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요계 ‘다양성’만이 희망이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후반부터인가, 단 한해도 음악계가 좋았다는 말이 돌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음반 중심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시장의 축이 이동하는 격변 속에서 음악관계자들은 “음악계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오고 있다.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굴지의 기획사들조차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고 엄살을 피운다. 딱 9년 전인 2006년 신년을 맞아 한 일간지에 ‘가요계 희망을 노래하자’라는 글을 쓴 바 있다. 2005년의 극심한 불황에 허우적거리지 말고 일어나자는 사기진작이 요지였다. 그때 가요계 상황을 이렇게 기술했다. “노래 불러야 할 가수들이 잇달아 드라마에서 연기한 것이나, 수위를 잃은 채 리메이크 앨범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이나 모두 음악계의 불황과 관련을 맺는다. 지.. 더보기 더 기억돼야 할 ‘뮤지션 신해철’ 음악 활동을 한 지 20년을 맞은 지난 2008년에 신해철을 만났을 때 요즘의 평론가들을 향해 질러달라고 했더니 그의 발언은 가히 ‘독설가’답게 거침이 없었다. “요새는 평론하는 사람들이 없잖아? 평단은 전멸했지. 이건 뭐 평론도 아니고. ‘이런 글을 뭐하러 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신경 꺼버렸어요. 어째 요즘 평론가라고 명함을 들이미는 애들이, 예전에 PC통신 시절에 거기에 글 쓰는 애들보다 못 쓰는 거야.” 듣는 입장에서는 민망했고 뼈아팠다. 그 무렵 시사프로 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그날은 국내 음악의 실태와 음악산업의 현황이 주제였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신해철은 내 자리에 오더니 대뜸 “형! 오늘 왜 이렇게 얘기를 안 하는 거야? 나만 떠들고 있잖아!”하는 것이었다. “나 오늘 얘기 많이 하..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가수’들의 파워 1990년대에 ‘전람회’라는 듀엣으로, 이후 솔로로 입지를 구축한 가수 김동률의 신보 바람이 거세다. 신곡 ‘그게 나야’는 공개된 지 10일이 지나서도 여러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호령하고 있다. 1위에 올라도 2~3일을 지키기 어려운 이 삭막한 디지털 시대에 이 정도면 대단한 분전이요, 열풍이라 할 만하다. 나이 마흔이 된 중견가수임에도 그가 지금의 ‘핫’한 가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무엇보다 그만의 둔중하고 담백한 발라드의 대중적 흡인력 때문일 것이다. 팬들은 그 음악에 ‘김동률표’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붙여 환대를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의 대중적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당대의 추세, 즉 트렌드 측면에서도 그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지금의 음악 트렌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 더보기 섹시 풍조, 이제는 식상하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85년 가수 김완선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머리끈을 풀고, 출렁이며 춤을 추고 종횡으로 무대를 누비는 와일드함에 ‘한국에도 이런 가수가 있었어?’ 하며 넋을 잃었다. 너무나 새로운 춤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김완선의 섹시 댄스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잖음과 엄숙을 지고로 여기던 시절에 대한 조롱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사회적 맥락의 의미가 더해졌다. 관습 흔들기, 판 뒤엎기였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김완선은 대중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김완선 이전에 ‘빙글빙글’의 나미, 더 거슬러 올라가 1969년의 김추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추자의 경우는 경제개발계획이 한창이던 시절, 가당찮게 여가수 최초로 무대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파격을 보였다. 이런 원조들.. 더보기 [임진모칼럼]돈에 종속된 음악 현재 빌보드 차트 정상 문턱에 다다른 곡 ‘스테이 위드 미’로 급부상한 영국의 신인 가수 샘 스미스는 이 노래를 수록한 데뷔 앨범의 머리곡으로 ‘머니 온 마이 마인드’를 배치했다. ‘내 머릿속에 돈’이란 제목을 내걸었는데 그가 외치는 바는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돈이 아니고 난 엄연히 사랑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 난 압박을 느꼈어/ 난 숫자를 보고 싶지 않고 천국을 보고 싶어/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곡을 써줄 수 있느냐고 묻지만/ 죄송하게도 행복하게 곡을 그렇게 만들 처지는 아니야….’ 사람을 위해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을 위해 혹은 업계를 위해 곡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애처로운 호소로 들린다. 물론 그의 선택은 사랑이란 이름의 예술이다.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런 .. 더보기 [임진모칼럼]판을 바꿀 한 곡이 없네 며칠 전 몇 명의 음악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한 사람이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대중가요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곡은 뭔가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조용필의 ‘바운스’, 아이유의 ‘좋은 날’, 엑소의 ‘으르렁’, 이승철의 ‘마이 러브’, 소유와 정기고의 ‘썸’ 등 제법 많은 곡들이 거론됐다. 누군가가 “그럼 그중 다시 듣고 싶은 노래는?”하고 묻자 곡 숫자는 확 줄었고 다시 그가 “후대에 남을 곡은 뭐죠?”라고 했을 때는 모두들 ‘글쎄’하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곡이 없네!”하고 혀를 찼다. 사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어떤 곡이 후대에 기억될지, 역사에 남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나의 노래가 전설의 위상에 오르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대중들의 인지도가 있.. 더보기 [임진모칼럼]위로를 주지 못하는 K팝 산울림의 김창완은 “대중음악의 기능은 위안에 있다”고 말한다. 전달하는 내용이 흥이든 우울함이든 대중가요의 모든 것은 결국 듣는 대중들에게 위안, 위로 혹은 근래 급부상한 언어로 말하자면 힐링을 주는 데에 맞춰져 있다. 사람들만 위로를 얻는 게 아니라 음악가들도 음악을 만들면서, 그 음악으로 대중의 박수를 받으면서 위로를 경험한다. 자기 위로다. 그래서 뮤지션들에게 자신의 음악이 팬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위로라는 답을 내놓는다. 대중음악이 위로 그 자체라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대중 전파매체는 국민적 상처를 위무하는 대중가요를 더욱 전면에 배치하는 게 이치상 맞다. 실의, 좌절, 분노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데 음악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세월호.. 더보기 [임진모칼럼]결국은 젊은 세대와 소통이다 누가 뭐래도 지난 한 세기 그리고 지금도 세계 대중문화를 쥐고 흔든 최강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대중흡인력이 높은 음악콘텐츠와 유통 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미국음악 판으로 만들어놓았다. 유럽 남미 아시아는 물론이고 우리의 아이돌 그룹의 음악도 한국 전통음악이 아닌 미국적인 음악이다. 여기서 미국은 승리한 셈이다. 거의 모든 나라의 대중음악이 미국의 것이거나 미국화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위용을 떨치고 있는 로큰롤이란 음악이다. 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꽃핀 로큰롤을 보는 애초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몸을 마구 흔들면서 소음을 뿌려대는 못된 애들의 음악이라는 게 기성사회의 인식이었다. ‘10대 비행의 원흉’, ‘백치의 깡패음악’이라는 거..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