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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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러시아 민요 ‘스텐카 라친’ 유월은 덩굴장미의 계절이지만 우리에겐 전쟁과 혁명으로 더 익숙하다. 오래전 최루가스로 가득한 도시를 찾았다가 이 노래를 들었다. 그때도 6월이었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강 물 위에/ 스텐카 라친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띤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동편 저쪽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우리다/ 다시 못 올 그 옛날에/ 볼가강물 흐르고/ 꿈을 깨친 스텐카 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 스텐카 라친(1630~1671)은 러시아 남동쪽 국경지방에서 부유한 카자크 출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수탈을 일삼는 러시아 군주와 영주들에게 맞서 봉기를 일으켰다. 전봉준이 그랬듯이 1만여명의 농민군을 규합하여 볼가강을 따라.. 더보기
신형원 ‘개똥벌레’ 개똥벌레는 흔히 반딧불이로 더 잘 알려진 곤충이다. 6월이면 성충이 되어 주로 밤에 활동한다. 어린 시절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한자어를 배우면서 반딧불이를 모아 그 빛으로 책을 볼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도 했다.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은유가 차고 넘친다.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 1984년 발표된 이 노래는 ‘홀로 아리랑’의 작가 한돌이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쓰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제작에 차질이 생겨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마치 한 편의 단편동화를 읽는 듯한.. 더보기
미셸 폴나레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정원엔 꽃들이 만발했지/ 이제 그 시절은 가고 남은 거라고는 기억뿐/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무심한 사람들인가?’ 5월의 하늘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1971년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발표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1980년대 한국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더보기
정태춘 ‘5.1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피가 끓는다. 군홧발 소리, 헬기의 굉음과 함께 시작된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눈물이 흐른다. 정태춘에게도 ‘80년 광주’는 노래 인생을 바꾼 대사건이었다. 그해 5월4일 정태춘은 박은옥과 결혼했다.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에게 예비군 비상동원령이 내려졌다. 예비군들이 모인 학교 운동장에서 풍문으로 광주 이야기를 들었다. 황석영의 광주보고서 를 읽기 전까지 그는 ‘시인의 .. 더보기
안치환 ‘부용산’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안치환 앨범 (1997) 수록) 박기동 작사, 안성현 작곡의 ‘부용산(芙蓉山)’은 반세기 동안 금지곡이었다. 안성현이 월북했고, 지리산 빨치산들이 주로 불렀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어교사 박기동은 누이동생이 스물네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자 전남 벌교의 야산인 부용산 자락에 묻고 돌아오면서 이 시를 썼다. 그는 목포 항도여중으로 전근 가서 음악선생 안성현을 만났다. 안성현은 해방 직전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엄마야 누나야’를 쓴 작곡가였다. 두 사람은 안타까운 죽음과 맞닥뜨린다. 교내에서 천재 .. 더보기
산울림 ‘청춘’ 세대를 관통하면서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 산울림의 노래 ‘청춘’이 그렇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1981년 이 노래가 발표됐을 때 세상은 삼형제 밴드 산울림의 ‘파격’에 화들짝 놀랐다. 그 ‘파격’을 권력자들은 ‘반항’으로 읽었다. 김창완은 애초 ‘청춘’의 가사가 “갈 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으나 심의에서 너무 염세적이라는 이유로 반려돼 개사한 거라 했다. 또 2절 마지막은 “정 둘 곳 없어라/ 텅 빈 마음은/ 차라리 젊지나 말 것을”을 순화해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로 바꿨다. 그는 청춘을 향해 “갈 테면 가라”고 소리치고, “차라리 젊지나 말 것을”이라고 원.. 더보기
마야 ‘진달래꽃’ 김소월은 봄의 시인이자, 국민시인이다. 그의 대표시 ‘진달래꽃’을 얘기하면서 마야를 빼놓을 수 없다. 마야의 노래가 히트한 배경은 파격에 있다. 가곡이나 발라드에 어울릴 것 같은 시를 록음악으로 만들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로 조용히 시작된 노래는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대 바라보며 살아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내 영혼으로 빌어줄게요’에 가서 폭발한다. 김소월의 시에 작사가 루시아가 후렴구를 붙이고, 작곡가 우지민이 힘이 넘치는 록음악으로 만들었다. 2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를 준비하던 마야는 발라드를 원하는 기획사와 달리 록음악을 고집했다. 결국 기획사 대표가 마음대.. 더보기
이브 몽탕 ‘벨라 차오’ 자가격리의 시대에 넷플릭스를 보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다. 스페인 드라마 시리즈 은 시즌4까지 선보이면서 인기가 높다. 강도 8명이 스페인 조폐국에 침입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드라마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자와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 때문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인기로 재조명된 노래가 있다. 드라마 삽입곡인 ‘벨라 차오(Bella ciao, 안녕 내 사랑)’가 그것이다. 원래는 고단한 노동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농부들이 부르던 노동요였다. 이 노래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솔리니 정권에 맞서 싸우던 파르티잔이 개사하여 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나서는 파르티잔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안녕 내 사랑, 내가 파르티잔으로 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