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융합예술과 실용예술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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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융합예술과 실용예술의 도전

대학에서 융합교육은 매번 새롭게 시도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콘텐츠 관련 예술교육 또한 그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지만, 새로운 융합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은 망망대해에 인공섬을 만드는 것만큼의 의지가 필요하다.

 

내가 근무하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도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라는 공학계열로 소속을 변경하고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화 트렌드 속에서 콘텐츠 관련 창의적 교육도 공학과 융합되어야 한다는 비전이 그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지만, 문제는 당시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반대여론이었다. 걱정은 했지만, 지나칠 정도의 우려와 함께 만화애니메이션의 순수한 예술성을 공학의 공식과 숫자로 변질시킨다는 ‘예술의 부재’가 비난하는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더욱 뛰어난 신입생들과 새로운 융합 시도들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능형 웹툰의 창작실무 커리큘럼이 개발되고, VR 웹툰에 맞는 스토리텔링 개발과 연출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이제는 폴더블폰이 일상화될 때 고려해야 될 화면 크기와 규격에 맞는 새로운 웹툰과 구독방식, 연출전략 등이 미리 준비해야 할 연구문제로 논의된다. 어떤 프로듀서는 폴더블폰이 다시 만화책 형태의 구독방식과 연출의 복고주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안하고, 본격적인 5G 시대의 VR 플랫폼으로의 고객 유치에 VR 웹툰이 새로운 체험 콘텐츠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디바이스가 혁신되고 새로운 표준이 확산되면 예술과 콘텐츠는 또 진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형식과 규격이 정해진 다음의 경쟁은 후발주자가 되기 때문에, 표준의 논의와 확정 이전 단계에서 새로운 형식과 창의력을 선도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융합교육의 핵심이며 출발점이다.

 

전통적인 무용학과와 음악학과의 지망생이 감소하고 있다. 이미 예술고등학교에서부터 클래식한 전공보다 실용화된 전공이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등의 전통적 구분이 무용창작, 안무기획, 공연예술경영 등 다른 층위의 구분으로 변화하며 전공 매트릭스를 차별화한다.

 

실용음악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는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한류팬들도 K팝의 영향으로 한국식 실용음악 및 실용무용에 관심을 갖고, 그러한 실무와 이론을 배우고 싶어 한다. 교육 대상의 관심과 호기심, 기대감은 커지는데 교육 기획과 과정을 연구해야 할 대학은 준비가 더디고, 그 또한 기존 기득권 교육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다. 전통적인 예술교육의 기본과 장르는 존중되어야 하며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러한 기본기를 충실히 배우며 그로부터 실용무용과 실용음악으로의 맞춤형 변신이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음악의 기본을 잘 몰라도 손쉬운 소프트웨어만 익히면 스스로 작곡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자신만의 안무로 다채로운 무용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클럽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한 실용예술은 피트니스와 힐링 프로그램에도 응용되고, 세대 간 간극을 허물며 제2 인생을 기획하는 노후세대의 대안으로도 제시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결국 갑자기 바뀐 표준과 트렌드에 끌려가게 되고, 언제나 2류 그룹에 머무르는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융합예술과 실용예술의 대안적 고민은 이제 생각만 하는 정체기에서 벗어나 실제로 뛰어들고 개발하며 선도하는 미래의 시간대에 서 있어야 한다. 교육을 기획하고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의무이며,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자들의 책임임을 확인할 때다.

 

<한창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장>