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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민요 ‘연가’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통기타를 치며 싱어롱을 주도해야 ‘멋진 오빠’로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포크의 전성시대였던 1970년대 얘기다. 그 시절 단골 레퍼토리의 0순위에 꼽힌 노래가 비로 ‘연가’였다. 그런데 이 노래가 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의 전통 민요라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노래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ana)’가 탄생한 곳은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의 호수 한복판에 있는 섬 모코이아였다. 로토루아 호수 근처에 살던 족장의 딸은 모코이아에서 건너온 청.. 더보기
[몸으로 말하기]방구석에 자리 잡은 춤의 역할 언택트 시대를 겪으며 무용 공연도 많은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무용 공연은 타 공연에 비해 대중적 지지율이 취약하고, 마니아층 위주로 관객층이 형성되고 있어 언택트 공연에 대한 중요성과 사명감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공연을 할 때 객석 점유율을 반으로 줄여 거리 두기를 하며 코로나19 감염 방지에 만전을 기해왔다. 그러나 객석의 간격이 좁아 공연장 관람객의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 소극장의 경우는 한 자리씩 거리를 두다 보니 관람객 수가 확연히 감소되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원시시대부터 기원과 치유의 역할을 하면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무용은 여러 형태로 발전되면서 예술적, 대중적으로 서로 접촉하고 대면하면서 완성되는 예술이다. 이토록 소통의 역할이 춤의 진정한 목적임에도.. 더보기
한대수 ‘옥의 슬픔’ “저 넓은 정원 뒤를 잇는 장미꽃밭/ 높고 긴 벽돌 담의 저택을 두르고/ 앞문에는 대리석과 금빛 찬란도 하지만/ 거대함과 위대함을 자랑하는 그 집의/ 이층방 한구석엔 홀로 앉은 소녀/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슬픈 옥이여.” 한대수의 대표곡 중 하나인 이 노래는 그의 가족사와 연관이 있다. 한대수는 중학생 때 조부모와 대학 사택에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신학대 초대학장인 한영교씨였다. 아버지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실종됐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떠났기에 늘 혼자였다. 수위 두 명이 지키는 사택은 꽤 호화로웠지만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었다. 말하자면 옥이는 그 공간에 갇힌 소년기의 한대수였던 셈이다. 이 노래는 슬픈 한반도를 형상화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금지곡이었다. 한대수 음악의 .. 더보기
양병집, ‘타복네(타박네)’ “타복타복 타복네야. 너 어드메 울며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물이 깊어서 못 간단다. 물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 간단다. 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 주랴 명태 싫다. 가지 주랴 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양병집이 발굴해 부른 ‘타복네’는 함경도에서 구전돼 온 민요였다. 원래 표기는 ‘타박네’로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그의 책에서 ‘타박타박 걷는 아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제목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춘 노래 ‘양단 몇 마름’의 2절 가사를 쓰기도 했던 양씨의 어머니가 자장가로 불러준 노래였다. 함경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구전돼 오면서 제목과 가사 또한 지역마다 다르게 전해져 왔다. 김민기·한대수와 더불어 1970년대 3대 저항가수였던 양병집은.. 더보기
[노래의 탄생]이제하 ‘모란동백’ 추석연휴 안방극장을 뜨겁게 한 나훈아가 발표한 새 앨범에 눈길을 끄는 노래가 있다. 조영남이 먼저 부른 것으로 알려진 ‘모란동백’이 그것이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당대를 대표하는 두 가수가 리메이크한 이 노래의 원작자는 소설가 이제하다. 그가 직접 작사·작곡하여 부른 노래로 1998년 시집 (나무생각)을 내면서 부록으로 발매됐다. 처음 제목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으로 시인 김영랑과 작곡가 조두남을 향한 오마주를 담았다. 이제하는 시인이자 화가이며, 소설가다. 문.. 더보기
[노래의 탄생]펄시스터즈 ‘커피 한 잔’ 1960년대 말 활동을 접고 전쟁이 한창이던 월남(베트남)에 가려고 기다리던 신중현의 아침잠을 깨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박 났어. 주문이 밀려들어 감당할 수 없다고. 지금 월남 갈 때가 아냐.” 레코드사 사장이 신중현을 주저앉혔다. 정확하게 말하면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 한 잔’이 신중현을 다시 잡았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팔분이 지나고 구분이 오네/ 일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내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배인순과 배인숙 자매로 결성된 펄시스터즈가 신중현에게 데뷔앨범을 부탁했다. 1967년 미8군에서 활동하다 다음해 TBC 무대에 출연하면서 펄시스터즈라고 작명한 이들 자매가 음악적 스승을 찾아온 것이.. 더보기
R.E.M. ‘에브리바디 허츠’ “당신의 하루가 길고/ 밤에 홀로 외롭다고 느껴질 때/ 더 이상 삶이 견디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 조금만 견뎌봐요/ 포기하지 말아요/ 누구나 눈물을 흘리고/ 누구나 가끔씩 아파하지요/ 때로는 모든 게 엉망이지요/ 그럴 땐 노래를 불러요.” 요즘처럼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또 있을까. ‘에브리바디 허츠’는 1993년 발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상처받거나 힘든 사람들을 꾸준하게 위로해온 노래다.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에릭 클랩턴의 ‘티어스 인 해븐’과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를 밀어내고 ‘성인 남자를 울게 만드는 노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록밴드 R.E.M.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1980년 마이클 스타이프(리드 보컬), 피터 벅(기타), 마이크 밀스(베이스), 빌 베리(드럼)에 의해.. 더보기
에릭 클랩튼 ‘원더풀 투나잇’ ‘늦은 저녁, 그녀는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네/ 화장을 하고 긴 금발을 빗어 넘기네/ 그녀가 내게 물었지. 나 괜찮아?/ 나는 대답하네. 그래 당신은 오늘 밤 멋져 보여/ 파티에 가고 있을 때 모두가 고개를 돌려서/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보네/ 그녀가 내게 묻네. 기분 괜찮아?/ 나는 대답하네. 그래 오늘 밤 너무 멋지군.’ 누구나 한번쯤 흥얼거렸을 ‘원더풀 투나잇’은 에릭 클랩튼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만든 노래다. 그 주인공은 모델이자 사진작가인 페티 보이드다. 조지 해리슨(비틀스)과 에릭 클랩튼의 첫 부인이자 삼각관계의 주인공, 게다가 두 사람이 그녀를 위해 만든 노래는 여전히 사랑받는 명곡들이다. 영화 촬영장에서 보이드를 만난 해리슨은 첫눈에 반해 청혼하고, 1965년 결혼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