로 전문공연장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실제로 세계 각국의 아레나는 음악콘서트만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 각종 행사를 망라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 아레나가 없다. 세계 10대 도시 가운데 아레나가 없는 곳은 서울뿐이다. 아시아에 일본과 중국은 물론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도 아레나가 있다.

보통 객석 1만석에서 2만석 규모의 아레나가 갖는 강점은 음악공연의 전문성을 살리고 흥행 여건에 부합한다는 점에 있다. 더 큰 규모의 공연장, 가령 우리의 경우 월드컵 및 올림픽 주경기장도 가능하지만 이런 곳은 외곽에 위치한 관객들에게는 무대가 너무 멀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사실 3만명 이상의 관객을 채울 가수도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톱 가수들은 적정 객석의 스케일인 아레나를 선호한다. 공연의 성격과 관객 수에 따라 무대와 자리배치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강점은 결정적이다. 아레나가 없어서 그간 우리의 K팝 스타와 해외 인기가수들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해왔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체조경기장이 기본적으로 체육시설로 지어진 것이다 보니 음향과 무대배치에 있어서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팝스타 마돈나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퍼포먼스를 하고있다._연합뉴스


음향은 공연가수들에게 제1의 요소다. 시나위의 신대철도 “뮤지션들은 좋은 음향을 갖춘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 소리를 잘 내고 잘 들리는 공연장이 우선이다”라고 말한다. 체조경기장과 그 이전의 펜싱경기장에 음악가들과 관객들이 불편을 호소한 것은 첫 번째가 음향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전문공연장은 국내 음악관계자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K팝이 해외에서 승전보를 날리며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그 스타들이 국내에서 설 무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연말에 적당한 공연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창동·상계 지역에 아레나가 건립된다는 소식은 반가움 이상이다.

수익성을 고려하는 운영이 불가피해 다목적으로 사용되고 부대사업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겠지만 일단 서울아레나가 음악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건다. 때마침 음원이 아닌 공연의 시대다. 해마다 공연이 1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추세에서 아레나는 록페스티벌과 함께 더 많은 인구를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아레나가 조용필과 같은 거장 혹은 빅뱅, 엑소, 슈퍼주니어, 투애니원 같은 K팝 슈퍼스타들의 전유물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인디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울 홍대 주변에 인디 음악팬들을 위한 클럽과 소규모 공연장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여기에서 관객을 확보한 밴드나 가수가 떠올라 아레나로 뻗어가는 사례를 보고 싶다.

이런 점에서 아레나는 음악의 기운이 현저히 처진 상황을 탈출해 음악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확실히 우리 음악계는 주류의 경우 깊이와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고 비주류와 인디는 분발해 지분 상승을 꾀해야 한다. 아레나가 주류와 비주류가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 다양한 음악 산출물을 제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2020년대 아레나 시대를 기다린다.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