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덩굴장미의 계절이지만 우리에겐 전쟁과 혁명으로 더 익숙하다. 오래전 최루가스로 가득한 도시를 찾았다가 이 노래를 들었다. 그때도 6월이었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강 물 위에/ 스텐카 라친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띤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동편 저쪽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우리다/ 다시 못 올 그 옛날에/ 볼가강물 흐르고/ 꿈을 깨친 스텐카 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
스텐카 라친(1630~1671)은 러시아 남동쪽 국경지방에서 부유한 카자크 출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수탈을 일삼는 러시아 군주와 영주들에게 맞서 봉기를 일으켰다. 전봉준이 그랬듯이 1만여명의 농민군을 규합하여 볼가강을 따라 진격했다. 귀족과 영주들의 토지문서를 불태우고 창고에 쌓인 곡식을 농민들에게 나눠줬다.
노래 속 공주는 누구일까? 농민군이 카스피해 연안의 페르시아 정착촌을 점령하자 성주는 공주를 스텐카 라친에게 보냈다. 스텐카 라친은 공주의 아름다움에 빠져 쾌락의 날을 보냈다. 농민군들이 분노한 건 당연했다. 그러자 스텐카 라친은 공주를 볼가강의 뱃전에서 강물 위로 던진다. 그러나 스텐카 라친은 황제에게 매수된 동지의 배반으로 체포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처형된다. 농민들은 그의 죽음을 기리면서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러시아 영화의 거장 예이젠시테인의 동명 영화에서 공주가 강물 위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에 남성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이연실이 번안하여 부른 노래가 가장 인상 깊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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