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광장의 최전선, 예술인 캠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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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광장의 최전선, 예술인 캠핑촌

11월4일, 박근혜 퇴진 예술인 시국선언을 준비하던 중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로부터 송경동 시인이 긴급모임을 요청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직감으로 그가 시국선언 후에 뭔가 큰일을 벌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송경동은 항상 예술행동의 현장에서 급진적인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예술인 시국선언 후 텐트를 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예술인들이 광화문 최전선에서 싸우자고 했다.

 

물론 그의 옆에는 재난의 현장을 함께 지키는 동지들이 있다. 신유아·노순택·정택용·이윤엽 작가가 먼저 결단을 했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의 박점규·오진호 동지와 문화연대 이원재·이두찬 활동가 및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시국선언 마지막 순서로 송경동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예술가들은 박근혜가 퇴진하는 날까지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갑니다. 함께 동참합시다.” 예술가들이 텐트를 치자마자 광화문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텐트 치는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막았기 때문이다. 텐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강제로 들려 나오고 텐트 수십 동을 빼앗겼다. 그리고 11월5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광화문에 텐트가 세워지고, 그렇게 캠핑촌 농성은 본격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이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농성텐트장 앞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캠핑촌에는 예술가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직자들, 일반 시민들이 함께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캠핑촌 촌민들은 매일 낮과 밤 다양한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문화제를 연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화가, 국악인, 클래식 연주자, 영화인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광화문 캠핑촌은 매일 예술난장이 벌어지는 곳이다. 낮에는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년봉사단’을 만들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며 청와대로 간다. 청와대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는 제보를 받고 청소하러 간다고 한다. 청소하러 가면 경찰들이 따라붙는다. 청와대 주변에 이르면 예외 없이 길을 가로막는다. 화가 나지만, 그들은 룰루랄라 매일 빗자루 들고 청소하며 청와대로 향한다.

 

예술인 캠핑촌은 매주 ‘광장신문’을 발행한다. 토요일판으로 나오는 첫 번째 광장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발표를 호외로 실었다. 물론 가상 기사이지만 잠시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대변했다. 두 번째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 구속,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특종으로 삼았다. 이 역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대변했다. 예술인 캠핑촌에서는 매주 토요일 밤, 촛불집회가 공식 마무리되는 시간에 ‘하야하롹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2주 전에는 목·금·토 3일간 15개 팀이 참여하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지난주 토요일에는 전국 9개 도시에서 50여개 팀이 동시다발로 참여하는 ‘하야하롹 공연’이 열렸다. 크래시, 말로, 폰부스, 안녕바다, 노선택과 소울소스가 참여한 토요일 밤 광화문 공연은 메탈, 록, 재즈, 레게 사운드가 한 장소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낸,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힙합 뮤지션들이 나선다. 예술인 캠핑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화요일부터 광장토론회를 열어 광장의 의미, 광장의 저항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추운 겨울에 텐트 치고 농성하는 예술인들에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동료 예술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한 행동이 아니냐고 간혹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초기에 잠시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술인 캠핑촌에 참여한 사진작가 노순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광장에서 열흘 먹고 자면서 들었던 생각. 장기노숙 농성하는 수많은 분들, 특히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새벽 세시. 아이들의 사진이 밤새 빛나는 분향소 옆에 내 몸이 누워있다.”

 

캠핑촌 노숙농성 예술인들은 박근혜 퇴진만을 원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는 세상, 세월호 희생자들의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을 위해 그들은 광화문광장의 최전선에 있다. 나는 아직 온전히 노숙농성을 하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 예술행동의 결정판, 광장 촛불의 최전선, 예술인 노숙농성 캠핑촌에 함께 동참해 새로운 세상을 한번 간절히 열어보자. 광화문 최전선에서 노숙농성하며 간절히 원하면, 사이비 우주의 기운이 아닌 고 백남기 농민의 영혼이, 수많은 민주열사의 정령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까?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